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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연말 어느 정도 짐 정리가 끝나고, 이곳 오사카에서 꼬박 3년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걱정도 되고 외로운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잠깐 왔다가는 여행객이 아니기에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면 있는 그대로의 일본인의 정서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눈에 보이는 것을 그냥 무심히 넘기지 않고 그들의 가치관으로 받아들인다면 나의 세계가 더욱 넓어질 것 같았다.

연말연시를 맞아 상가들을 돌아다녀 보니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음식 재료 이외에 파는 것이 많았다. 특히 유별나게 눈에 띄이는 것이 작은 귤이 붙어있는 시메나와(しめなわ). 다들 300-2000엔 정도를 주고 사 가는데 무슨 용도로 쓸까 참 궁금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앞 집 현관문 위에 달려있는게 아닌가. 나중에 보니 자동차의 번호판 위에도 붙이는 사람이 있었다.  자기의 소유물에 이 시메나와를 붙이는 것은 일종의 액막이로써 앞으로 1년동안 성스럽게 보호받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잘 접은 특이하게 생긴 종이가 붙어있는데 그 이유는 단지 시메나와가 눈에 잘 띄게 해서 그 존재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2003년 정월, 나고야의 어느 건물 현관에 장식된 시메나와와 카도마츠.

그리고 상점이나 건물의 입구에는 카도마츠(門松)라는 큰 장식물이 버티고 있다. 이것의 의미는 중국에서 전래된 풍습으로 松이 長壽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에서는 平安時代부터 竹을 첨부하여 새해를 맞는 기쁨을 나타낸다. 일반인들은 그렇게 커다란 카도마츠를 장식할 수 없기에 집 현관안에 장식할 정도로 작게 만들어 놓아둔다. 나도 그 당시에 꽃꽂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만들어 보았다. 집안이나 현관에 장식한 카도마츠는 1월7-15일내에 거두어 태워 버린다.

이렇게 외부장식이 끝나면 각 가정에서는

1월1일에서 3일사이에 먹을 음식(오세치요리,おせち料理)을 3, 5단의 찬합에 들어가도록 준비한다.  음식의 종류는 각각 그 의미가 있으며 예쁘게 잘 담아 손님상에 내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세상이 바쁘다 보니 유명한 요리 식당에 이 음식을 주문하여 먹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특별한 떡을 먹는데 '하나비라모치(花 びら餠 )'라고 한다. 흰 모치 안에 붉은 색의 모치를 겹쳐 넣고 팥소를 넣은 다음  달게 조린 우엉을 하나 끼운다.   옛날부터 궁중에서 먹던 음식이 일반인에게 전해진 것이다.

오세치요리

하나비라모치

그리고 집 안에 있는 佛壇이나 神棚에는 찹쌀로 만든 흰색의 카가미모치(鏡餠)를 놓아둔다. 이 모치는 神과 인간의 중개역할을 하여, 1년간의 행복을 기원하며 신에게 올린 후 가족 모두가 나누어 먹으 면 신으로부터 축복을 받는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나 할까...   그냥 편평하고 둥근 찹쌀떡 大小 2개를 올려놓는데 2라는 숫자는陽과 陰, 親과 子를 의미한다. 둥근 모양이 예전에는 찹쌀떡이 금방 맛이 상했을 지도 모르나 현재는 진공 포장의 떡을 슈퍼에서 팔고 있기 때문에 손 쉽게 구하고 보존도 오래 간다.

이렇게 놓아둔 모치를 대개 1월11일에 카가미아키(鏡開き)라고 해서 이날 포장을 뜯고 처음 먹게 된다. 원래 이 풍습이 武士 집안에서 내려온 것이기 때문에, 공양한 모치를 나누어 먹기 위해서는 칼을 넣어 잘라야 하는데, 무사들이 "자르다(切)"란 말을 싫어하였다. 그래서 대신 나온 말이 "개운(開運)"이란 말에서 따와 모치를 "열다(開)"라고 하는 것이다. 또한 이것을 먹으면 이(齒)가 튼튼해진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이런 저런 집 안밖의 준비가 끝나고 진짜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하츠모오데(初詣)라고 해서 神社나 절에 참배를 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12월31일에서 1월1일로 바뀌는 순간에 참배하려는 사람들이 있기에 유명한 절이나 신사가 있는 곳에는 교통 수단이 대부분 끊어지는 그밤에 지하철이 특별 운행을 한다는 것이다. 이 운행에 대한 공고(시각표)문이 며칠 전부터 역 구내에 붙어있기 때문에 우리도 한번 가 보기로 하였다. 우리는 나라(奈良)의 東大寺에 갔었는데 역시 그 깊은 밤에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2002년 1월2일 어느 절의 본당 앞에서.

커다란 장작불 옆에서 벌벌 떨며 동대사 정면에 있는 큰 문이 열리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평소에는 左右에 있는 작은 문이 출입구인데 이 날의 경우만 소위 정문을 열기에 왠지 다른 사람들 보다도 먼저 들어가고 싶었다. 다들 마찬가지의 마음으로 서로들 밀치는데... 이렇게 새해를 맞아 소원도 많았는데 얼마나 이루어졌을까...

동대사 이외에 일본에서 제일 유명한 3대 신사(神社)에도 무지하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데, 토쿄(東京)의 메이지진구(明治神宮)에는 1월1-3일 사이에 대략 300만명, 나고야(名古屋)의 아츠타진구(熱田神宮)에는 200만명, 미에현 이세시(三重縣 伊勢市)에 있는 이세진구(伊勢神宮)에는 70만명 정도가 참배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차례를 지내지 않으니 이런 곳이라도 다녀와야 마음이 편안해지고 새해에는 모든 일이 잘 풀리 것 같은 기분이 드는가 보다.

 

새해가 시작되면 상점가에서는, 특히 백화점에서는 하츠우리(初賣り)라고 해서 특별히 준비한(수량이 백화점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개 700 - 2000개 정도 된다) 상품을 파는데 그 이름하여 유명한 후쿠부쿠로(福袋). 빨간색 종이 봉투에 2-3만엔 정도의 물건을 넣고 1만엔에 팔기 때문에 개장 시간전에 벌써 입구에는 사람들이 진을 친다. 그래서 백화점측에서는 문을 열기 전 번호표를 나누어 주고 오후 2시 정도까지만 판매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30분만에 다 팔린다고 한다. 서로 뺏어가듯이 산 봉투에는 왠만큼 쓸만한 물건들(예로 스웨터, 샤츠, 수건, 머플러, 스타킹, 지갑 등)이 들어있기에 결코 손해는 아니다. 만약 크기가 안맞는 옷이 있다면 여기 저기 모여서 서로의 물건을 비교하는 아줌마들의 옷과 바꾸면 된다.

백화점측에서는 몇 달전부터 이 물건을 준비하면서 TV의 어느 프로그램에서 물건을 보여주기 때문에 왠지 사지 않으면 손해볼 듯한 생각이 들게끔 한다. 이렇게 내가 겪고 본 正月은 바쁘게 훌떡 지나가 버렸다.  (2000. 5.20)

어느 가게의 와코루 상품 후쿠부쿠로

2002년 나고야 미츠코시 백화점의 후쿠부쿠로 가방. 실용적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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