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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옛 맛이 그리운  카스테라

 


최근 知人에게서 받은 후쿠사야(福砂屋)의 코코아 맛 카스테라이다.
보이기도 묵직하고 실제도 그렇다.
왼쪽 귀퉁이는 내가 썰어보았는데 좀 너덜거린다.
오른쪽은 원래 썰어진 상태로, 이렇게 자르는 것 자체도 직접 해 보면 예술이란 느낌이 든다.

나는 카스테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7년을 살면서 내 돈 내고 사 먹은 적은 딱 한번 뿐일 정도니.
다른 와가시(和菓子)들은 몇 번이고 즐겼지만, 카스테라만큼은 늘 구경만 하며 지나갔다.

아마도 예전의 "비린" 기억 때문에...
언제부터였을까 잘 기억나지 않지만, 가끔씩 엄마가 카스테라를 직접 만들어주셨다. 아이들 돌보랴, 집안 일 하시랴 정신없으셨을 터인데도, 사실 그 때는 그리 힘드실거라고 생각도 못 했지만... , 누가 해 달라고 졸라서 그런 것인지 그냥 해 주신 것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한 번 만들면 그 다음날까지 먹었던 것 같다. 가끔은 나도 팔이 떨어지도록 계란 거품내기를 해 보기도 하고,
오븐 앞에서 오락가락 하다가 약간 타는 냄새가 나면 쟁반 꺼내놓고 준비... 뜨거운 계란 열기의 카스테라 틀을 거꾸로 해서 쟁반 위로
카스테라가 빠지면 얼른 바닥에 깔았던, 바삭하게 탄 신문지(제빵용 종이가 없었다)를 들어내고 조금씩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워 먹었다.
다 식으면 나는 주로 윗부분과 귀퉁이부터 먹었던 것 같다. 가운데 부분보다는 좀 탄 듯 굳은 듯한 고소함이 좋았다.
빵을 보면 틀 안에서 고르게 반죽이 퍼지지 못해서 높이가 비뚤어져 있기도 하고, 기포는 크고 작게 자유로왔고,
시간이 지날수록 말라서 그런지 굳어져 갔으며, 맛도 그리 달지 않았다.

이런 상태의 빵이 "카스테라" 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집에서, 당연히 엄마가 만들어 주시는 것이어서 그런가, 지금 생각해 보면 맛있다고 말한 적도, 그리 고맙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언젠가 비 오는 날 카스테라를 만들었는데, 오븐에서 꺼낼 때 고소함이 아닌 계란의 비린내가 확 올라오는 것이었다.
입이 짧은 나에게 그 비린내는 결정적이었다. 그 이후 카스테라를 별로 먹지 않았고, 엄마도 이러저러 바쁜 일이 많아 더 이상 만드시지
않았다. 그 한 순간의 냄새 때문에, 카스테라를 보면 어릴 적 기억을 떠오르기는 하지만, 먹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더구나 빵집에서 파는 카스테라는 "애기들이 먹는 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른이 되어서는 더더욱 손이 가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잊혀질 듯 말 듯하게 여겨진 카스테라를 오사카의 어느 가게 앞에서 보았을 때,
카스테라에 예술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맛은 모르겠지만 균등하게 자잘한 기포 구멍을 누가 일부러 바늘로 콕콕 찔러 놓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거 쉽지 않은 일인데...  
오사카에서의 시간이 지나고 나고야에서 살게 되었을 때 드디어 한 번 먹어보기로 했다. 지금 안 먹으면 언제 또 먹으랴...
전부터 카스테라란 말이 나오면 유명한 "분메이도(文明堂)"의 제품을 낱개로 두 조각 사서 딱 한 입 넣어보니, 음~ 별거 아니구나... 싶었다. 유명한 가게라고 이름을 너무 많이 들었고, 일본에서 카스테라를 처음 보았을 때의 환상적이라는 느낌 때문에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가,
좀 많이 단 빵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오사카에서 처음 보았던 그 "가게" 의 카스테라이다.
지난 2월 知人이 보내준 "
カステラ 銀裝"의 제품.
분메이도(文明堂)의 제품은 사진을 찍어두지 못했는데, 이 것과 별 다르지 않게, 똑 같다.

그렇게 지나간 카스테라를 올해에 두 명의 知人에게서 세 번이나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오래간만에 먹는 "일본의 맛"이어서, 빵도 빵이지만 지난 시간을 되씹는 맛이 좋았다.

첫 번째는 오사카에서 내가 처음 보았던 그 가게, "카스테라 긴소(カステラ銀裝)"의 제품이었다.
이 때는 지난 생각에 젖어 먹느라고 빵맛을 무심하게 지나갔다.

두 번째는 "분메이도(文明堂)"의 기본 제품인 벌꿀 카스테라다.
역시나 포장을 뜯고 보니, 먹기가 아까울 정도로 정갈, 깔끔하게 조각으로 잘려져 있다.
어디 부스러기 하나 떨어지지도 않고, 이 자체만 보아도 다들 "이런 모습이 일본이구나" 싶을 정도다.
맛은 역시 가루 녹차를 마시며 먹지 않는 한 너무 달았고, 예전에 내가 질려 버린 계란 냄새는 전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밀가루 맛도 안 나고. 촉촉한 듯 하면서도 가볍게 부풀어 올라 있어서 입안에서 녹아 내리듯 넘어간다.
아 정말 이가 아직 없는 애기들이 먹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하나 들고 조금씩 떼어 먹으며 보니 기포들은 거의 균일하게 생겼는데, 빵의 아래 부분이 위보다 조금 무거운 느낌이 든다.
구우면서 반죽이 조금 내려앉아서 그렇겠지만, 겉으로 보기에 별 티가 나지 않으니 기술이 참 오묘하다.


