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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스타 - 라면땅의 원조

 

사람이 나이가 들어 간다는 것을 느낄 때가, 아마 어릴 적에 먹던 음식이 어느 날 갑자기 먹고 싶어질 때라고 생각한다. 현재 주위에 있는 새롭고 맛있는 음식들만 영원히 즐길 수 있다면 젊음도 영원할 터인데...

흔히 말하는 "없던 시절에 먹던 음식"이 왜 자꾸 생각이 나는지... 어릴 때의 기억이 선명하지는 않지만 내게 있어서 어쩌다 먹는 유일한 과자가 라면땅이었다. 부모님은 내가 그것을 사려고 하면 "불량 식품"이라고 하며 질색을 하셨지만, 애들끼리 흙장난 하다가 배가 출출해지면 시커멓게 더러운 손을 대충 옷에 문질러 닦고 라면땅 한 봉지를 같이 조금씩 나누어 먹던 그 기억이 멀지만 왠지 따스하게 느껴진다.

일본 슈퍼에서 라면땅과 비슷한 과자를 발견했을 때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 해서 무척 기뻤다. 사람의 겉 모습은 변해도 그 과자만은 그대로 있다니...

26g짜리 각각 네 가지 맛의 봉지가 한 묶음으로 88엔. 한 봉지는 29엔. 대개 아이들 군것질거리가 100엔 정도 안에서 팔리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뽀빠이 그림이 그려진 것이었지만여기서는 귀여운 어린 아이 얼굴을 내세워 "베이비스타(babystar)"라는 명칭으로 팔고 있다. (발매 당시 베이비라는 말은 라면 부스러기를 모은 것을 의미하면서도, 부모들이 애들 간식으로 사 주기를 바라면서 붙인 이름이다. 그리고 오일쇼크를 겪던 1973년 스타라는 말을 더 붙였다. 아이들이 큰 꿈을 가지고 씩씩하게 자라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이런 것을 보면 우리 나라 라면땅을 만드는 회사에서 뽀빠이 만화 때문에 뽀빠이를 포장 그림으로 채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라면땅을 먹는 아이들이 뽀빠이 같은 씩씩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일본의 베이비스타와 같았다)

이 과자를 만드는 회사는 "오야츠컴퍼니( おやつカンパニ-)"라는 곳으로 이 베이비스타만을 40년 넘게 만들고 있다.

위의 제품이 예전부터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라면, 이 것은 작은 부스러기를 한 입에 들어갈 수 있도록 다시 원형의 모양으로 뭉쳐서 만들었다. 그리고 안에는 다 먹고 나서 손가락을 닦으라고 이런 그림의 작은 손수건이 들어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발상이다.

1948년에 창업한 이 회사는 원래 라면을 만들었는데, 하다보니 라면 부스러기가 많이 생기게 되고, 버리기 아깝다고 생각한 사장이 직원들에게 간식으로 나누어 주었다. 직원들은 이 부스러기를 집까지 가져와 이웃들에게도 나누어 주다보니 조금씩 인기를 모으게 되어 정식 제품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1959년 "베이비라면"이라는 명칭으로 한 봉지 10엔에 발매를 시작하였으나 그 당시에도 일본인 주부들이 보기에는 지저분한 구멍 가게(작고 좁은 가게인데 이제는 이런 말도 듣기 어렵다)에서 파는 "불량 식품, 질이 나쁜 막과자"였다. 그러나 1974년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에 진열 되기 시작하면서 어린 아이들 뿐만 아니라 중고생들의 간식으로도 인정 받게 되었다. 1959년부터 먹고 자란 아이가 커서 그 나이 정도 되었으니 베이비스타의 팬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계속 태어나고 자라고 한다해도,  같은 제품을 연간 3억개를 생산하며 40여년간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 정말  대단하다. 대개 장사가 된다 하면 다른 것에 신경을 쓰느라고 어느새 제품의 질도 떨어지고 그냥 명목상으로 생산되다가 나중에는 아예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회사는 이 제품에 모든 것을 걸고, 어린이가 좋아하는 "맛"과 쉽게 살 수 있는 "가격"을 계속 유지하려고 끊임없는 노력을 해 온 것이다. 내가 먹었던 라면땅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냥 바삭바삭한 튀긴 밀 가루 맛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커서 언젠가 먹은 것은 아예 제대로 튀기지도 않은 정말 맛없는 과자였다.

그러나 베이비스타는 정말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세대가 바뀌면서 유행되는 새로운 맛을 따라가다 보니 그런 것 같고, 또 하나 특별한 것이 있다면 각 지방의 독특한 음식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이다. 가장 기본이 치킨 맛. 그리고 미소(일본 된장), 카레, 튀김 새우, 마요네즈, 야키소바, 간장 등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음식의 맛을 넣었기 때문에 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아직은 나오지 않았지만 다른 회사에서 한국풍 음식을 만드니, 아마 여기서도 고춧가루와 마늘이 들어간 베이비스타가 멀지 않아 생산될 지도 모른다

 이 것은 지역 한정품으로 특정한 지역의 기차역에서 판매한다. 각 특정 지역의 유명한 음식의 맛을 재현한 것이기 때문에 그 곳에 간 사람들이 선물로 많이 산다. 한 상자에 500 - 800엔 정도이다.

이번 겨울에는 기간 한정 제품으로 쵸코렛 맛의 베이비스타가 나온다고 한다. 10여년 전부터 만들어 오긴 했지만 별로 반응이 좋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그런 맛이 유행할거라는 생각에 그런다고 한다. 굴하지 않는 노력과 시대의 유행이 잘 맞아 떨어져야 성공하는 제품이고 회사인 것 같다.

어린이가 좋아하는 맛은 기본이고, 또한 포장에 붙어있는 점수표를 어느 정도 모아서 회사에 보내면 작지만 여러 가지 기념 상품을 추첨해서 나누어주는 것이 참 기발하다. 요새는 투명한 시계를 준다고 하는데 결코 그냥 버릴 조잡한 제품이 아니다.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시계라서 어린이도 가지고 싶어 하겠지만 어른들이 더 과자를 사서 표만 모아 응모할 것 같다.

*** 덧붙이기
이 베이비스타가 나오기 전 원조가 되는 제품이 있다. 아니, "인스탄트 라면"의 원조가 되는 제품이다. 이것을 산 시기가 발매한지 45주년이 되는 해라고 하는 "원조 닭국물 맛 치킨 라면"이라는 이름의 제품이다. 하나 사서 먹어보니 면 자체에 양념이 되어 있어서 색깔도 좀 진하고 맛도 딱 베이비스타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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