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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京都)의 오랜 된 가게들

 

10월 초순 경 마츠자카야(松阪屋) 백화점에서 "교토 시니세전(京都 老포展, 오랜 전통을 가진 가게들의 특별 판매 행사)"을 한다는 광고를 보고, 오래 간만에 교토의 분위기를 느껴보려고 가 보았다. 이런 행사가 있는 때면 백화점의 다른 층의 매장에서는 별로 사람들을 볼 수 없고, 행사장에만 바글 바글한데, 역시 교토라서 그런지 더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일본인에게 있어서 "교토"는 왠지 머리를 들어 올려다 보아야 하는 위치에 있는 듯하게 여겨진다. 예전에 천황이 살았고 여러 귀족들의 문화가 발달되었던 곳이어서 그런가... 평범한 사람들의 분위기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우아, 기품, 단정, 차분함... 이런 단어들이 어울리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사람들 틈 사이로 연신 사진을 찍으며, 급속히 변하는 여러 유행의 문화 속에서 자신들의 가게와 기술을 지켜온 교토 사람들의 고집이 보이는 듯 했다. 많은 수가 팔리지 않아도 자신의 기술을 인정하고, 제품의 질을 인정해서 사 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끝까지 기다린다는 그런 얼굴 표정이 왠지 조금은 슬퍼보였다. 음식을 판매하는 곳은 사람들이 몰리지만 공예품 판매대는 그런 기다림의 연속...

왼쪽은 여자들이 기모노(着物, 일본 전통 의상)를 입을 때 신는 신발로 "조오리"라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런 모양으로 된 슬리퍼가 있기도...  이런 신발은 헤이안 시대(平安時代, 794-1192) 때부터 만들기 시작했다고 하나 주로 얇은 대나무 껍질이나 풀로 만든 것이고, 제대로 가죽을 사용해서 만들기 시작한 때는 에도 시대(강호시대, 1603-1867) 후기라고 한다. 여기 보이는 제품들은 여러 색깔을 입히기는 했으나 전부 가죽으로 만들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어서 10,000엔(약100,000원) 대부터 가장 비싼 것은 맨위에 보이는 빨간색 조오리로 170,000엔이라고 한다. 이런 조오리를 살 때는 대부분 색깔이나 모양이 같은 핸드백까지 같이 사게 되는데, 어쩐지 우리 나라에서 한복을 맞추면 한 복과 같은 천으로 핸드백을 만들어주는데 여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가운데는 내년이 십이간지 중에서 "말의 해"이기 때문에 여러 모양의 장식품, 에토를 판매하는 곳이다.  

오른쪽은 부채를 모아 놓았는데, 일본인들은 부채가 "길(吉)"한 물건이라고 여긴다. 부채를 펴서 보면 그 끝이 넓게 펴지기 때문에 자신에게 온 행운이 계속해서 넓게 사방에 펴졌으면 하는 희망을 간직한 물건인 것이다. 사진에 보이는 커다란 부채들은 그런 의미를 가진 것으로 정월 장식품으로 사용된다. 아래의 작은 부채들은 챠세키(茶席, 녹차를 우려내는 기법을 배우는 모임)에 갈 경우 기모노의 여밈 사이에 살짝 끼워 넣는 장식품이다. 물론 더운 여름에는 땀을 식히고...

왼쪽은 일본 전통 인형의 하나인 "이치마닌교(市松人形)"이다. 에도 시대에 서민들에게 사랑을 받던 인형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너무나 비싼 장식품이다. 보기에는 별 차이를 모르겠는데 맨 앞의 것의 가격이 98,000엔이고, 가운데가 70,000엔이라고 한다. 인형에 맞는 기모노를 겹겹이 입힌 것이데 그 모양이나 천의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것이다.

가운데는 일본식 카드 놀이, 카루타(Carta) 포루투갈에서 들어온 카드를 응용해서 그림과 문장을 넣은 카드이다. (카루타에 대해서는 게시판 51번에 있는 자세한 설명을 보아 주세요)

오른쪽은 비싼 나무 도마인데, 보이기는 간단해도 만들기는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커다란 나무를 잘라 5 - 12년 정도 방치하면서 어떤 비법으로 건조시키는데 아무리 물어 보아도  이 도마를 만드는 장인이 가르쳐 주지를 않는다. 구입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래도 도마에 물 때가 껴서 검게 되는 것을 방지하는 법은 가르쳐 주었는데... 신문지를 깔고 젓가락을 놓고 그 위에 도마를 얹어 식용유를 잔뜩 뿌리면 조금 있다가 다 스며들고 그런 반복을 5-6회하고 또 뒤집어서 그렇게 하고, 하룻밤 놔 둔 후 아침에 세제로 도마를 닦으면 된다고 한다. 이런 번거로움이 싫어 젊은 사람들은 플라스틱 제품을 사는데, 나무 도마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몇 십년을 사용할 수 있는 나무가 더 정이 간다고 한다.

왼쪽은 향(香) 원료를 다듬는 장면이다. '향'이라고 하면 가늘고 긴 향만이 생각 나는데(물론 요즈음에는 여러 모양의 여러 향이 나는 향이 있다) 그러고 보니 원료에 대해서는 너무 모른다. 그저 단순하게 향나무인가 라고만... 여기 보이는 검은 덩어리가 일본에서 가장 비싼 원료라고 한다. "진코오노키(沈香木)"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구할 수 없고 베트남이나 라오스 정도에서 자생하는 나무의 일부라고 한다.

거기서는 "야우바오"라고 부르며 대개 북위 10-15도 정도의 지역에서 50 -100년 정도 자란 나무의 검은 수액(樹液)이 어느 부분에 모여 두껍게 층을 이루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 향이 진해진다고 한다. 이런 원목이 이 가게에 들어온 지도 약 20년은 된다고 하는데, 검은 덩어리를 들어 냄새를 맡아보니 상품화된 여러 향은 진짜 '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의 부드러움이 생생히 느껴지는 편안함... 머리가 맑아지고... 이래서 향을 즐기는 사람들이 비싸도 사가는구나... 옆에 작은 비닐 봉지에 든 조각 하나가 26,000엔(약260,000원)이라고 한다.

가운데는 철사로 만든 부엌용품들이다. 여러 가지 전통 공예품들이 싸고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들에게 밀려 점점 보기가 힘들어지는데, 이런 것들을 보면 왠지 어릴 적에 많이 보던 물건인 것 같아 한 두 개 정도 사고 싶은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일본에는 100엔숍이라고 해서 모든 물건을 100엔에 살 수 있는 곳이 많아 대부분의 생활용품을 거기서 다 사기 때문에, 이렇게 비싼 물건들은 왠지 쳐다보기도 미안한 생각이 든다. 만드는 사람은 어딘가 어설픈 중국제보다 사용하기에 편하도록 여러 가지 정성을 들여 만들었는데, 다들 그냥 힐끗 쳐다만 보고 지나가니...

오른쪽은 대나무로 만든 핸드백이다. 다른 용도의 제품들도 정말 멋있게 만들었는데 그 중에서 이것이 제일 손이 많이 간 듯하다. 구석구석 너무나 치밀하게 짜여져 있어서 그냥 제품이 아니라 '예술'이라고 생각했더니 가격이 80,000엔(약800,000원)이라고 한다. 외국 무슨 유명 브랜드의 핸드백과 맞먹는 가격인데 과연 사는 사람이 있을까... 정성이 들어간 것으로 친다면 다를 바가 없는데 단지 가게 이름이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뿐. 기술력이 떨어져서 밀린다면 할 수 없지만 허울좋은 명성에 밀린다면 무척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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