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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와리(尾張) 지방의 결혼식

 

나고야로 이사를 온 후, 오사카에서 사귄 일본 아줌마들에게 인사를 할 겸해서 오사카에 한 번 간 적이 있다. 오래간만에 다시 만나니 반가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드디어 나온 이야기가 있다. 어디선가 소문에 들은 나고야의 호화판 결혼식을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조금은 비아냥거리는 듯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결혼식 날 신부의 집 지붕에서 마당에 모인 동네 사람들에게 과자 봉지를 던진다는 둥, 어느 누구는 신접 살림살이를 집안에 좌~악 펼쳐서 구경시키는데 15단쯤 되는 서랍장에 계절별로 입을 기모노(着物)가 수십 벌 가득 담겨 있었다는 둥... 하여간 오사카와 다른 풍습에 대해 얼떨결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또 언젠가 "나고야학(名古屋學)"이라고 해서, 나고야 지방의 특징을 적은 책을 보니 거기서도 이런 결혼식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나고야 사람들은 토쿄나 오사카 사람들보다 좀 구두쇠인데, 딸이 결혼을 하게 되면 그 때만큼은 확실하게 돈 아끼지 않고 팍팍 쓴다고 한다. 일종의 유산 상속을 겸한 것이기 때문에 살림살이도 좋은 제품을 사서 보내고, 한편으로는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재력을 과시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그런 살림살이를 보내기 전에 우선 자기 집에 펼쳐놓고 동네 사람들에게 구경을 시킨다는 것이다.

또 언젠가 TV에서 보니, 나고야의 어느 유서깊은 집에서 자신의 할머니가 결혼하면서 가져온 물건들을 공개 전시한다고 보여준 적이 있다. 그런 물건들을 지금까지 보관할 정도로 집도 큰데, 어느 무지하게 큰 방을 보니 벽면과 바닥에 가득 기모노를 전시해 놓았다. 어릴 때 결혼을 하면서 아마 평생 입을 기모노를 해 온 것 같다. 그 외 다른 가구들도 있는데 당시로서는 돈 좀 꽤 들인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아주 소수의 한 가닥 한다는 집안에서나 일어나는 일인데, 매스컴을 타고 전국에 퍼지다 보니, 전체 나고야 사람들이 다 그러는 것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여기까지는 나도 들은 이야기에 불과한데, 어느 날 TV에서 우연히 직접 보게 되었다. 제목은 "오와리(尾張, 현재의 愛知縣 西部로 예전의 지명)의 요메이리(嫁入り)"라고 해서, 이 지역에서 행해진 전통 결혼식의 이야기이다. 아니 전통과 현대식 모습이 반반씩 섞인 결혼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결혼식은 지역마다 풍습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충 결혼식장이나 호텔 그리고 신사(神社) 등지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처럼 많은 하객들을 초대하거나, 주례를 보는 사람이나 주례사가 없다. 소수의 일정한 사람만 초대해서, 서양식으로 간단하게 일단 식을 치루고 파티와 같은 피로연을 연다. 신사에서 식을 치루어도 피로연은 거의 같다. 그런데 이 방송에서 소개한 신랑과 신부는 부유하지는 않지만 왠지 전통 방식으로 하고 싶다는 계획을 세워서 오직 결혼식만을 위해 3년간 저축을 하였다고 한다. 본인들 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빠듯한 살림을 하면서 모으고 모으고... 그래서 드디어 결혼식을 치루게 되었다.

먼저 결혼식이 있기 며칠 전, 좋은 날짜(달력에 길흉을 나타내는 여섯 분류의 날이 있는데 그 중에서 大安이라고 쓰여진 날)를 골라 두 사람이 살게 되는 집에 살림살이을 들여보내는데, 이 또한 특이하다.

신부의 어머니가 1000엔씩을 넣은 봉투 몇 개를 같이 가는 사람에게  건네주는데, 이는 살림살이를 실은 트럭이 길을 가다가, 어느 골목이나 좁은 길에서 다른 차와 만나게 되면, 그 상대 차가 먼저 뒤로 빼주기를 부탁하면서 주는 돈이라고 한다. 트럭은 도착지까지 계속 "앞으로 나가기"만 해야지 만약, 뒤로 빼는 경우가 있으면 신부가 언제고 다시 친정으로 돌아오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의미에서...

앞으로 전진만 하는 살림살이를 실은 트럭

이렇게 해서 트럭에 물건을 싣고 가는데, 여기서는 단지 붉고 흰 띠를 둘렀을 뿐이다. 어렵게 준비하는 결혼이기 때문에 물건들이 그리 남에게 자랑으로 보일 만한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출발 전에 신부 집에서도 달리 이웃에게 펼쳐 보이지를 않았다.

