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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하나비(花火)

 


요도가와 하나비

오사카에서 집을 구하고, 짐 정리가 대충 끝나자 집밖의 세계가 무척 궁금했다. 일본어도 잘 모르지만 모른다고 해서  3년 동안 집안에만 갇혀 지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확히 내가 무엇이 궁금한 지도 잘 몰랐고, 있다 하더라도 상세하게 가르쳐줄 사람이 없었다.   알고 지내는 사람이 있어도 나와 관심 분야가 다르면 나의 호기심을 만족시키기에는...  
그러던 어느 날 간사이지역(關西, 특히 神戶, 京都, 大阪시내)에 대한 정보가 잔뜩 들어있는 잡지를 보게 되었다.  두 권의 책 중 한 권은 먹거리에 대한 내용, 다른 한 권은 주제별(유원지, 쇼핑, 극장, 등산...)로 된 소개를 하고 있는데 번뜩 눈에 뜨인 것이 '하나비(花火,불꽃놀이)'였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불꽃놀이는 경축일에만 볼 수 있는, 그것도 그 지역에 사는 사람정도나 볼 수 있는 아주 드문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보러 가고 싶었고, 여러 군데가 있었지만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행사장)을 지도를 펴놓고 확인해 가면서 찾아냈다.  '平成淀川花火大會'라는 행사명으로 오사카를 관통하고 흐르는 요도가와(淀川)라는 강 둔치에서 매년 8월3일에 1시간 동안 2000발을 쏘아 올린다.저녁을 얼른 먹고 나가 1호선(御堂節線) 전철을 타고  西中島南方역에서 내려보니 벌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가야 할 방향을 잘 몰랐지만 사람들 틈에 끼여서 그대로 흘러가다 보니 둔치였다. 행사는 저녁 8시부터 시작하는데 가장 잘 보이는 곳을 차지하려고 낮부터 진을 치고 있었는지 앉을만한 자리가 별로 없었다.   대충 자리를 잡고 보는데 영 신통치가 않다. 너무 멀리서 터지는데...  주섬주섬 일어나 가까이 가서 보려고 1Km 정도 걸어서 바로 불꽃이 터지는 新十三大橋 밑에까지 갔다. 역시 걸어온 보람이 있다.  귀가 멍할 정도로 큰 폭음과 나를 덮칠 것 같은 불꽃에   걱정거리를 다 잊은 채 넔을 잃고 보았다. 첫 번째는 이렇게 정신없이 보았고, 그 다음 해의 두 번째는 멀리서 고기 냄새를 피워가며 여유를 가지고 보았다.  
하나비에 쓰이는 화약이 중국에서 시작되어 실크로드를 통해서 유럽으로 전파되었다가 1600년경 일본에 들어왔다고 하는데, 경로야 어떻든 일본이 하나비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한 것은 사실이다. 세계로 그 기술과 제품이 수출되며, 특히 아시아권에서 쏘아 올리는 대부분의 하나비는 일본에서 개발된 것이다.
일본 지방정부에서는 안 해도 될 것 같은데도 큰돈을 들여서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간사이 지역에서 7,8월에 이루어지는 하나비 대회는 34번이나 된다. 적게는 쏘아 올리는 화약이 800발에서 많게는 120000발까지 있다. 화약의 가격이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6000엔에서 60000엔까지 있으니 엄청난 돈을 하늘에다가 그냥 뿌려대는 것이다.


세계 최대급이라는 PL(종교단체)의 하나비 (12만발)

이렇게 뿌려대는 이유는 자기 지역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  적자가 안되고 이익을 볼 수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지방 자치단체들의 노력이 대단하다.
이 때쯤 되면 각 지역에서도 선전하느라 난리이지만 관광 안내 잡지나 그 지역까지 운행을 하는 열차회사들도 커다란 포스터를 만들어 역내 여기저기에 붙여 선전을 하고 있다.  무언가 하나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모두들 합심해서 달려드는데... 돈 안 쓰고는 못 배기게 한다.    또 '간사이1주간'이라는 잡지에서도 하나비 모양과 이름, 지역 지도와 어디쯤에서 하나비를 보면 좋은지를 상세히 가르쳐 주고 근처의 음식점 소개도 빼놓지 않는다.  
사람들 주머니에 있는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세세하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대로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해도 어쨌든 집밖을 나서면 100엔이라도 쓰게 된다. 그래도 후덥지근한 집에서 TV나 보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마음이 즐거워지고 여름이 맥빠지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음이 힘들 때 하나비를 한 두번 보고 나면 생기가 난다.   (2000.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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