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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가시(和菓子)   그 외...

 

 

와가시는 현대적인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이 생기기 이전부터, 오래된 전통을 자랑으로 여기며 도시의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는 "와가시 상점"에서 만들어져 팔리고 있었다. 그러나 대형 쇼핑센타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소량 생산만을 하는 유명한 고급 와가시 상점도 하나 둘 그런 곳에 지점(支店)을 내고, 조금 쳐지는 상점들도 슈퍼의 진열대를 통해서 자신들의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어디를 가 보아도 쉽게 와가시를 볼 수 있고 살 수 있다.

물론 전문 상점에서 파는 와가시들이 더 맛있기는 하지만 와가시의 종류를 대충 알고 싶은  나 같은 외국인에게는 슈퍼에서 파는 상품들로도 저렴한 가격에 충분히 그 맛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저렴하다고 해도 보통 서양식 과자들의 가격보다는 조금 비싸며, 특별한 때에 맞추어서 판매되는 와가시들은 늘 한번쯤 망설이며 살 정도의 가격대이다. 그런데 이렇게 가격이 좀 비싸서 그런가... 아니면 미국이나 서양에 대한 동경(憧憬)이 더 커서 그런가... 젊은이들은 와가시를 별로 즐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개 와가시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아줌마 아저씨 세대들이다. 그래서 와가시보다는 서양식 케익이나 빵과 쵸콜렛이 더 좋은 젊은 세대들에게 맞추어 가기 위해,


발렌타인용 코오하쿠만쥬.

와가시 상점들도 새로운 상품을 내놓는데 그 중의 하나가 2월14일의 발렌타인을 겨냥한 제품이다. 생각해 보면 사계절(四季節)에 따른 자연의 아름다움과 우아한 풍취(風趣)를 나타내던 와가시가 이제는 "사랑"의 증표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가게에서는 코오하쿠만쥬(紅白饅頭)를 변형해서 분홍색 하트 모양의 만쥬를 내 놓았다.
www.ilboniyagi.com


카키모치로 450g에 1000엔.

이런 식의 와가시나 녹차를 마시며 먹는 와가시들은 대개 단맛이  강하기 때문에 자주 많이 먹기에는 좀 무리다. 그런데 어느 한 겨울 내내 먹었던 와가시, 모치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로 보면 바삭바삭한 과자가 아니라 찹쌀떡을 딱딱하게 말려놓은 모치인데 이름이 카키모치(かき餠), 또는 칸모치(寒餠)라고도 한다.  
이 모치는 한창 추운 1월20일 대한(大寒) 무렵에 만드는 것으로, 예로부터 이렇게 추운 때의 물은 썩지 않는다고 해서 이 때의 물을 사용해서 찹쌀떡을 만든다.   그냥 찹쌀로만 하기도 하고 그 속에 검은콩이나 깨, 다시마, 파래, 우메보시(梅干, 매실장아찌)맛 등을 섞은 후 얇게 썰어서  지푸라기로 묶어 걸어서 딱딱하게 말린다.


콩이 들어간 것이 제일 맛있다.

이 모치를 숯불에 구워 먹으면 그 맛이 제일이지만 대개는 오븐이나 후라이팬에 놓고 구우면 봉긋이 부풀어오르며 익는데 그 때의 흐뭇함이란...  다 익으면 겉은 조금 타서 딱딱하지만 속은 찹쌀떡 본연의 말랑말랑...  손으로 조금씩 뜯어서 맛있는 간장에 찍어먹으면 정말 배가 넉넉해짐을 느낀다.   
이 카키모치도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소위 중국산 찹쌀로 만든 모치는 조금 퍼석거리며 아무 맛도 느낄 수가 없다. 그런데 언젠가 집 근처의 하리마야혼텐(播磨屋本店)이라는 오카키(おかき)


시로마루모치 10개 1000엔.

전문점에서 산 모치는 정말 혼자 먹기에도 아까울 정도로 맛있었다.  말랑말랑하면서도 쫄깃쫄깃하고 설탕의 단맛이 아닌 찹쌀 자체의 단맛을 느낄 수가 있는데...  또 그 가게에서는 오카키에발라 굽기 위한  간장을 직접 만들면서  판매도 하는데  그 간장을 사서 찍어먹으면 더욱 맛있다. 카키모치와 비슷한 것으로 시로마루모치(白丸餠)라는  속에 아무 것도 들지 않은 작고 둥근 찹쌀떡이 있는데, 꾸덕뚜덕하게 조금 건조된 이 모치를 겨울에 커다란 냄비에 찌개를 끓이면서 넣어 먹으면 그 맛도 일품이다. 물론 구워 먹을 수도 있지만...

이 정도로 접해 본 와가시에 대해 써 보았는데... 일본인들에게는 늘 보는 와가시여서 별로 신기할 것이 없겠지만,  처음 일본에서 살게 된 외국인인 나는 어쩌면 우리의 전통 떡이나 과자류 보다도 많은 종류와 예술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상술의 일종이라고 간단하게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나 뿌리깊게 자리잡은 전통 의식과 그 시점에 어울리는 와가시들이 동네 슈퍼마켓까지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일본인들의 생활 속에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같이 하며 그 명맥을 유지하는 와가시가 부럽다.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부단히 노력하며 와가시를 만드는 사람들의 장인정신(匠人精神)이 새삼 무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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