전에 읽은 책에서는 트럭 벽면을 유리로 만들어서 가구가 전부 보이게 한다고... 그리고 실제 그런 허영을 보일 돈이 없는 사람은 트럭과 가구 등을 빌려서 단지 주위의 사람들에게 구경만 시킨 후, 마치 신랑 신부의 새 집으로 가는 것처럼 출발을 해서 그대로 빌려준 회사의 창고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과연 그럴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살림살이 중에서 제일 먼저 들여보내는 것이 거울(경대)이다. 거울은 여성의 "생명"이라는 믿음에서 가장 소중한 물건.

 

여기서는 실제 시부모와 같이 사는 것이므로, 새로 짐이 들어오는 때쯤 그 동네 집집마다 신부가 시어머니 될 분과 같이 인사를 다닌다. 1000엔 정도 되는 과자를 사서 선물로 드리면서... 사람들의 전출입이 빈번한 대도시와는 다른 농촌이기 때문에 더더욱 이웃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드디어 결혼식 당일!

신부 집에서는 미용실 사람을 불러서 신부의 머리를 매만지고, 화장을 하고, 결혼식 예복인 시로무쿠(白無く)기모노를 입혀준다. 머리에는 하얀 면으로 만든 모자를 쓴다. 신랑은 자기 집에서 몬츠키하카마(紋付きはかま)를 입고 준비한다. 이쯤 되면 벌써 동네 사람들이 집 주위에 몰려들어 신부의 모습을 보려고 한다.

동네 인사 다니기

아니 어쩜 과자 나눠주기(菓子まき)를 더 기대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일단 거실에 부모와 함께 신부가 나타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리고 친척들이 모여든 사람들에게 과자를 나누어 준다. 여기서는 그냥 나누어 주었지만, 어떤 경우에는 집의 지붕에 올라가 호쾌하게 아래로 내 던지기도 한다. 전부들 그것을 받으려고 손을 뻗어 허우적 거리고, 심하면 앞치마를 벌려서 많이 받으려고 애쓰는 아줌마도 있으니 집앞이 웅성웅성 시끌벅적해진다.  이런 벅적거림은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하는 신부의 앞날이 늘 화기애애하도록 축원하는 것 같다. 또한 기뻐하고 축하하는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신부는 낳고 길러주신 부모와 헤어지는 아쉬움을 애써 참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부와 부모가 동네 사람들에게 멋진 모습 보이기

과자 받기

신랑 집 앞에서도 사람들이 공짜 과자 받아서 희희낙락

 

과자 나눠주기가 끝나면 드디어 신랑이 신부를 데리러 온다. 옆에는 나코오도(仲人) 부부가 같이 있다.

일본에서 나코오도는 한자만 보면, 우리나라의 중매장이와 비슷하지만 역할은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의 중매장이는 처음 당사자들을 소개시켜주는 것이 주된 역할이지만, 일본에서는 이런 약혼과 결혼 의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물론 식을 간소하게 치루는 사람들은 굳이 나코오도 역할을 부탁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은 양가 집안을 정중하게 대하면서 식이 잘 치러지도록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대부분 신랑의 직장 상사 등, 양가 집안에서 무시하지 못할 위치의 사람에게 나코오도 역할을 신랑이 부탁한다.

왼쪽은 신랑과 나코오도 부부, 오른쪽은 신부측.

그래서 나코오도는 약혼식이라고 할 수 있는 유이노(結納) 날에 유이노힝(結納品)을 신부 집에 전달하는 역할도 하고, 결혼식 당일에는 신랑과 함께 신부 집에 와서 부모에게 예를 드린 후, 신부를 신랑의 집으로 인도한다. 양가 집안의 어른이나 대표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나코오도가 알아서 일 진행이 무리없게 이루어지도록 신경을 쓰는 것이다. 물론 식이 끝나면 약 10만엔 정도의 사례비를 받지만...

나코오도와 신랑의 인사가 끝난 후, 신부는 마지막으로 부모에게 인사를 드린다.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며, 그리고 꼭 행복하게 잘 살겠다고... 그런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이런 인사가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

감사의 마음을 어찌 다 전할까...

 

우리나라에서는 어른이 확실하게 아랫사람에게 절을 받는데, 일본에서는 가끔 같이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어떤 때는 부모자식간에 너무 정이 없는, 타인 대하듯이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자식을 치마폭에 감싸서 언제까지고 애지중지 하고 싶지만, 눈물을 머금고 한 성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자식의 성장을 인정하며 앞으로 걸어갈 길을 축원하는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 인생에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 더 이상 부모에게 기대어서, 그늘 밑에서 세상 모르고 어리광 피울 시기는 끝났다는 것을, 부모 자신도 가슴 메어지게 되새기고, 자식에게도 절절한 마음으로 전하는 것이다.

나코오도 부인의 손을 잡고 신랑 집으로 출발!

