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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하나미(花見)

 

1996년 4월, 늘상 고개를 숙이고 걸어다녔는데 (이유는 거리에 개똥이 많기에 밟지 않으려고) 무심코 올려다 본 벚나무에 너무도 화려하게 피어있는 벛꽃. 일본에 와서 첫 겨울을 아는 사람도 없이 가슴 깊이 썰렁하게 보냈는데 어느 새 봄이 와서 눈이 부시도록 이렇게 핀 벚꽃이 나의 마음을 보듬어 주었다. 우리나라에서 어릴 때부터 보아온 꽃으로 그때는 그냥 이쁘다는 것으로

만  그쳤는데... 이토록 사람의 기분을 환하게 만들어 주다니... 무언가 새로운 느낌으로 벚꽃을 대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전에 음력 3월3일이(삼짇날)면 산으로 들로 꽃놀이를 갔는데,  일본인들도 역시 벚꽃이 필 때면 어김없이 일손을 쉬고 꽃놀이를 나갔다. . 이것이 하나미(花見). 江戶時代부터 시작된 하나미는, 각 계급의 사람들이 보통은 엄한 속박 속에서 살지만 특히나 서민의 경우는 이날 일상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래서 전날부터 입고 갈 옷을 챙기고, 음식을 준비하며 문 위에는 다음 날 날씨가 좋도록 소원을 비는 인형인 테르테르보우즈(照る照る坊主)를 매달았다.

보통 梅花가 귀족의 꽃이라면 벚꽃은 서민의 꽃으로, 가득 다 피었을 때의 그 박력있는 생명감을 좋아한다. 어쩌면 1년중 이때의 꽃을 통해 억압받는 설움에서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시작된 하나미는 이제 일본 국민의 年中行事에서 빠질 수 없는 행사가 되었다.

찹쌀로 만든 삼색 단고

살짝 구워서 간장만 바르기도 하고 간장과 설탕으로 만든 양념을 바르기도 한다.

TV와 잡지를 통해서 미리미리 벚꽃이 가장 화려하게 피는 곳을 찾아 온천 여행겸 해서 가기도 하고, 집 근처의 공원의 벚나무 아래서 바베큐 파티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하나미때 흔히 먹는 것으로 단고(떡꼬치)를 들 수 있다. 물론 단고는 하나미 때 뿐만이 아니라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이 단고는 떡이 3-4개 꽂혀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어린이 TV프로에서 "단고 삼형제"라는 탱고리듬의 노래가 대히트 친 후 3개로 통일되었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런 명소를 들어서 가 보았는데... 벚꽃보다 사람들 머리를 더 많이 보고 왔다. 현재 일본에는 벚꽃의 품종이 300여종이나 된다. 물론 끊임없이 개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가장 친숙하게 많이 본 품종은 江戶時代말기에 만들어진 소메이요시노(染井吉野)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조폐국 앞 길에는 벚꽃보다 사람이 더 많다.

이런 대중적인 벚꽃이 아니라 쉽게 보기 힘든 품종이 많다고해서 간 곳이 오사카(大阪)의 조폐국(造幣局)청사 앞길이다. 여기는 明治16년부터 꽃이 피는 시기에만 꽃길을 시민에게 공개하고 있는데, 길의 길이는 약560m로 4월 중순부터 7일간이다. 물론 이때가 되면 TV에서는 미리 소개 프로가 방영되기도 한다. 여기에는 110품종 400그루 정도가 있으며 80%가 야에자쿠라(八重櫻)이다. 이를 보러 이 기간에 평균 90만명의 사람들이 찾아온다. 우리도 그 틈에 끼였건만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을 공간도 없고 그냥 사람들의 흐름 속에 파묻혀야 했다. 왜들 이렇게 벚꽃에 미쳤는지... 무언가 알 수 없는 대단한 자긍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 시기에 TV를 보면 꼭 한번은 빠지지 않고 나오는 나무가 있는데 기후켄 根尾村에 있는 우스즈미 사쿠라(淡墨櫻)이다. 이 나무는 수령이 1500여년, 높이는 16.3m, 둘레는 9.9m의 일본에 두 번째로 오래된 벚나무이다. (세계 제일의 나무라고도 함) 개화기 에는 하루 2000명 정도가 이 나무하나를 보러 찾아오는데, 이들은 꽃도 꽃이지만 1500년이라는세월을 죽지 않고 계속 꽃을 피워 왔다는 사실에 자기 나라의 역사를 되돌아 보며 왠지 모르는 자긍심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 그들을 보며 가끔 드는 생각이 우리나라 사람들도 국화인 무궁화에 대해서 가슴 찡할 만큼의 자긍심을 느낄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눈이 지칠 정도로 무궁화를 많이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사방 돌아보면 반드시 한그루라도 벚나무가 보인다. 가지치기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가꾸어져서...  (2000.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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