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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케익(Cake)

 


백화점에서 사지는 않고 사진만 찍으니 눈총을 좀 받았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와가시(和菓子, 일본의 전통 떡류)의 이야기를 하면서 꼭 같이 하고 싶었던 것이 서양의 케익류들이었다. 와가시 만큼이나 정성을 들여서 만들어 낸 작은 케익들을 보면,  어릴 적 읽었던 동화의 어느 한 편에 나오는 멋진 성(城)을 보는 듯한 착각이 언뜻 들 때가 있다.  
달리 생각하면,  동화를 통해서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서양의 문화에 대한 동경이 되살아난 것인지도 모른다.   보는 사람에게 이런 생각을 불러 일으키게 하니 만드는 사람은 오죽이나 머리를 싸매고 연구를 했을까...


가을에 가장 많이 팔리는 케익으로 밤을 넣어 만든
"몽블랑"이라고 한다.

일본에 오기 전,   우리 나라에서 먹었던 케익은 과일이 들어간 큼지막한 생크림 케익으로  주로 가족들의 생일날에만 맛볼 수 있었다. 평소에는 그냥 그런 케익이 먹고 싶어서 산다는 것이 왠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경만 하고 무언가 특별한 날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일본에 와서 보니 그 동안 먹고 싶었던 케익들을 조금씩 전부 먹어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커다란 케익은 거의 볼 수 없고,  보기에도 탐스럽고 예쁘게 장식을 얹은 케익들이 진열대에서 나에게 손짓을 하는데... 행복하다.

우리 나라에서는 주로 커피를 많이 마시는데, 일본에는 커피 이외에도 홍차의 종류가 세계 각지에서 많이 수입되어,  어떤 면에서는 홍차로 손님 접대를 하는 것이 커피보다도 우아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이다.   |
만한 집이라면 홍차를 준비할 때 필요한 도구들까지 전부 갖추어 놓고 작은 케익과 함께 접대를 한다.  녹차를 마시면서 와가시를 먹는 것처럼   홍차를 마시면서 케익의 맛과 모양을 즐기는 여유...

앞에 놓인 케익을 조금 덜어 살그머니 입 안에 넣으면 씹을 것도 없이 부드럽게 녹으며 어렴풋이 입 안 가득 향기가 퍼지는데... 이제까지 무엇인가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던 머릿속이 가벼워지며 구름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가격만을 생각한다면 한 조각에 약 3,500 - 4,500원 정도이니  결코 쉽게 언제든지  사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단 사서 그 맛을 음미하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좋은 재료에 정성을 다 해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집 근처 쇼핑 센타에 어느 유명 호텔의 베이커리가 새로 영업을 시작하자   동네 아줌마들이  그 호텔의 명성을 생각하고 너도 나도 가서 줄을 서서 빵을 살 정도여서 나도 작은 케익을 하나 사며 점원에게 물었다.  
전에 여기서 산 평범한 식빵이 어느 가게의 것보다도 맛이 떨어졌는데 케익도 혹시 그런 것 아니냐고 하니,  자신들의 제품은, 호텔이 그런 것처럼, 한국에서 제일 좋은 제품이라고 하며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이야기를 해서   케익의 맛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솔직히 그 정도의 맛은 여기 일본의 어느 동네 빵집 정도의 수준이었다.  우리 나라에 아직 그런 케익류를 만드는 가게들이 적어, 가게들마다 경쟁이 안되고 있으니 어떤 면에서 소비자는 가게의 이름만 보고 그냥 믿고 살 수밖에 없다.  비싸게 주고 산 케익을 먹으며 속았다는 생각이 들면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의 소비자는 자신의 능력에 맞게 맛과 질을 선택할 수 있다. 계속되는 불황이다 보니 가게들마다 살아남기 위해서 좋은 재료로 정성을 들여 만들고 그런 제품만이 팔리는 세상이 된 것이다. 물론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제품도 같이 나오고 있다. 그러니 자신이 지불하는 돈에 맞는 제품을 사게 되는 것이니 별 불만 없이 그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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