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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오사카학(大阪學) (1)

 


책의 겉표지로 오사카 사람들이 돈에 밝다는 것을 나타냄. "저 00동네가 어디인지요? 가르쳐주시겠어요?" "네, 300만엔(준다면)"

오사카에서 생활이 시작되고 얼마간은 '오사카'란 곳이 어떤 곳인지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한국에서 준비해 온 오사카에 대한 안내 책들은 대개가 쇼핑이나 관광지에 대한 내용뿐이어서 관광객에게는 유용할지 모르나 실제 여기에서 살아 나가야 할 사람들에게는 무언가 부족하였다. 무언가 손으로 확실하게 잡을 수 없는 느낌을 점점 일본어를 알게 되어 가며   TV를 보거나,   일본인 아줌마들과 이야기하며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맞다, 바로 이것이었어.'라는 생각이 들며 그 동안의 어렴풋함이 확실한 실체로 드러난    책 한 권을 접하게 되었다.       제목도 군소리 없이 '오사카학(大阪學)'이라는 이 책은 이 지역의 소위 '지방색'을 낱낱이 다 밝혀낸 것이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일본은 대부분 토쿄(東京)에 대해서 이며    그 외 지역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나 역시도 일본으로 출발하기 전에 습득한 상식들이 토쿄에서나 통하는 것들이란 것을   오사카에 도착해서야 알 수 있었다.      그런 예비 지식들이 하나 둘 깨지면서 실제의 오사카가 보이는데 조금 황당했다.  계속적으로 토쿄의 상식을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오사카의 상식을 배워 나갈 것인지, 일본어도 아직 잘 모르면서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물론 기본적인 예의범절은 어디나 똑같지만 지역 분위기에 따라 확연하게 다른 점도 많다.

이 책은, 오타니 코이치(大谷晃一)라는 교수가    1988년부터 오사카의 한 대학에서 "大阪學"이라는 강좌를 열어서 6년간 계속한 후, 1994년 강의 내용을 책으로 발간하였다.   그리고 다시 1997년 新朝文庫라는 출판사에서 문고판으로 재발행한 것이 이 책이다. 오사카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 곳에서 살아온 저자는 오사카를 하나의 단순한 지방 도시가 아니라, 칸토(關東)지역의 중심 도시인 토쿄(東京)에 대비되는 칸사이(關西)의 중심 도시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런 오사카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 자신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철저하게 파악하여 그 유래나 역사를 밝혀내었다. 이를 위해서 인문학부의 모든 학과의 전문지식이 다 동원되어 학생들에게는 살아있는 학문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낱낱이 밝혀진 사실들을 토쿄와 비교해 가며 재미있게 써 내려가 東西文化論이 되기도 한다.
전체 12장으로 된 내용을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제1장, "불법주차". 주차위반은 善惡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損益에 따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위반했을 경우 내는 돈보다 주차장 요금이 많이 들어갈 경우 위반은 당연하다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 토쿄 사람들은 신호를 먼저 보는데, 여기서는 신호보다도 차가 오는가 안 오는가에 따른다.   이는 성격이 토쿄 사람들보다 급하다고 말할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빨간 신호일 때는 건너면 안된다라는 '관념'보다 눈으로 직접 보는 '현실'을 더욱 중시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여러모로 오사카 사람들은 급하다. 식당에 가면 먼저 사람이 먹었던 그릇을 치우기도 전에 자리에 앉는다. 또 에스컬레이터에서 가만히 서 있기보다는 진행 방향으로 같이 움직이며, 지하철역에서는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내리거나 타는 것이 당연지사. 위에 예를 든 오사카 사람들의 성격은 오사카가 이전부터 商人의 도시로 발달하면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토쿄가 점잖은 武士적인 체면(建前)을 중시한다면, 오사카는 자신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本音)을 보이며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제2장, 오와라이(お笑い). 예전에 우리나라에도 두 사람이 관객들 앞에서 쉬지 않고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던 형식의 개그가 있었다. 이런 것을 일본에서는 '만자이(漫才)'라고 하는데 이 만자이가 시작된 곳이 오사카이다.  1927년 경연대회가 시작된 이래 현재에는 요시모토흥업(吉本興業)이란 회사가 오사카 사람들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토쿄에는 한 사람이 점잖게 기모노를 입고 꿇어앉아 여러 재담을 하는 라쿠고(落語)가 유행이지만 오사카에서는 대개 두 명이 나와서 자신들의 부끄러운 이야기까지 해 가며 아줌마들의 배꼽을 잡아 뺀다.   토쿄와는 달리 겉포장을 하지 않는 진솔한 모습에 사람들은 진한 감동을 받는다.

