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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도 이야기

  

오사카에서 살게 된다는 말을 듣고 이런저런 자료들을 준비했는데 그중에서 제일 열심히 본 것이 지도였다.  (이때는 관광 지도) 얼마나 큰 도시인지, 어디에 집을 구해야 좋을지, 모든 것이 막막했기에 떠나기 전부터 몇 번이고 들여다 보고, 도착해서도 집 구하러 도시 남북으로 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현재 나의 위치를 알려고 열심히 보았다. 외국 생활에 대한 긴장감을 조금이나마 덜어 보고, 하루라도 빨리 혼자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이나 전철역을 자세히 알고 싶었다.
물론 살다보면 누군가에게 들어서 자연히 알게 되겠지만   그래도 시간이 많이 흐르기 전에 내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급적 직접 겪으며 정리해 놓고, 그래야만 무언가 많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에 도착해서 이틀만에 처음 산 것이 지도책이다.    어느 지도가 좋은지 잘 몰랐지만 여러 권을 비교해서 보니 이 지도책이 가장 가장 자세하게 여러 내용을 담고 있었다.    "ATLAS RD 近畿". 3년 동안 이 지도는 내게 오사카에 대한 이런 저런 정보를 알려주고 길잡이가 된 친구와도 같았다.

 

얼마나 이 지도가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어졌는지 두서없이 쓴다면...   첫째, 물론 오사카만 나와 있는 지도도 있지만,    여기에는 킨키(近畿,きんき)지역 전부가 포함되어 대충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영역을 나타낸다.
兵庫,滋賀,三重,奈良,和歌山縣,京都府,大阪府의 큰 영역에 대해 縣단위로 나뉘어져 도로가 눈에 쉽게 들어오는 세련된 디자인의 일차 지도가 페이지별로 있고,  大阪市를 중심으로 해서 市,町,村의 이름이 있고 그 경계선이 확실하게 구별되는 이차 지도가 있다. 그리고 다시 그 안에서 중요 지역을 더 볼 수 있도록 세분화된 삼차 지도가 있다. 더 중요한 곳은 더욱 확대해서 보여주는 사차 지도까지 있다.(사용한 축척를 보면 170000분의1부터 2800분의1까지 다양하다

일례로 서울의 서울역과도 같은 우메다(梅田,うめだ)는 네 페이지에 걸쳐서 점점 더 확대되어서 자세하게 나온다.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지만 낯선 이방인이 혼자서 번화가를 헤매고 다녀도 언제 어디서고 자신의 위치를 금방 알 수 있게 하니 이 보다 더한 관광 안내가 있을까?
이 책의 대략 구성은 이렇고, 둘째, 철도 노선도의 표시가 확실하다. 神戶,京都,奈良,和歌山市로 향한 노선에 대해 역명은 기본이고 출발점으로부터 주요 지점까지의 열차별 시간이 나와 있다. 그리고 그 지역에 대한 지도 페이지도 있다. 그래서 어딘가를 갈 경우 자기 집에서부터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충 계산되며,(교통 수단에 대한 정확성과 세심함은 아마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자기가 타는 지하철 역에서 출발하는 시각표와 중요 노선의 열차표를 미리 역에서 챙겨 받을 수 있다. 일본인들은 시간을 쪼개면서 바쁘게 사는 것 같다.)  지도책을 이리저리 펼쳐 보지 않아도 목적지가 나와 있는 페이지를 즉각 펼 수가 있다. 셋째, 지도 안을 들여다 보면 제일 마음에 든 것이 버스 노선이 기재된 것이다.

자동차도 없고 혼자서 여러 일을 보러 다녀야 하는데 전철에도 한계가 있고 택시를 타기에는 너무 비싸고...   무슨 일인가가 있어서 어느 날 집에서 스이타시(吹田市)의 시청까지 가서 거기서 옆동네인 토요나카시(豊中市)의 시청까지 가게 되었다.
걱정이 되었지만 지도에 버스가 다니는 길을 따라 빨간색 점이 그려있고 버스 정류장의  이름이 씌여 있기 때문에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다.
이런 표시들은 집 근처 뿐만 아니라 도시를 벗어나 농촌 지역이나 산간 지역에   갔을 경우에도 큰 힘이 되었다.   아무리 지도를 보고 간 길이라 해도 긴가민가 할 때 정류장의 이름을 보면 금방 지도에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넷째,   길에 대해 더 이야기한다면 길 위에는 국도 번호, 신호등과 함께 네거리의 이름, 주유소, 지하철이 있다면 출입구와 번호까지 씌여 있다.   이래서 언젠가 남편이 어느 지역에서 길을 몰라 헤매고 있을 때 휴대폰으로 통화하며 집에서 지도를 보고 목적지까지 길을 안내한 적이 있다.(물론 실제 길에도 국도 번호와 네거리 이름이 어디서고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길 안내판이 정확하다.) 우리나라서 현재 시판되는 지도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다섯째,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축척이 단순하게 숫자로만 씌여진 것이 아니라 축도에 맞게 기본 단위가 선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남편이 운전을 하고 내가 지도를 보며 길 안내를 하게 되는데,    얼마큼 가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미리미리 이야기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처음 가는 길이라도 당황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구박도 받았지만...
여섯째, 구석구석 번지수가 세밀하게 씌여 있으며, 중요 건물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표기되어 있다. 내가 다녔던 왠만한 곳의 이름이 하나도 빠짐없이 그 작은 글자로 다 표기된 것이 신기할 뿐이다. 현재 서울에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지도에서 찾아보면 위치는 같아도 이름이 옆 단지의 아파트 이름으로 나와 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른 지도책도 찾아보니 역시나...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고 전부들 남의 책을 베낀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위의 내용에 대해 신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책 뒤편에 여러 정보의 조사 기간을 적어 놓았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몇 년도 수정판"이라는 문구를 겉표지에 적고 내용은 그저 똑같은 지도책이 아니라...
이 지도책을 만든 (주)알프스사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1936년 창립하여 종업원 115명으로 지금까지 오직 지도 만들기에만 온 힘을 쏟아왔다. 그들의 사훈은 "지도를 통해 영속적으로 사회에 공헌한다" 이다. 이런 투철한 사명감이 일본의 바탕인지도 모른다. ATLAS 킨키는 1990년 발매 개시 이래 지금까지의 출하 부수가 130만부에 이르고, 금년 4월에 2000년도 개정판을 내었는데 그 취지가 "이 지도책 한권으로 모든 일상 생활에 대응한다"라고 한다. 그 말은 내가 겪어 보니 정말 실감할 수 있다. (2000.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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