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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오봉(お盆)

 

여름휴가를 정하기 위해 8월 둘째 週가 어떤가하고 물어보니 그때는 오봉야스미(お盆休み)로 대부분의 기업이 휴무를 하고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거나 고향에 내려가기 때문에 고속도로의 정체가 심한 때라고 한다. 오봉야스미? 처음 들어보는데 대체 무엇이지? 우리나라의 추석과 같은 전통 행사라는데...  

오봉 기간은 8월13일부터 15일정도까지이다. 우리나라가 음력 8월 15일에 추석 차례를 지내는 것처럼 일본은 양력에 지내는 것이다. 그리고 오봉을 전후하여 보통 1-2주일을 쉬게 된다. 본격적인 여름휴가인 것이다. 이때를 맞춰 고향에 돌아가 先祖의 영혼을 잠시 이 세상으로 모셔와 가족과 함께 즐겁게 지내다가 다시 저 세상으로 모셔다 드리는 일련의 행사가 치루어 진다. 현재 우리는 추석 차례가 15일 그날 아침에 이루어지고 성묘 이외에는 뚜렷한 행사가 없는 것과는 다소 다르게, 일본은 13일부터 16일까지 지역마다 대략 비슷한 행사를 가진다.

첫째가 무카에비(迎え火)라고 해서 도심에서는 거의 행해지지 않지만 농촌에서는 선조의 영혼을 이 세상으로 인도하는 불을 강가나 묘지 근처에서 13일 저녁에 피운다. 예전에는 선조의 영이 담겨있으므로 그 불을 그대로 받아서 자기 집의 불단까지 옮겨오기도 했으나 화재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그 근처에서만 작게 피운다.   둘째, 하카마이리(墓參り)는대개 오봉 일주일 전에 성묘를 가서 묘석을 청소하는 것이다. 이것도 자기 집 근처에 선조의 묘가있을 경우이고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이런 성묘를 대신해 주는 회사에 맡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東京 근처라면 대충 15000엔, 그 외 지역은 20000엔 정도에 청소와 헌화, 향 피우기를 대행해 준다.

화려하게 금박을 붙인 불단(佛檀)이다.

셋째, 봉다나(盆だな) 꾸미기. 이 기간 동안 불단 앞에 특별한 단을 만들고 음식을 공양하는 것이다. 거의 4~5일동안 차례상을 차리는 것이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대단한 음식을 차리는 것이 아니라 상하지 않을 종류만 얹어 놓는다. 13일이 되기 전에 슈퍼에 가 보면 오봉을 위한 특별 판매대가 있는데 거기에는 과일을 한 종류, 한 개씩 넣어서 3종류, 5종류의 묶음을, 그리고 오봉 과자라고 해서 라쿠간(落雁)과 이쁜 모양의 젤리를 판다. 이외에 국수, 가지, 봉단고(떡)을 조금 사서 단 위에 차려놓으면 된다.

봉다나에 올리는 와가시 모음.

우리와 같은 제사 문화가 없기에 이런 저런 음식을 만들 필요가 없다. 참 주부들이 편한 나라이다.

넷째, 봉오도리(盆踊り). 위의 내용까지는 집 집의 이야기이나 봉오도리는 일종의 동네, 크게는 市전체의 축제이다. 내가 살던 곳에서도 한달 전부터 공고를 내고, 이틀 동안의 봉오도리를 위해 몇몇 사람들은 2~3회 모여서 춤 출 때의 음악과 안무를 연습한다. 대개 정해진 음악, 온도(音頭,おんど)가 있지만 그 시기에 빅 히트를 친 노래가 있으면 많은 사람들을 참여하게 하려고 그것도 사용한다.

"봉단고".  안에 아무 것도 안들은 흰 찹쌀떡.

1999년의 경우 봄부터 NHK의 어린이 프로에서 시작된 단고산쿄다이(だんご3兄弟)라는 노래가 봉오도리의 음악으로 쓰이며 그에 따른 안무도 만들어졌다. 이런 준비가 끝나 당일 저녁이 되면 그 동네의 넓은 공터(대개 학교 운동장, 시영 주차장 등) 한가운데에 높은 단을 만들고 그 위에서 음악을 틀며 큰 북을 박자를 맞추어 두드린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 주위를 원을 그리며 먼저 연습한 사람들을 따라 춤을 춘다. 공터 한구석에는 마을 자치회에서 끌어들인 상인들이 간식거리가 될만한 음식을 판다.

우리도 봉오도리를 보러 갔는데 참 재미가 없었다. 음악은 그런대로 흥겹지만 춤이 영 아니었다. 일본 고유의 의상인 기모노(이 때는 유카타)가 몸에 달라붙는 옷이기에 발 동작을 크게 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발은 간단한 스텝으로 움직이고 팔만 이리 저리 움직이니 그런 모습으로는 흥이 날 리가 없고, 실제로 이 춤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적다. 어린이들이 함께 하면 부모들은 사진 찍느라 바쁘고... 결국 전부터 연습해 오던 부녀회 정도의 사람들만 3시간 정도 계속 춘다. 단체로 맞춘 유카타(浴衣, ゆかた)를 입고 무표정한 표정으로... 이런 동네 봉오도리가 있는가 하면 市에서 주관하는 봉오도리는 더 크고 화려하게 꾸며지며 어떤 경우엔 서구의 페스티발을 구경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음악, 의상, 춤 등이 무척 특이하다. 더욱 유명해지면 전국적으로 관광객이 몰려와 관광 수입이 커지니 다들 열심히 하려고 한다. 물론 축제에는 빼놓을 수 없는 불꽃놀이도 하고 ...

다섯째, 讀經. 일부의 사람들은 친분이 있는 절에 부탁하여 스님이 집에 와서 선조들을 위해 염불을 한다. 여섯째, 오쿠리비(送り火)는 16일 저녁에 하는 행사로 이 기간 동안 와 있던 선조의 영혼을 다시 저 세상으로 돌려보내는 의식이다. 그러나 개개인이 모두 하기 보다는 어떤 유명한 곳에서 대표적 으로 하고 그런 장면이 TV에 방영되기도 한다. 오사카에서 가까운 京都의 大文子山에서는 매년 이 행사를 해서 많은 관광객을 모으기도 한다. 원래 그 근처에 있는 5개의 산에서 시차를 두고 글자 모양대로 불을 피는데 특히나 이 산에서 하는 "大"문자가 유명하다.

선조를 돌려보내는 의식이지만 다른 속설에는 그 근처 어딘가에서 이 의식을 보며 술을 마시는데 술잔 속에 불타오르는 그 글자가 비춰져서 그것을 마시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이렇게 산에서 글자 모양대로 불을 지피는 오쿠리비도 있지만 강에서 등불을 떠내려 보내는 곳도 있다. 편안하게 모셔와서 즐겁게 지내다가 다시 편안하게 가는 길에 불을 밝혀드리는 것으로 오봉은 끝난다.

이렇듯 자신들을 있게 한 조상에 대해 경외심을 가지고,  앞으로 있을 후손들에게 그 정성어린 마음을 보여준다면 이런 것이 사람 사는 것의 근본이 아닐까?  (2000.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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