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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메밀 국수도 있나?   니신 소바

 

거리를 다니는 재미 중의 하나가, 음식점 앞에 진열된 밀랍으로 정교하게 만든 요리샘플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가장 대중적인 소바(そば屋)가게 앞에서 한참을 보다보니 좀 이상한 소바를 발견하였다.  소바 위에 시커멓게 구운 생선 같은 것이 얹혀있는데... 이런 저런 재료를 사용한 소바를 많이 보았지만 그런 것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갔는데 이것은 영... 어떻게 저걸 먹을까... 구운 생선이라면 기름기가 국물로 빠져 나오기도 하고 특히 비린내가 심할텐데... 이런 생각에 한번도 먹어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는 일본 아줌마와   소바 가게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아줌마가 그 이상한 소바를 주문하는 것이 아닌가.
하도 신기해서 그 소바에 대한 나의 생각을 이야기했더니   좀 황당해하면서도 외국인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며 재미있어했다.
뜨끈 뜨끈한 소바가 나오자     나에게 생선을 한 조각 주며 먹어보라고 하였다.  이 상상을 뛰어넘은 맛!   조금 딱딱하지만 설탕과 간장으로 졸인 맛이어서 비린내도 전혀 없고  소바하고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이 희한한 소바가 바로 니신소바(にしんそば, 청어조림을 얹은 메밀 국수).

간장에 졸여서 검게 된 청어를 반 마리 얹은 소바.  그릇 옆에 보이는 대나무 통은 시치미(七味)라고 해서 고추가루외에 여섯 가지의 양념이 들었다. 이것을 조금 국수 위에 뿌려서 먹는다.

이 소바는 교토(京都)에서 처음 만들어져서 이제는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교토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옛날부터 싱싱한 생선을 구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북쪽의 동해바다에서 잡힌 생선을 건조시키거나 훈제를 해서 교토로 운송하였다.
그러나 메이지 시대(明治,1868~1912)중기부터는 청어를 멀리 홋카이도(北海道)에서 한겨울에 잡아 올려     머리, 꼬리, 내장을 빼낸 후 반으로 갈라(身欠きにしん) 건조시켜 가져와, 3일 밤낮으로 간장과 설탕으로 졸여서 비린내를 제거하여 소바와 같이 먹게 되었다.
교토에서는 청어를 가지고 하나의 요리로 만들었지만 도쿄에서는 이것을 비료로 쓸 정도로 별로 대접을 못 받던 생선이었다. 그러나 못 먹고 지내던 서민에게는 어쩌다가 귀한 생선도 먹으며 영양 보충도 되었기에 금새 환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교토 사람들이 도쿄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요리에 있어서 한 수위라고 자부한다나...


진공 포장된 청어 조림.

그러면 왜 하필이면 소바 위에다 얹어 먹었을까.    외국인이, 특히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상하게 보이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소바도 거의 쌀만큼 주식이다. 특히 서민들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현재 각 소바 가게에서 파는 니신소바의 재료는  대부분 전문 공장에서 사오는데 일례로 사진의 제품(にしんの甘露煮袋づめ)은 2개 들어서 590엔이다. 이 제품은 전통대로 간장과 설탕으로 졸였고, 다른 제품으로는 한국산 고춧가루를 넣어서 조금 맵고 짜고 달게 한 것도 있다.   이것을 사와서 소바 위에 놓고 뜨거운 국물을 부으면 완성.    대개 가격은 700~900엔 사이로 다른 소바보다는 조금 비싸다.


보기에도 탐스러운 카즈노코

청어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하면,   재미있게도 이 청어의 알은 엄청나게 비싸며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는다. 어미는 비료로 쓰일 정도로 천대를 받는데 알은 正月料理에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왜냐하면 알의 숫자가 많아서 이것을 정월에 꼭 먹어야 자손이 번영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의 정월에 대한 각별한 생각이 여러 음식을 통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 알을 카즈노코(數の子)라고 해서   500g에 질이 좋은 것은 4000~5000엔 정도로 연말이 되면 가게마다 예쁜 상자에 넣어서 판다.  그러나 이 알이 의미는 좋지만 먹기에는 걱정된다.

왜냐하면 원래 알이 짙은 누런색인데 표백제를 넣어 거의 노르스름 하게 한 후에 소금으로 간을 한 것이다.   보기엔 좋아도... 씹는 맛은 뽀드득한 게 괜찮은데, 영 표백제가 걱정된다.  실제로 어느 공장에서는 사용해서는 안 되는 약품을 써서 표백했다고 경찰에 적발된 것을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그래도 정월에는 참 많이 팔린다. 생선 한 마리가 여러 형태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 일본이다.   (2000.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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