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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나미가와겐류이키(片波川源流域)의 거목(巨木)

 

 

 

얼마 전 오사카(大阪)에서 사시는 N아줌마가 우리 집에 오셨다. 거의 일년만에 만나는 것이니 이런 저런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는데, 아줌마가 작은 사진첩을 보여주며 자신이 이런 곳에 갔다왔다고 하신다. 보기에도 무지하게 굵은 나무들이 여기저기 있어 같이 간 일행들이 줄자로 밑둥 굵기를 재 가며 구경했다고 한다. 하긴 예전에 아줌마와 그 친구분들과 같이 어느 농촌 지역을 다닌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 때도 어느 커다란 나무를 찾아 간 것이었고, 그 코스를 정한 분이 주로 그렇게 큰 나무들을 보러다닌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 분이 주도가 되어 갔다나... 사진을 보여주며 대충, 교토의 북쪽 산인데 큰 나무들이 많이 있고... 이 지역이 개발되어 없어질 뻔 했다고... 시민 운동으로 보존되었다고... 이렇게 설명을 하는데, 왠지 더 궁금해져서 자세히 물어보니 4년전에 갔던 곳이어서 그 때 들었던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신다. 에!~~ 4년전? 갔다 오신지 얼마 안되는 곳인 줄 알고 캐물었던 것인데... 좀 죄송했다.

이후, 오사카로 되돌아 가신 아줌마에게서 메일이 들어왔다. 거기를 안내한 친구분에게 내 이야기를 하며 자세한 내용 설명을 부탁했다고... 그리고 얼마 후 자료들을 보내주셨다.

이 곳은 京都府 北桑田郡 京北町와 京都市 左京區 廣河原菅原町의 경계에 있는 카타나미가와겐류이키(片波川源流域)라는 곳이며, 여기의 일부인 106.63 ha가 " 京都府自然環境保全地域의 제1호"로 1999년3월30일 지정된 곳이다.

이 일대는 예전부터 교토 사람들이 키타야마(北山)라고 해서 신성하게 여겼으며, 여기서 자란 나무들을 주로 神社나 궁전을 짓는 데 재목으로 사용하였다. 그래서 다르게 표현한다면, 이 키타야마가 교토의 문화를 키워냈다고도 한다. 이런 지역에 지금까지 벌목되지 않고 남아있는 큰 나무들이 "후쿠죠다이스기군(伏條台杉群)"이라는 것이다.

 

현재 일본 전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나무가 높이 곧게 자라는 스기(杉)인데, 분류를 하면 "우라스기(ウラスギ)"와 "오모테스기(オモテスギ)"가 있다고 한다. 우라스기는 주로 동해(東海, 일본에서는 日本海라고 함) 쪽에서 자라는 천연 스기의 변종인데, 가지를 길게 뻗어 늘어뜨리며 자란다. 이 가지에 매년 눈(雪)이 쌓여가며 그 무게에 조금씩 땅으로 내려 앉게 되고, 닿은 부분에서 뿌리가 나와 새로운 한 그루로 자라는데, 이렇게 번식해 가는 방법을 "후쿠죠코신(伏條更新)"이라고 한다.

그리고 예전부터 林業 기술이 발달하여, 한 그루의 나무에서 재목거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밑둥을 크게 하고 그 위로 곧은 가지가 여러 개(그루) 자라도록 해 왔다. 이렇게 밑둥이 비대하게 커진 모양이 일본의 城에 세워지는 망루인 야구라(台, 櫓)와 비슷하다 하여 "후쿠죠다이스기(伏條台杉)"라 부르게 된 것이다.

조금 빗나간 이야기지만, 키타야마스기(北山杉)라고 해서 주택의 정원에 심는 비싼 가격의 나무가 있는데, 밑둥은 하나이지만 위로는 여러 개의 가지가 곧게 올라가 있고 중간 중간 잎들이 뭉쳐서 난 나무가 있다. 이렇게 키운 스기 나무를 키타야마스기 중에서도 야구라스기(台杉)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많은 재목거리를 위해 만든 모양이지만, 현재는 교토의 문화적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 키운다고 할 수 있다.

어찌 되었건 카타나미가와겐류이키(片波川源流域)의 "후쿠죠다이스기(伏條台杉)"가 벌목을 피해 수백년을 그 자리에서 조용히 살아왔고, 앞으로도 또 그렇게 지낼 수 있었는데, 사람들의 욕심이 한동안 나무 주위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1979년부터 키타야마 근처의 동네 개발 계획이 발표되어 동네 주민들, 개발업자, 공무원, 정치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해졌으며, 1989년에는 "ふるさと森都市構想"이라는 계획을 만들어 키타야마 일대에 도시 주민을 불러들일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도로를 여러군데 관통하겠다는 것이다. 이 도로 건설 계획이 더 크게 발전해서 "丹波廣域基幹林道"라는 교토후(京都府) 북부 지역의 개발로 이어졌다. 그리고 1990년에는 서로 인접한 쿄토후(京都府), 시가켄(滋賀縣), 나라켄(奈良縣)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을 하나의 거대 관광자원으로 묶어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키타야마를 거치는 "エコカルチャ-ロ-ド"라는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게획이 발표되었다.

교토시(京都市)와 쿄토후(京都府)에서 만든 이런 야심만만한(?) 계획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시민들은 의아해했고, 건설이 시작되면서 당연히 반대 운동이 벌어졌다.

키타야마(北山)가 단지 "북쪽에 있는 산"이 아니라, 교토의 역사와 문화를 지켜온 산으로 교토 시민의 자존심과도 같은 곳이다. 그런 곳에 또한 수백년을 살아온 거대한 스기 나무들의 군락이 있는데, 어찌 정치가들과 개발업자들의 이익을 위해 탁상공론으로 마구 파헤친단 말인가...

이런 시민 운동의 결과와 나라 전체의 침체된 경제 사정의 영향을 받아, 키타야마 근처 동네 개발 계획은 완전히 없어지고, "丹波廣域基幹林道"는 거의 완성을 앞두고 사업이 중단되었다. 또한 본래 내고자 했던 방향에서 다른 곳으로 길을 내어 결국, 카타나미가와겐류이키(片波川源流域)가 살아남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일본에서는 공공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는 의견이 강해 아마 고속도로 건설은 물 건너간 계획이 되리라고 본다.

키타야마 일대에 건설된 도로와 중단된 현장들이 여기저기 있어 완전히 예전의 모습은 아니지만, 일부 산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은 하이킹 코스가 정해져서 한 번 겪은 상처들을 보며 사람들은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뭔가 하고 싶은 것이 필요인지, 욕심인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하고, 필요한 행함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까지 하고 절제해야 할 지, 그 절제로 인해 당장은 만족감을 받지 못하지만, 그런 희생이 있어서 지켜지는 것이 무엇인지...

 

 

 

 

 

 

 

나무가 너무 크다보니 벌목은 못하고, 대신 일부분을 잘라내어 재목으로 사용하였다. 오른쪽 옆 부분의 표면이 잘려나간 것.

키타야마스기 중 야구라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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