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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포장에  대해서

 

일본어를 모르는 채 오사카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는데 그래도 물건을 사는 데 있어서는 그다지 큰 불편함이 없었다.    가끔 계산을 하다가 계산원이 뭐라고 말해도 대충 넘어갈 수 있었는데, 한 번은 정말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서울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려고 백화점에 가서   어떤 와가시(和菓子) 한 상자를 고르고 돈을 지불하려고 하니 판매원이 포장지를 들면서 뭐라고 하기에 그저 "네"라고만 했다. 포장을 해 준다는 말 같아서 좋다고 한 것인데, 또 다시 뭐라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드리는 정성, 받는 기쁨

포장하고 돈을 건네 받으면 되지 또 뭐가 필요한 것인가?   갑자기 얼굴은 벌개지는데 어찌 해야 할지...  할 수 없어서 작은 소리로 또 "네"라고 하니  판매원은 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아마 내가 외국인인 것을 확실히 알았는지 아무 말 없이 어떤 하얀 종이를 상자 위에 덮고 다시 백화점 포장지로 싸주었다.   와가시 하나 사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그리고 얼마 후에 다시 사야할 일이 있어서 백화점을 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당황하지 말고 단단히 정신 차려서 판매원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봐야지 라는 생각을 하며 갔는데 역시 또 당황스러운 실패...

N아줌마에게서 받은 선물로 상자 위에 노시가미를 덮고 다시 포장한 것.

그러다 일본어 공부를 조금씩 하게 되면서 "일본인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할 무렵   또 와가시를 사러 갈 일이 생겼다.   이번에도 판매원의 말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하얀 종이를 들면서 뭐라고 하는데 얼핏 "노시가미"라는 말이 들리고...   집에 와서 사전을 찾아보고 나서야 노시가미가 그 하얀 종이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후로 선물용의 물건을 사면 판매원들이 반드시 노시가미를 꼭 덮고 포장을 해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종이 상자 안에는 모나카가 들어 있었다. 8개에 2000엔.

노시가미(*斗紙, のしがみ)는 일본인들이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할  경우 '보잘 것 없고 작은 물건(실제로는 좋은 물건이지만 자신을 겸손하게 나타내기 위해)이어도 저의 마음을 다 해서 드립니다'라는 표시로 덮는 종이이다.   이런 관습이 처음 생긴 시대에는 진짜 그런 마음으로 했을 지 몰라도,  지금은 그저 남들이 하기 때문에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욕먹지 않기 위해서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  러나 이런 습관이 어느새 하나의 확고한 전통으로 받아들여지고,  그 형태에 있어서 현대에 맞는 새로운 모습들이 조금씩 선보이고 있다.

경사스러운 일에 쓰이는 노시가미. 글자 옆으로 "노시", 그리고 홍백의 미즈히키가 인쇄되어 있다.

"노시가미"라는 말에서 "노시"는 "노시아와비(*斗鮑)"의 준말로 전복(鮑)를 의미한다. 전복을 칼로 얇고 길게 나선형으로 잘라서 늘인 후 건조시킨 것으로, 예로부터 전복은 不老不死의 약이라고 생각되어져 왔다. 그래서 주로 건강과 장수를 축원하는 등 여러 의미에서 吉한 음식(물건)이기 때문에 에도시대(江戶時代,1603-1867)부터 어떤 축하연이나 선물을 할 경우 길게 늘여 말린 전복을 반드시 같이 차리거나 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와서는 진짜 전복을 사용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므로,

불사(佛事)에 쓰이는 노시가미.

흰 종이의 오른 쪽 상단에   빨간 종이를 육각형으로 접고 그 안에 가늘고 긴 황색의 주물(いもの)을 넣은 그림을 인쇄해서 대신 사용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표시가 무엇인가를 축하하며 정성을 다 해서 선물을 보낸다는 의미로 쓰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사(佛事, 장례나 기일 등의 모든 의식을 대부분 절이나 불교식으로 치르기 때문에 불사라고 한다)에 사용되는 선물들의 포장에는 이 "노시" 그림이 인쇄가 안된 종이를 사용한다.

