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밖에..

 

holland_back.gif

Home

여 행

생 활

 

5월 고도모노히(子どもの日:어린이날)

 

일본에 가서 처음 일 년간은 말도 잘 모르고,  글도 읽을 줄 모르기에 집 밖에만 나오면 정말 눈 뜬 장님이었다. 그럴 때의 답답함이란... 내 주위에는 처음 접하는 이런 저런 신기하고 새로운 것 천지인데 그걸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 기본적인 쇼핑은 대충 눈치로 해결할 수 있으나 그 외에 일어나는 궁금증은 어디서고 풀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외출할 때는 땅 한번 쳐다보고 한숨, 하늘 한번 쳐다보고 갑갑한 속마음을 날려 보내고 싶다 라고 늘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얼핏 올려다본 아파트의 어느 집 베란다에 무언가 이상한 것이 걸려 있었다. 꼭 무당집의 솟대 위에 걸어 놓은 천 조각 같은 것이 휙 날리는데 물고기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무엇인가 특별한 날임에 분명한데...  

.

저녁에 못알아듣는 뉴스를 그림만 보고 있는데 다시 그 물고기 그림의 천들이 휘날리고 있는 장면이 나왔다. 그 밑에는 코이노보리(こいのぼり)라고 쓰여 있었다. 조금은 궁금증이 풀렸는데 그래도 왜 매달았을까? 무슨 의미일까? 나중에 일본어 선생님에게 물어 보니 그 날이 코도모노히(子どもの日)라고 알려 주었다. 3월3일이 여자 어린이의 날이라면

작은 크기의 간략한 고가츠닌교 장식물

정식 갑옷과 투구

5월5일은 남자 어린이의 날이다. 이 날을 맞이하여 집 안에는 고가츠닌교(5月人形)라는  옛날 무사의   투구(かぶと)와 갑옷(よろい)을 장식물로 꺼내 놓고 남자 아이가 강하고 남자답게 크기를 기원하며,집 밖에는 코이노보리를 매단다. 잉어는 중국의 故事에서 입신출세의 상징으로 나온다. "黃河의 상류에 龍門이 있는데 이 용문을 오른 잉어는 龍이 된다"는 고사가 있고, 여기서 "登龍門"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런 고사가 일본에도 전해져서 에도시대(江戶時代1603-1867)부터 무사들의 집안에서는 잉어를 그린 네모난 천(깃발)을  높이 매달아 남자아이의 건강과 출세를 기원했다. 그러나 서민들은 이런 깃발을 세울 수가 없었기 때문에 고안해 낸 것이, 둥글게 말린 천에다가 잉어 그림을 그려 장대 끝에 달아매니, 바람이 그 안으로 들어가 진짜 잉어가 입을 벌리고 헤엄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이후로 이런 모양의 코이노보리가 유행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무사 가문의 정신을 계승하는 집안에서는 네모난 깃발을 단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남자 아이에 대한  부모들의 기대감은 우리나라 못지 않으니,   아들 없는 집은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아들이 어렸을 때는 매년 내어 걸지만 농촌의 경우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도시로 나가기에 이 코이노보리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집집마다 창고에 쳐 박힌 코이노보리를 마을 전체가 걷어 강의 양 언덕에  높은 장대를 박고 줄을 매달아  이쪽 언덕에서 건너편 언덕까지 주욱 매달아 놓는다. 하나의 마을 선전도 할 겸해서... 많이 매달수록 소문이 나서 관광객이 찾아오고, 또 멀리서나마 자식들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행사가 되니 너도 나도 참가하게 된다.

그리고 실제 이 날은 端午이다. 우리나라도 중국의 영향을 받아서 음력3월3일, 5월5일, 7월7일, 9월9일을 특별한 날로 생각해서 여러 행사가 치러지는데 일본도 이렇게 단오라는 명칭은 남아있다. 그러나 별다른 행사는 없고 이때쯤에 먹는 떡이 슈퍼에서 판매될 뿐이다. 치마키(ちまき)카시와모치(柏もち)이다. 둘 다 찹쌀로 만들고,  카시와모치는 속에 단팥이 들어있다.

치마키는 작은 대나무 잎에 쌓여져 있고, 카시와모치는 이름 그대로 떡갈나무 잎에 쌓여져 있다. 떡갈나무 잎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 잎이 가을에 떨어지지 않고 봄에 새 잎이 나야 그제서야  떨어지기에  자손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잎 자체가 크기에 무엇인가를 담을 수 있어서 그릇 대용의 의미도 있다.  차게 식혀진 이 떡들을 먹으면 슬슬 여름의 시작이다.

카시와모치 : 어릴 적에  본, 장대 끝에 유리 통을 매달고 다니며 이 것을 팔던 아저씨들이 기억난다.

치마키

 

 

2002년 4월 말, 기후현(岐阜縣)의 농촌 지역으로 나가보니, 코이노보리가 도시의 주택에 달아놓은 것과 거의 비슷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좀 다른 구석이 보여서 열심히 찍고 돌아다녔다.

어느 집의 2층 베란다에 달아 놓은 것으로, 대충 이 정도의 크기를 도시의 아파트에서도 걸어놓는다. 작아서 바람에 잘 날리지는 않지만.

 

새로 산 것인지 색깔이 선명하다. 맨 위에 있는 파란 것은 폭포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아래로 잉어들이 타고 올라가는 형상을 나타낸 것이다.

 

농촌의 어느 집에는 코이노보리 외에 이런 깃발을 달아놓았다. 아마 어떤 무사인 것 같은데, 이토록 남자 아이가 씩씩하기를 기원하는 모양이다.

 

예전의 노보리(깃발)는 이런 네모난 천에 그림이나 글씨를 쓴 것이다.

 

  Home   여 행   생 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