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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和)

 

일본에 살면서 많이 듣고 보는 漢字가 "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화"라고 읽지만, 일본에서는 "와"라고 읽으며 "일본 고유의~" 라는 뜻을 지닌다.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라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韓"자를 붙이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고유의 옷을 韓服, 종이를 韓紙라고 하듯이, 일본에서는 와후쿠(和服), 와시(和紙)라고 한다.

그 외, "和"자가 들어가는 말을 보면, 와쇼쿠(和食, 음식)  와테쇼쿠(和定食)  와소자이(和總菜, 특히 반찬)  와숏키(和食器, 그릇)  와가시(和菓子, 떡 과자류)  와가사(和傘, 우산)  와가구(和家具)   와타이코(和太鼓, 북)  와잣카(和雜貨)  와호쵸(和包丁, 식칼)  와가라(和柄, 문양) 와로소쿠(和爐燭, 초)  와소요(和裝用, 기모노를 입으면서 특히 머리에 치장하는 것)  와후(和風, 특유의 일본 분위기)  와분카(和文化, 일본 문화)  와노쇼쿠자이(和の食材, 일본 음식을 만드는 재료)  와노코코로(和の心, 일본의 정신) 등 일본 특유의 것들을 특히 西洋의 것과 구분해서 부르는 말들이 많다.

여기까지 이렇게 쓰고 나니, 우리나라에서 흔히 부르는 "한복"이란 명칭이 언제부터 쓰여진 것인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우린 민족의 기원을 신석기시대 이후 대륙지방에서 동쪽으로 진출한 예맥족(濊貊族)에 두고 이 예맥족이 韓族이 되었으며, 다시 각 지역으로 흩어져 나라를 세우고 문화를 키워왔으니 "韓"이란 글자는 여기서부터 빌려왔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의 國名도 여기서 왔다). 그러나 일정 지역에서 각자의  문화를 일으켜온 시대를 크게 따져서 이야기 한다면, 당시에 과연 어느 지역에서나 "몸에 걸치는 것"을 한복이라고 불렀을까...(대충 고조선 옷, 고구려 옷, 백제 옷, 신라 옷, 고려 옷, 조선 옷이 되는데...)

옷 종류별로는 하나 하나 이름이 있지만 전체적인 호칭을 어쩌면 당시의 사람들은 그냥 "옷"이라고 불렀을 지도 모른다 (아니 옷이란 말의 古語는 뭐더라...) 혹여 한복이라고 불렀다면 언제부터 그랬을까.

이렇게 본다면 혹시 1897년 朝鮮의 국호를 "大韓帝國(1897-1910)"으로 고친 이후부터, 아니면 1948년 "大韓民國 정부 수립" 이후부터 밀려드는 서양이나 일본의 문화와 구분하기 위해 국호에서 "韓"자를 따와 사용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일본의 경우 국명인 "日本國"에 없는 "和"자가 도대체 어디서 유래된 글자인가.
일본에서 "和"자의 원조를 이야기한다면 대개, 아스카시대(飛鳥時代, 538-694, 현재의 奈良縣 高市郡 明日香村)가 정치 문화의 중심이 된 시기)의 정치가였던 쇼토쿠타이시(聖德太子 574-622)가 604년 제정한 憲法十七條에서 쓰여졌고, 그 의미가 그대로 일본인의 사고 방식에 뿌리 박혔다고 한다. 글자 자체로는 5세기와 6세기에 걸쳐 일본에 漢字가 들어온 이후 쓰여졌는데...

일본의 역사상, 3세기 후반 또는 4세기 초부터 7세기 전반 또는 8세기 초까지를 코훈시대(古墳時代)라고 나누고 있다. 전중반기는 야마토시대(大和時代, 현재의 奈良縣 天理市 주변이 정치 문화의 중심)라고 하며, 위에 나온 아스카시대도 크게 보면 코훈시대의 중후반기이다. 이 코훈시대가 시작되면서 아직 강력한 중앙집권제의 정치가 이루어지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권력을 다투는 자신들의 문제로 바빠서 대외적으로 이 섬나라가 무슨 나라라고 알릴, 國名이 아직 없었다.

대신에 中國에서 바라본 일본은 東夷(동쪽 오랑캐)에 불과했는데, 그들을 "倭人"이라 불렀고 그들의 나라를 "倭國"이라 하였다.
중국인들이 그렇게 쓴 한자를, 漢字 문화 유입 이후 코훈시대의 사람들은 이 "倭"자가 자신들을 지칭하기 때문에, 살고 있는 지역명인 "야마토(やまと)"를 붙여서 야마토라고 읽었다. 또한 "와"라고도 하였다.

이렇게 해서 코훈시대의 후반, 701년 大寶律令을 시행하고 天皇 중심의 고대 율령 국가로 체제를 확고히 하면서 정식으로 國名을 "日本"이라고 정하기 전까지, 중국에서도 倭라고 지칭했고, 이 시대 사람들도 倭(야마토, 와)라고 인식하였다.

