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밖에..

 

holland_back.gif

Home

여 행

생 활

 

3월 20일경 오히간노히(お彼岸の日)

 

오히간노히(お彼岸の日)는 春分과 秋分을 일반인들이 이렇게 불러온 것이다. 매년 3월20일경, 9월23일경으로서 이 때를 전후한 일주간에 조상의 묘를 찾아가 공양을 드린다. 우리가 대개 한식과 추석에 성묘를 가는 것처럼 일본인들도 그들의 조상을 위해 이때만큼은 잊지 않고 정성을 다한다. 절에서는 이 일주간 계속해서 법회를 열며, 스님이 직접 신도들의 집을 방문하여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위로하며 하루라도 빨리 彼岸으로 건너가도록 염불을 한다.

내가 살던 곳에도 가까이에 묘지가 여기 저기 있었는데 이 날이 되면 묘지를 찾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였다. 한 손에는 물동이와 작은 빗자루, 또 한손에는 향과 꽃다발을 들고 온다. 그들의 묘는 대리석이나 화강암으로 만든 돌 덩이 그 자 체이기에 먼저 빗자루로 먼지를 털고, 위에서부터 조심스럽게 물을 흘러내린다. 그리고 향과 꽃다발을 넣는 통에 넣고 염주를 들고 잠시 서서 합장하며 영혼을 달랜다.

화강암으로 만든 묘비 견본으로 꽃병에 꽃을 꽂고, 향을 피울 수 있는 틀이 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왠지 일본인들에게는 삶과 죽음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초상이 나면 슬퍼도 조문객 앞에서 표정에 나타내지 않고 속으로 삼키며 대체로 조용하게 장례식을 마친다. 그리고는 집안에 있는 불단에 죽은 이의 사진을 놓아두고 매일 그 영혼을 위로한다. 혹시 집에서 가까운 묘지에 모셨다면 시간이 허락되는 한 자주 찾아가 묘를 청소하고 꽃을 갈아 끼운다. 이들이 자주 묘지에 간다는 사실은 슈퍼마켓이나 꽃집에서 보면 잘 알 수 있다. 참배용 꽃을 따로 팔기 때문이다. 처음 슈퍼에서 그 꽃을 보고 무척 궁금했는데 근처 묘지에서 보니 그 꽃이 꽂혀 있었다.  400 - 600엔 정도로 초록색 잎파리와 국화와 다른 몇 송이를 간단하게 묶은 것으로 특별한 날이 아니면 대개 이것을 사서 들고 간다.

슈퍼마켓에서 파는 꽃으로 불단이나 묘비 앞에 꽃는다.

물론 사랑하던 사람과 영원히 이별하는 것이 가슴 메이는 큰 고통인데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영혼을 위로하고 계속해서 묘지를 찾는 것을 보며 이들이 죽음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느 정도는 불교적인 내세관이 있기 때문이지만...

오히간노히가 되면 슈퍼마켓에서는 또 특별한 떡을 판다.
오하기(お萩)와 바타모치(ばた餠). 오하기는 찹쌀밥 뭉치의 겉에 단팥고물을 둘러 씌운 것이고, 바타모치는 반대로 팥고물을 안에 넣고 겉에는 찹쌀밥 그대로 뭉친 것이다. 맛이야 역시 달다. 일본의 모치들은 왜 그리도 설탕을 많이 넣는지... 때만 되면 이런 특별한 모치들을 사 먹어 보지만 하나만 먹어도 질린다. 물론 녹차와 같이 먹어야 하지만 그래도 너무 너무 달다.  (2000. 5.25)

.

  Home   여 행   생 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