제3장, 키츠네우동(きつねうどん). 맛있는 국물에 유부 한 장 달랑 들어있는 우동이 키츠네우동이다. 이는 오사카 사람들이 '맛있으면서도 값 싼' 음식을 선호하는 데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바쁜 그들에게 주문하자마자 곧장 먹을 수 있어서 더욱 인기. 이 외에도 오사카에서 만들어진 음식이 있는데, 오야코돈부리(親子 )는 밥 위에 닭고기와 풀어진 계란이 같이 놓여 있어서 빠르고 간단히 먹을 수 있으면서도 영양은 만점.     오코노미야키(お好み燒き)는 어린이 상대로 시작되었으나 여러 재료를 한꺼번에 다 넣어서 만드는 것이 인기를 끌었다. 싸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확실하게 선호한다.
제4장, 슈퍼마켓(ス-パ-). 일본 최대의 슈퍼마켓은 다이에(ダイエ-,大榮)이다. 전국에 300여 점포를 가지고 있으며 매출은 2조3천억엔 정도로 거대한 기업인데 이 회사의 출발지가 오사카이다. 1957년 '주부의 상점'이란 간판을 내걸고 대량의 물건을 싸게 팔아 큰 인기를 얻어 성공할 수 있었는데, 이는 오사카 사람들이 특히 가격이 싼 물건에 누구보다도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비싼 물건을 사서 자랑하는 것보다는 같은 물건이라도 누구보다도 싸게 샀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빠르게 파악하여 실행에 옮기는 행동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로는 터미널 백화점이 있다. 한큐전철(阪急電鐵)회사에서는 시발역인 우메다(梅田)역 건물에 계열사인 한큐백화점을 1929년에 개점하였다.    그 이전부터 있던 백화점들이 고급 기모노와 상품 전문점이었다면   이 백화점은 일용잡화나 식료품등을 중점적으로 팔아 백화점의 대중화를 이끌어냈다.

제5장, 오사카 방언에 대한 고찰. 표준어로의 일본어도 소중하지만 이 지방의 문화적 배경이나 사람들의 성격, 사회적 분위기 등을 그대로 반영하는 사투리를 더욱 소중히 간직하고 싶어하는 저자의 마음이 드러나 있다.
제6장, 古代 Bay area. 지형적 위치로 인해 형성된 오사카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고찰.
제7장, 中世의 近代人.
제8장, 都市의 誕生. 이 지역의 중요성을 깨닫고 도시로의 발전이 되도록 노력한 오다노부나가(織田信長)과 토요토미히데요시(豊臣秀吉)의 이야기. 토요토미히데요시가 오사카城을 쌓고 그 밑에 마을을 만들었지만 실제로 마을의 번영은 商人들에 의해서였다.
제9장, 大阪人 寫實. 상인의 집안에서 태어나 늘 보아오던 주위 사람들의 모습을 소설로 써 일본 근대 문학의 원류가 된 두 작가井原西鶴과 上田秋成의 이야기.

