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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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일본에 왔을 때의 이야기다.  난생 처음의 해외여행이니 나름대로 여러 가지 기대를 하고 왔지만,  막상 와보니 우리나라와 크게 다른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역앞 상점에 과일이며 먹을 것을 잔뜩 쌓아 놓고 파는 모습 - 특히 케익을 한조각씩 잘라놓고 파는 모습 - 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집 마당에 푸른 잎의 나무들이 서 있는게 신기했고,  깜찍하게 지어진 새짐 - 반짝반짝 빛나는 스테인레스 연통과 이골목 저골목에 못보던 음료수들을 파는 자동판매기가 여기저기 많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모습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도쿄 변두리의 친지 집에서 며칠을 지내다,  어느날 역으로 나가던 길이었다.  동네 입구에 조그만 새 건물이 있었고, 뒤편으로는 뒷집과의 사이에 폭 1.5m쯤 되어 보이는 뒷마당(골목)이 있었는데 이곳을 우연히 들여다 보고는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좁은 뒷골목을 아스팔트로 포장해 놓았는데,  힌색 도화지와 검은색 도화지를 칼과 자로 잘라 붙인 듯이 깨끗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아스팔트 포장은 중간 중간의 가스관, 수도관, 하수도관 등등의 맨홀구멍 테두리 처리까지 완벽하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때만 해도 서울 변두리 건물 뒤편은 쓰레기와 연탄재가 쌓여 있고, 밤이면 취객들의 뒷처리 장소로 애용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던 나로서는 황당할 정도로 놀라울 뿐이었다.
 

그동안 서울도 많이 깨끗해졌고,  개인적으로도 일본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한일간의 차이점을 별달리 의식하지 못하고 살게 되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당시의 기억을 새삼스럽게 일깨워주는 풍경을 나고야의 뒷골목에서 발견하였다.  나고야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시케미찌(四間道) 들을 받치고 있는 축대.  

굳이 그렇게까지 돌 모서리를 맞추어 쌓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중을 받쳐주기만 하면 될 것을 그렇게까지 시간과 공을 들일 필요가 있었을까?  시간이 지나 집이 낡으면 축대까지 함께 부수고 다시 새로 쌓는 게 경제적이지 않을까?   이런 것이 전통적인 일본의 장인정신을 나타내주는 표본이고,  또 과잉품질주의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인가?  아니면 단지, 당시의 석수장이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모서리 맞추기 시합을 벌인 결과일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정확히 틀을 맞추어 쌓은 축대가 결국 오랜 시간을 견디고 굳건히 서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축대가 완벽하게 쌓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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