돈을 넣는 인쇄된 노시부쿠로이다.

일반적인 노시가미는 대개   오츄우겐(お中元 음력7월15일경 은혜 입은 분에게 보내는 감사의 선물 ), 쇼츄우오우카가이(暑中お伺い 7월20일경 가장 더운 여름에 보내는 안부 인사겸 선물),   오이와이(お祝い 축하할 일),  오레이(御禮い 감사할 일),  오미마이(お見舞い병문안),  오센베츠(お餞別  전근)등의 선물을 포장할 때 사용한다.  "노시가미"라고 불리는 종이에는 또 다른 것이 인쇄되어 있는데, 얼핏 보면 색깔있는 끈으로 묶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있다. 이것을 "미즈히키(水引)"라고 한다.예전에는 진짜 끈으로 묶었던 것으로 이것의 유래는 멀리 중국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라시대(奈良時代, 710-784)에 중국으로 사신으로 보냈는데 그들이 돌아오면서 중국의 조정(朝廷)에서 선물을 받았다.

120엔 짜리 킨푸우.

그런데 그 선물이 마(麻)로 만든 紅白의 실로 묶여져 있었는데, 사신들이 일본으로 돌아가는 뱃길이 평온하기를 기원하며 정성을 다 해서 이 선물을 보낸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었다.  그 이후 이것을 받아본 일본의 조정에서도 선물을 할 경우 이런 식의 끈을 이용하게 되었다. 그러다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92)가 되어서야 일반 사회로까지 이런 관습이 점차 퍼졌다고 한다. 풀을 발라가며 꼰 종이로 만든 화려한 색깔의 이 미즈히키도 역시 '선물이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청결하고 깨끗한 것입니다. 안심하고 받아주세요'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노시"와는 다르게 이 미즈히키는 끈의 색과 가닥수에 따라 그 쓰임새가 조금씩 다르다.

500엔 짜리.

紅白의 끈 다섯 가닥이 나비 모양으로 매듭지어져 있으면 일반적인 경사나 선물을 할 경우, 나비가 아닌 그냥 매듭이면 병문안의 경우, 그리고 끈 열 가닥이 그냥 매듭지어져 있으면 결혼식에 쓰이는 것이다. 그 외 경축의 의미로 金色이나 赤金色을 쓴다. 또는 아예 미즈히키가 없는 흰 종이를 사용하기도 한다.  黑白, 회색의 끈은 장례식의 경우, 黃色은 장례 이외의 여러 불사(佛事), 그 외 靑色, 銀色이 쓰인다. 이렇게 노시가미에 들어가는 미즈히키는 대개 인쇄되어 있는 것이어서 미즈히키 본래의 멋을 찾을 수가 없다.   또한 노시가미와 마찬가지이지만 돈을 넣을 수 있게 만든 작은 봉투인 "노시부쿠로(のし袋)"도 역시 인쇄한 것이다.

1500엔 짜리.

그런데 실제 화려한 미즈히키의 멋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봉투가 있는데    이름이 "킨푸우(金封)"이다.  노시부쿠로의 일종으로 태평양전쟁 당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쇄된 미즈히키가 아닌 진짜 미즈히키로 봉투를 화려하게 장식하기 때문에,   물건 대신에 돈으로 선물을 할 경우 그냥 흰 봉투에 넣는 것보다 더 정성스럽게 보여서 찾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까지 노시가미와 노시부쿠로, 킨푸우, 미즈히키에 대해서 알고 나면 일본인들이 선물을 할 때의 예의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는데... 외국인들에게는 너무나 복잡한 관습이어서 다 외우기가 힘들 정도이지만 조금이라도 알아두면 그들과의 사귐이 한결 쉽게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1. 1.9)

결혼식용인 특별한 킨푸우로 미즈히키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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