제10장, 실증과 자유. 근세에 시작한 오사카의 학문도 대부분 서민들의 손에 의해 그 영역을 넓혀나갔다. 국학, 한학, 경제학, 서양학들이 많이 유행하였는데, 이들 학문에 일관된 사상이 있다면    그것은 사실을 바탕으로 자신의 눈을 통해 냉철히 확인한 것 이외에는 믿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합리적으로 무엇이든지 생각하기. 권위나 인습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연구를 추구하였다. 이런 학문에 대한 태도 그 자체가 그 시점의 오사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제11장, 근대 문학의 계보. 오사카에서 태어나 활동한 작가들의 공통점을 든다면   삶의 진솔한 모습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써 내려가며, 토쿄의 작가들이 여러 격식이나 겉포장을 한 것과는 다르게 자유로움을 나타내었다. 또한 대중을 위해서 가볍고 재미있는 내용들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영향으로 신문도 역시 정치색이 엷고 사실 보도를 중점적으로 하며, 대중들이 편하게 읽기 쉬운 내용들을 많이 실었다.
제12장, 오사카의 南과 北. 위에서 열거한 오사카의 성향들이 남과 북 어디나 통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두 지역이 어딘가 다른 점이 있다. 북쪽은 주로 샐러리맨의 지역이고, 남쪽은 중소업자가 많은 곳이다.  그들이 생겨난 역사가 제각각인 것처럼 그들이 소유하며 발산하는 문화도 역시 다르다. 그러나 오사카 그 자체가 체면이나 겉포장을 중시하는 사회가 아니고, 많은 내실 있는 다양성이 인정받고 클 수 있는 곳이므로   작은 차이들은 하나의 새로움으로 받아들여진다.

대강 이 정도로 책을 정리해 보면, 오사카를 너무나 사랑하는 저자가 오사카 사람들에게 괜히 首都인 토쿄에 기죽지 말고 자긍심을 가지라고 크게 외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그들에게는 격려를 주고, 나 같은 외국인에게는 편안함을 준다. 왜냐하면, 특히 한국인이 이 책을 읽는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어딘지 모르게 한국인들의 기질과 통하는 구석이 있다는 것을 느끼기에 외국이라는 긴장감이 풀어지는 것이다.   (2000. 10.20)

이 글을 쓰고 한참 뒤, 아는 일본인 아줌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 홈페이지를 한국어를  아는 또 다른 일본 아줌마에게 소개를 했고, 그 아줌마가 이 글을 읽고 "우동"에 대해서 한 마디 했다고...

이 글, 정확히는 이 책 전체를 번역한 것이 아니어서 우동에 대해 다 올리지 않았는데, 오사카에서는 우동에다가 유부 한 장을 얹어서 주면 키츠네(또는 키츠네 우동)라 부르고, 소바(메밀국수)에다가 유부를 얹어서 주면 타누키(또는 타누키 소바)라 부른다.  그러나 토쿄를 중심으로 한 칸토오(關東)지방에선 우동이던 소바이건 유부를 얹어주면 키츠네라 하고, '텐카스(튀김 찌꺼기)'라고 해서 튀김을 할 때 생기는 밀 가루 방울을 우동이나 소바에 얹어서 주는 것을 타누키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런 지역 차이를 일본인 조차도 모르고 살기 때문에 처음에는 서로간에 이상하게 볼 수밖에 없다. 그 아줌마는 칸토오 지방 출신으로, 위의 글을 읽고 '일본 전체의 우동이 다 이렇게 똑같구나'라고 사람들이 착각하기 쉽다고 지적을 하였다. 자신이 살았던 지역에서의 키츠네와 타누키의 차이를 오사카의 다른 일본인 아줌마들에게 이야기 하면서... 그러자 다른 아줌마들이 의아해 하며 그 아줌마에게 되물었다고 한다.     "텐카스만 얹어주고도 돈을 받나?"

오사카에서는 어떤 우동이건 텐카스는 공짜로 얹어주고, 아예 어떤 가게에서는 먹고 싶은 대로 넣으라고 큰 그릇에 담아서 테이블 위에 그냥 놓여져 있으니 오사카 사람들에게 텐카스는 '공짜 음식'이라고 인식되어 있는 것이다.  돈을 내면서까지 사 먹어야 할 음식이 아닌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 돈을 쓸 때는 쓰지만 공짜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악착같이 받아서 돈을 아끼자는 생각.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은 자신이 손해일 수도 있지만 어차피 버리게 되는 튀김 찌꺼기를 손님들에게 인심좋게 서비스함으로 해서 더욱 많은 손님이 찾아오게 할 수 있으니 결국엔 이익.

위에서 아줌마들이 되물은 그 말이, 칸토오 지방 보다는 사람 냄새가 더욱 물씬 나는 상인(商人)의 도시 오사카와    그 속에서 돈에 대한 감각을 몸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해 적어 보았다.    (2001.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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