그러나 정권체제가 잡혀가면서 "倭"라는 한자가 이 시기의 정권을 나타내는 데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발음은 "야마토'라 하면서 한자를 "大和"로 바꾸어 나갔다. "와"라는 발음으로 보아도 "和"자를 선호하게 되었다. 이리 하여 야마토시대(大和時代) 야마토정권(大和政權)이란 말이 역사상 전해지게 되었다.

또한 처음으로 국가 체제가 잡히고 긴 세월 이 지역이 일본 정치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후세에 "야마토(大和)"란 말은 단순히 한 시대를 지칭하는 차원을 넘어 "日本"이라는 국가 자체를 가리키는 옛스러운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大和"란 한자의 선택, "和"는 아마도 권력 다툼에 지친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고 이해하며,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이제까지 거칠게 부딪치던 사람들의 마음이 가라앉고 편안해지는 상태를 나타내며, 그런 정권을 지향하는 의미에서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쇼토쿠타이시(聖德太子)가 604년 제정한 憲法十七?(헌법이라고 해서 현재처럼 전국민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당시 朝廷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규범이다)에서 처음 나오는 한자도 "和"이다.
본문을 보면, "一に曰く、和を以て貴しと爲し ?うこと無きを宗と?す。人皆當有り、亦達れる者少なし。是を以て、或いは君父に順わず、乍隣里に違う。然かるに上和らぎ下睦びて、事を論ずるに諧えば、則ち事理自ずから通ず、何事か成らざらん"이다.
대략의 뜻은,   1. 사람에게 있어서 和가 제일 중요하고 상사나 부하나 서로 마음을 순하게 하여 잘 지내면 안될 일이 없다.

그러나 실제 여기에 쓰인 첫 구절은 중국 공자(孔子 BC551-BC479)의 가르침인 "論語" 중 第一學而編에서 가져온 글이다.
그 본문은 "有子曰、禮之用和爲貴(禮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和를 존중하는 것이다)"이다.

공자의 和는 싸우지 않기 위해 무조건 한쪽으로 비위를 맞춰가며 끌려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간의 평등한 의견 조정을 하면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지향하는 것이다. 이런 공자의 생각은 당시의 야마토 정권을 계속 유지하기에 가장 적합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 멀리 있는 백성들을 큰 소리로 말로만 편하게 하기 이전에, 그들이 걱정없이 살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먼저 챙겨서 흐트러짐 없이 본분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은 천황을 중심으로 한 정권 체제가 확고해 지며, 크게 보아 나라가 태평한 길이라고 쇼토쿠타이시는 믿었던 것 같다.

倭(야마토)에서 大和(야마토)로 또 다른 발음으로 본다면 倭(와)에서 和(와)로, 점차적으로 고대 국가가 성립되어가는 시기에 당시의 사람들은 정치적뿐만 아니라 사상적으로도 자신들이 나아갈 방향을 잡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나 싶다.

대륙의 문화를 배워가며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재 정립하기.

결국 "와(和)"는 "닛폰(日本)"이란 정식 國名이 생기기 전 고대의 일본인들이 선택한 대표 이름이며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사상이었다.
그리고 후세에 내려오면서 일본 특유의 문화속에 깃들여졌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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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憲法十七條의 다른 항목들도 대략 보면,

2. 불교의 佛 法 僧을 존중하라. 이에 의지하지 않으면 마음이 비뚤어진 사람을 바르게 하지 못한다.
3. 천황의 명령에 반드시 복종하라. 천황은 하늘이고 신하와 백성은 땅이다.
4. 조정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예의를 바르게 해야 한다.
    상사가 예의가 없으면 다스릴 수 없고, 부하가 예의가 없으면 반드시 벌 받을 일을 저지른다.

5. 조정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私利私欲을 버려라. 백성이 원하는 것을 명백히 파악하지 않으면 안된다.
6. 勸善懲?을 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國家大亂의 원인이 된다.
7. 사람마다 자기의 본분이 있어 책임의 범위를 지켜야 한다.

8. 조정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찍 출근해서 늦게까지 일하라. 政務는 바쁜 것이다.
9. 무슨 일이든지 眞心으로 하면 안 될 일이 없다.
10.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거역한다고 화내지 말라. 다른 사람이든 자신이든 절대적으로 바른 것은 아니다.

11. 부하가 일을 잘 하는지 못하는지 잘 살펴서 공정하게 賞罰을 주어야 한다.
12. 지방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자기멋대로 세금을 걷어서는 안된다. 백성의 주인은 천황뿐이다.
13. 여러 일을 맡도록 임명된 사람은 각각의 일의 역할이나 내용을 다 파악하여 원활하게 일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14. 조정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질투하지 말라. 미움은 끝이 없다.
15. 사사로운 정을 버리고 公을 위해 힘써야 한다.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은 원한을 사기도 하고 公務의 방해가 된다.
16. 백성을 동원해서 일을 할 때는 계절을 잘 고려해야 한다. 봄 가을은 농업에 방해가 된다.
17. 政治上의 문제는 독단으로 하지 말고 많은 사람들과 상담을 해야한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잘못이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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