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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버리기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고 하는데 사람은 무엇을 남길까... 예전에는 "이름 석 자"라는 말이 정답이었겠지만, 현대에는 여기저기에 널린 쓰레기가 아닐까 싶다. 화려하거나 깨끗하게 치장한 겉모습만이 남긴 "이름"은 진실하게 그 인생을 다 나타내지 못한다라는 것이,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길에 가끔씩 드는 생각이다.

내가 들고 나가는 쓰레기, 남이 버린 쓰레기를 보면    서로의 알리고 싶지 않은 생활상이 빤히 보여서 얼른 고개를 돌려 그 자리를 떠나고 싶어지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자신을 가꾸기 위해 또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쌓인 쓰레기, 사람들 자신의 또 하나의 진솔한 삶을 누가 대신 치워야 하나...

단지 못쓰게 된 물건들을 버렸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면 그 뒤처리가 어떻게 되든지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반영한 한 부분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굴러다닌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 결국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 그 사회가 어떤 규칙을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개인의 역할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색깔이 다른 쓰레기 봉투

이 곳 나고야에서 처음으로 쓰레기를 버리던 날, 거의 한 시간 정도를 쓰레기와 대화를 나누어야만 했다. 우리 나라에서도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분리 수거를 원칙으로 해서,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 사람들이 좀 번거롭다고 생각하는데, 나고야(名古屋)시의 규칙에 비하면 편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오사카에서 살 때는 그리 쓰레기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았는데(알루미늄 캔과 병, 종이 정도 분리 수거하고 나머지는 소각용이라고 자체 결정해서 검은 봉투에 넣어서 배출) 그 사이 일본의 쓰레기 상황이 바뀌어서 그런지 좀 까다로워졌다.

나고야 시의 경우, 1986년도의 쓰레기 양이 78만톤이었는데, 1998년에 102만 톤으로 늘어 1999년에는 "쓰레기 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재활용 쓰레기에 대한 수거를 늘려 나가, 2000년에는 78만7천톤으로 대폭 줄였다고 한다. 또한 2000년 8월부터는 가정용 쓰레기 지정 봉투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것 때문에 처음에 좀 고민을 한 것이다.

현재 사는 집으로 이사해 들어올 때 부동산 회사의 직원이 건네준 파일이 있는데, 이것은 임대한 집 자체에 대한 여러 관리 사항과 쓰레기 구분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세 종류의 봉투. "가연(可燃, 태우는)쓰레기봉투, 불연(不燃, 안 태우는)쓰레기봉투, 자원(資源)봉투"라고 나누어서 분리 배출을 하는 것인데, 사람들이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얇은 안내서(시청의 홈페이지에는 더욱 자세하게 품목별로 분리하는 방법이 나와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정확하게 다 하기는 좀 어려울 듯 싶다)도 끼어 있으니 안 볼 수가 없었다.

자원 쓰레기 버리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가연 쓰레기라는 것은 대개 음식 찌꺼기와 휴지 조각 정도이고, 불연 쓰레기는 깨진 그릇이나 고무 장갑, 작은 철제품 등 이것도 대충 분리가 되는데 문제는 자원 쓰레기이다

. 같은 자원봉투라고 해도 각각 플라스틱제 용기포장(容器包裝, 막상 분리하다 보니 의외로 모든 물건의 포장이 거의 다 이렇다는 사실에 좀 놀랐다), 종이 용기포장, PET병, 스프레이캔 류 등으로 나누어서 일단 한 번 물에 씻어서 넣어야 한다.   

또 PET병의 경우 본체는 본체끼리만 넣고, 뚜껑은 플라스틱제 용기포장 봉투로 분리해야 한다.  그 외 우유 팩, 캔 류, 병 류, 신문지 등도 분리해서 놓았다가, 지정된 날에 집 근처의 수거 장소로 나가, 시에서 전날 미리 가져다 놓은 커다란 플라스틱 바구니에 넣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형 쓰레기라 할 수 있는 것들은 일일이 수거 센타에 전화를 해서 가져가기를 부탁해야 하는데, 버리는 제품에도 비용이 다 다르다.   

쓰레기를 버리기 전까지는 자신의 집 베란다에 봉투 여러 개를 널려 놓아야 하는데, 일본의 아파트 베란다는 우리 나라처럼 집안의 일부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진이나 화재가 날 경우에 도망갈 수 있도록 각 집과 집 사이의 베란다는 얇은 판자로 되어있고, 평소에는 빨래만 말리는 공간으로 이용된다.  

앞의 것이 가연쓰레기, 뒤의 왼쪽이 플라스틱 포장용기, 오른쪽이 종이 용기포장 쓰레기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쓰레기를 봉투에 넣어서 지정된 날짜에 배출하기 때문에 수거 장소를 누가 청소하지 않아도 대체로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래도 걱정이 되는지 동네에서 한 사람씩 돌아가며 한 번쯤 둘러본다.

수거된 자원 쓰레기는 재활용되어 시에서 무료로 제품을 나누어주기도 하고, 대형 슈퍼의 자체 상품으로 기획되어 좀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쓰레기 자체의 활용과 함께 쓰레기 봉투 역시 그 쓰임이 유동적인데, 가연쓰레기용 10L짜리 봉투는 보통 슈퍼에서 나누어주는 봉투처럼 손잡이가 있어서 비닐 봉지를 줄여보자는 의미로  이 봉투에 물건을 담아서 준다.   

집 근처의 쓰레기 수거 장소. 종류별로 나누어서 놓으며, 수거 후에도 플라스틱 바구니는 여기 길 한편에 잘 정리되어 보관된다.

시 전체에서 사용하는 봉투가 한 종류이기 때문에 이런 방법이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또한 대형 슈퍼의 경우 자신의 장바구니를 가져오면 확인 도장을 찍어 어느 정도 다 차면 재활용 상품으로 바꾸어 준다.

쓰레기를 버리는 처음에만 좀 신경을 쓰면 그 다음에는 이런 방법이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나라에서의 경우를 보면 아파트의 경비 아저씨가 늘 이런 부분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되는데, 배출하는 사람은 자신만 제대로 하면 누군가에게 자신의 생활상을 보여주지 않아서 좋고, 수거하는 사람은 단 시간에 처리하며, 수거 장소는 늘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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