후쿠사야 제품의 포장 상태.
맨 위에 칼로 자르는 그림이 있는 종이를 덮어서 하얀 곽에 넣고, 다시 그림이 있는 하얀 비닐 봉투에 넣어 밀봉해서 빨간 상자에 넣었다.

세 번째는 "후쿠사야(福砂屋)"란 곳의
코코아 맛 카스테라다.
겉의 종이 포장은 분메이도와 별 다르지 않다.
다 열고 보니, 윗표면에 건포도와 호두가 있어서 그런가, 조각 조각 나뉘어져 있지 않다. 알아서 잘라 먹어라~~ 의외로 느낌이 편하다. 숨 막힐 것 같은 규칙, 질서를
은근히 강요하는 것이 아니니, 내 마음대로 큼직하게
턱 잘랐다. 흐뭇해 하며 한 입 넣으니, 생각보다(분메이도보다) 달지가 않다. 녹차 없이도 먹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코코아의 쓴 맛과 설탕의 단 맛이 균형있게 어우러져 있으며, 표면에만 있는 건포도와 호두가 살짝 신맛과 고소함을 더 한다. 그리고 역시 작은 기포들이
촘촘하고, 묵직한 촉촉함이 좋은데 분메이도와는 달리 그냥 삼킬 수가 없다.

약간 쫄깃하게 몇 번이고 씹어 목에 살짝 걸리듯이 넘기는 맛이 진짜 뭔가를 먹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분메이도와 만드는 법이 다른 것 같다. 그래서 사실 후쿠사야의 빵은 기포도 예술이고, 신기하게 위 아래 무게도 같고, 맛도 균형있는데,
색깔 때문인지 씹는 맛 때문인지 좀 투박한 서투른 듯한 편안한 느낌이 들어서, 어릴 적에 먹었던 엄마의 카스테라가 생각이 더 났다.
다 그렇게 먹을 수 있는 때가 한 때인 것을 "당연한 늘" 이라는 착각 때문에 맛도 모르고 마음도 모르고 지났다.
그리고 한참 후에 똑같은 벌을 받는 것 같다....

카스테라는 Castella 또는 カステラ 라고 해서 일본에서 만들어진 빵이다.
무로마치(室町, 1338-1573)시대의 말기에 들어온 포루투갈人에 의해 전해져 발전되었는데, 원형은 스페인의 비스코쵸(biscocho)라는
건빵과 같은 보존식이다. 이것이 스페인의 카스텔랴 지방에서 16세기 후반에 계란 거품을 내어 부풀어 오르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였고,
이런 스폰지 케익과도 비슷한 빵 제조법이 얼마되지 않아 일본에도 들어온 것이다.
기본은 이렇지만 실수를 거듭하며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물엿을 넣고 오래 굽지 않아 촉촉한 맛을 내는 방법으로 개발하였으니,
또한 일본식 오븐을 만들어내었기 때문에 지금의 카스테라는 일본의 과자가 되었다.
(실제 이와 같은 빵은 스페인에서 만들지 않는다. 도리어 스페인 사람이 일본에서 배워 돌아가 가게를 냈을 정도다)
그리고 우유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제조법이 살아남았다고도 한다. 구하기 힘든 우유가 들어가지 않으면서 계란과 설탕을 사치스러울 정도로 사용하니 당시에는 귀한 제품이었고, 그것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을 것이다.

나가사키시(長崎市)에서 카스테라를 만들어 파는 가게로 처음 개업한 곳은 1624년의 후쿠사야(福砂屋)이다.
당시 중국에서 들여온 설탕이나 그 지역의 쌀 교역을 하고 있던 큰 무역상이었기에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가 쉬웠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1681년에는 쇼오켄(松翁軒)이라는 곳이 개업을 하였고,  
한참 후인1900년에는 분메이도(文明堂)가 개업을 하였다.
이 세 곳이 나가사키 카스테라의 유명한 3대 원조라고 나서는 가게인데,  이 중에서 분메이도가 토쿄로 진출도 먼저했고,
영업력이 다른 곳에 비해 탁월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카스테라 = 분메이도"라는 인식을 심었다.
전국적으로 가정에 TV 보급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던 시기인 1960년대 초, 줄로 조정되어지는 하얀 곰 인형들이 캉캉댄스를 선보이며
"カステラ 一番 電話は二番 3時のおやつは 文明堂~ (카스테라 제일, 전화는 2번, 3시의 간식은 분메이도)"  라는 노래를 부르니
기억못할 사람이 누가 있으랴.  
또한 일본에서는 황실에서 구입하는 제품이란 소문이 돌면 더 이상의 선전이 필요없을 정도로 인지도가 확고해진다.

이 세 군데의 가게 외에도, 다른 와가시처럼 그 가게에서 배운 제자들이 나오고 나와서 차린 곳이 많기 때문에 어디서고 비슷한 카스테라를 쉽게 맛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난 개인적으로 그런 빵들이, 와가시들이 조금만 덜 달게 하면 더 맛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흔히 일본 음식들은 각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려서 만든다고 자랑을 한다. 그러나 왠일인지 와가시 쪽은 너무 설탕에 집착하는 것 같다.
그 옛날 설탕이 귀한 것이었기 때문에 설탕을 많이 넣어야 제품에 "귀한" 이미지를 더한다고 생각하는지...
"조금 덜 한" 맛의 한 귀퉁이에 "상상, 추억" 이란 맛을 더해서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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