부모에게 인사를 드린 후 신부는 나코오도 부인의 손에 끌려서 시댁으로 간다. 그리고는 입고 간 하얀색의 시로무쿠(白無く)를 벗고, 화려한 이로우치카케(色打掛)로 갈아 입는다. 이것을 이로나오시(色直し) 또는 소메나오시(染直し)라고 하는데, 신부가 시댁의 가풍에 젖어들어 '그 집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어찌보면 하얀 시로무쿠가 신부의 순결함을 나타낸다고 하지만, 다른 의미로는 자신이 여지껏 태어나서 커 온 친정의 가풍을 말끔하게 잊어 버리고 시댁으로 들어가야 별 어려움이 없이, 부딪힘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시댁에서 옷 갈아입고 피로연장으로...

신부는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이런 차림으로 피로연 장소로 간다. 예전에는 그냥 집에서 손님을 불러 식사를 했지만, 현재는 대개 레스토랑이나 전문 식장에서 치룬다. 양가 합쳐서 6-70명 정도 되는 손님만을 초대해서 식사를 하면서 나코오도가 하객들에게 신랑 신부를 소개하고, 하객들은 신랑 신부의 앞날을 축원하는 이야기를 순서대로 하기도 하며, 건배도 하고... 그리고 파티에 어울리게 신랑 신부도 양복과 드레스로 다시 한 번 더 갈아입는다.

식은 화기애애하게 진행이 되지만 한 번 쯤은 눈물을 머금는 순서가 있는데, 신부가 친정 부모에게 올리는 편지를 읽을 때이다. 좀 형식적인 것 같지만 부모는 만감이 교차되어 눈물을 글썽이고 신부도 감사와 아쉬움에 목이 매이고... 이렇게 해서 결혼식 겸 피로연이 끝나면 신랑 신부는 신혼 여행 출발!

피로연장에서 하객에게 인사

 

여기에 모인 하객들은 처음부터 초대장을 받은 후 참석한다는 뜻을 확실하게 알리고 모이게 된다. 당일 남자들은 대부분 검은 양복에 흰 넥타이 차림으로, 기혼 여성은 검은 정장 투피스에 흰 진주 목걸이를 하거나, 검은색 바탕에 금박 무늬가 조금 들어간 쿠로토메소데(黑留袖)라는 기모노를 입는다. 미혼 여성은 원색으로 화려한 후리소데(振袖)라는 기모노나 이브닝 드레스를 입는다. 그리고 식이 끝나고 돌아갈 때는 히키데모노(引き出物)라고 불리는 선물을 한아름 받는다. 축의금으로 1인당 대개 3-4만엔 정도는 내는데, 그 돈 안에 식사비와 이런 선물비가 다 포함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신부가 부모에게 올리는 편지를 울면서 읽고 있다.

피로연장의 모습과 이 결혼식에 들어간 비용이 양가
합쳐서 700만엔 정도라고...

 

 

이런 결혼식이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면 정말 돈이 많이 든다. 일본에서 대학을 갓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간 사람의 초봉이 약 20만엔 정도이니, 부모의 도움없이 자기가 저축해서 결혼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뉴우세키(入籍)라고 해서 호적에 이름만 올리고 같이 살기도 한다.

일본의 三和銀行(현재는 UFJ銀行으로 합병)이 1998년 11월 "결혼식 전후의 출납부"란 제목으로 결혼 비용에 대한 조사를 하였다. 항목별로 보면,

1. 약혼식인 유이노오(結納), 결혼식과 피로연, 신혼여행, 살림살이 준비, 월세 아파트 계약(일본에서는 자기 집이 없으면 월세 3-5개월치를 보증금으로 내고 임대 아파트나 맨션에서 산다) 등에 들어간 비용이 평균, 關西지방에서는 810만엔, 關東지방에서는 680만엔이다.

2. 신랑 신부 측에서 내는 금액은 평균, 신랑이 445만엔, 신부가 292만엔 정도이다.

3. 예식별 금액을 보면, 호텔에서 평균 87명 정도의 하객을 초대해서 352만엔. 일반 식장은 78명에 286만엔. 레스토랑은 66명에 250만엔. 공공시설은 73명에 195만엔이다. 피로연에 나오는 음식이 하객 1인당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하여간 누군가에게 결혼식이 끝나고 소감을 물으니 전쟁을 치루고 난 것 같다고 하던데... 우리나라에서도 여러모로 신경 쓰이지만 일본에서는 당사자 뿐만아니라 손님들까지도 입을 옷이며, 축하말이며... 준비할 일이 참 많다.

 

 

*** 참고  

리쿠르트사의 계열 회사인 결혼 전문 잡지사(ゼクシイ)에서 2002년 9월9일, 결혼 비용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전국 4350쌍을 대상으로 한 결과, 결혼 비용 총액이 평균 518만엔이며, 그 중에서 토카이(東海, 나고야 중심)지역이 585만엔이라고 한다. 또한 나코오도(仲人)를 부탁하는 경우는 10%에 불과 하였다. 이는 회사에서 종신고용제도가 붕괴되면서 직장 상사에게 부탁하는 것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예전과 비교해서 총액이 줄어드는 것은 그만큼 일본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그리고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지미콘(地味婚)"이라고 해서 간소한 결혼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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