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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동지와  오오미소카

 

거의 매달 전통 행사를 보며 지내왔기에 12월에는 어떤 일이 있을까 궁금해 하던차에 어느 날부터인가 슈퍼에서 노오란 유자를 엄청 많이 팔기 시작했다. 나는 얼른 사 와서 유자차를 만들었는데... TV를 보니, 어느 지역의 온천 여행 가이드 프로였는데, 유자를 잔뜩 넣은 욕탕 안에 리포터가 홀딱 벗고 앞만 가린 채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참 희한도 하지.

12월 22, 23일경이 일 년 중 낮이 제일 짧고 밤이 제일 긴 冬至이다. 일본도 농경 국가이기에 옛부터의 관습이 남아있는데, 이 때하는 것이 유자를 넣은 탕에서 목욕을 하고, 호박 요리를 먹는 것이다. 유자는 이때 많이 출하가 되기에, 탕안에 넣으면 향과 더불어 표면으로부터 기름기가 나와 피부를 부드럽게 한다. 그래서 목욕하는 것이 즐겁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니 그 추운 겨울 밤을 견딜 수 있다. (일본인들이 매일 탕에 들어가는 이유는 때를 벗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기 없는 차디찬 방에서 자기 위해서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다.)

온천물에 동동 뜬 유자

 

또한 유자의 노오란 色은 속설에 의하면 귀신을 쫒는 색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서 몸을 정결하게 하여 새해를 맞이한다고나 할까. 어떤 의미로는 유자가 나무에서 몇년이라도 달려 있어 여름에는 초록색, 겨울에는 황색으로 되니 생명의 끈질김을 보여서 吉하다고도 여겨진다. 그리고 역시 노오란 호박 요리를 먹는데, 지금과는 달리 겨울에 비타민C의 공급원이 없던 옛날에는 정말 소중한 요리였을 것이다. 감기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먹어야 했던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카보챠(かぼちゃ)라고 해서 우리나라에도 있는 단호박을 많이 먹는다.  이 단호박은 실제 서양종으로 일본 시장의 90%를 차지한다.  단맛이어서 사람들이 찾는 것일까...

달고 맛있는 카보챠

어찌 되었건 단호박을 사용한 요리가 수도 없이 많다. 유자와 호박의 冬至가 지나면 12월의 끝.  12월 31일을 오오미소카(大晦日, おおみそか)라고 한다. 월말을 미소카라고 하는데 특히 일년의 마지막이기에 앞에 "大"자를 붙인 것이다.

그리고 월말에는 소바(そば,메밀국수)를 먹는 습관이 있었는데 12월에만 먹게 되었다. 이때는 새해로 넘어가기에 토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소바를 먹으면서 소바처럼 길게 장수할 수 있도록 염원한다는데... 또한 금박(金箔)을 만드는 장인이 여기저기 흩어진 금박을 모으기 위해서 메밀을 개어서 만든 덩어리를 사용한데서  연유해 토시코시소바를 남기면 새해에 金運이 없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이런 저런 새해 준비가 끝나고 이 소바를 먹을 때쯤이면 동네 여기저기 절에서 除夜의 鐘을 치기 시작한다. 우리는 33번을 치지만 일본은 108번을 친다. 이는 인간의 번뇌의 수가 108개로 이를 떨쳐버리고 정결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한 해가 끝났다. 그리고 또 시작이다. 일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생활은 시작되었지만, 그저 매일 간다는 이유로 둘러본 슈퍼에서 나는 이런저런 호기심을 키우게 되었다. 어쩌면 일본인도 잘 모르는 그들의 전통에 대해서 실제 판매되는 상품들을 통해 하나씩 알게 된 것이 책을 보고 알게 된 것보다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우리와 형식으로는 다른 것이 많지만 그 깊은 의미로는 별반 다른 것이 없기에 사람들 생각하는 것이 다 똑같구나 라고 느끼니 그동안 외국이기에 가졌던 선입관들이 슬슬 사라지기 시작했다. 머리로 생각하는 외국 생활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생활이 되었던 것이다. (2000.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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