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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증(花粉症)

 


대부분의 산에서 볼 수 있는 곧게 잘 뻗은 삼나무.

여기 나고야나 오사카는 우리 나라보다 따뜻해서, 2뤌이 되면 여기저기서 피는 매화(梅花)를 보며 어딘지 모르게 봄이 가깝게 왔다는 것을 느끼는데, 올해는 더 따뜻해서그런지 아직 3월 중순(낮 평균 기온이 16-18도 정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하얀 목련이 탐스럽게 피었다. 벚꽃은 3월 20일 경부터 피기 시작해서 말이면 한창 피어 흐드러진다고 한다.

이렇게 좋은 계절... 남들은 "아~~ 봄이다~~"라며 즐기는데, 우리는 "으악!! 봄이다!! 너무 괴로워!!" ... 왜냐하면 살랑 살랑 불어오는 봄 바람에 같이 날아드는 것이 있으니, 삼나무(杉)의 꽃가루(花粉) 때문에 눈과 코가 심하게 고통 받고 있다. 이것이 일본의 웬수같은 풍토병, 화분증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걸려본 적이 없어서, 오사카에서 처음 맞은 봄에 걸리기 시작했는데 콧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그냥 오래가는 감기로만 알았다.

그리고 또 다음 해에 반복되고... 그 때는 줏어들은 정보가 있어서 약을 계속 달고 다니게 되었다.귀국해서는 전혀 없더니, 여기 오니 이 아름다운 봄에 다시 시작이다.

건물 안에 있다가 나가기면 하면 또는 밖에서 들어오기만 하면  재채기를 연거푸 해대고, 눈은 왜 그리도 따끔거리는지... 이 정도는 그래도 낫지... 코가 정말 내 코처럼 여겨지지가 않는다. 코 안쪽에 단단하게 시멘트를 발라 막아 놓은 것 같아 전혀 냄새를 맡을 수가 없으며, 숨 쉬기도 힘들어 늘 입을 반쯤 열고 살아야 하고, 밤에 잠을 잘 때도 숨이 막혀 몇 번씩 깨다보니 아침에 머리가 무겁다.

삼나무 꽃


약국에 진열된 화분증으로 인한 비염 약들. 빨리 빨리 대처하라고 써 있지만 솔직히 별 효능이 없다.

건조하게 느껴지면서도 시도때도 없이 흐르는 콧물이 귀찮아서 코를 세게 풀면 하루에도 몇 번씩 코피가 줄줄 흐르고, 하도 심해서 코 안에 '칙칙이 (스프레이 비염 약)'를 뿌려보아도 처음에는 약효가 3시간 정도 되더니 이제는 2시간도 채 못되어 다시 증상이 시작된다. TV에서 자주 그럴싸하게 방송하는 광고나 약국에서 파는 이런저런 비염 약을 사용해도 효과는 별로 없고, 그저 이 시기가 빨리 지나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이러던 어느 날 TV의 發掘 あるある大事典 이라는 방송에서 화분증에 대해 다루길래 열일 제치고 보았다. 워낙이 이 방송은 어떤 사실에 대해 자세하게 과학적인 검증을 해가며 시청자들을 이해시키는데, 이 날의 내용도 역시 그러해서 의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정말 그런지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뭐 대충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화분증이 일어나는 과정은,

오염된 공기를 계속 들이마시면서 이물질(異物質)이 몸안으로 들어오면 어느 정도 스스로 이물질을 처리하던 코의 점막(粘膜) 기능이 점점 쇠퇴하고, 몸 내부에서는 항체(抗體)를 만들어 이를 없애려는 면역(免疫) 기능이 일어난다. (원래 면역 기능은 (+) 기능을 하지만 가끔 (-) 성향이 되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앨러지(allergy)성 질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코로 들어온 꽃가루라는 이물질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서, 대처하기 위해 "IgE항체"라는 것이 다량으로 모이고, 히스타민(histamine)이라는 화학전달물질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 히스타민이 많이 방출되면, 재채기, 콧물, 코막힘, 눈의 가려움이라는 증상이 따라오기 때문에 심한 고생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큰 원인인 히스타민을 억제하는 약이나 음식들이 이런 때이면 잘 팔리지만, 이런 증상은 삼나무(杉,すぎ)의 꽃이 피는 2-4월, 노송나무(檜, ひのき)의 꽃이 피는 3-4월에 피할 수도 없이 겪어야 한다.

일본이 전쟁에서 패한 후 미국에서 들여온 삼나무를 전국에 심어 산림을 보기에 울창하게 잘 가꾸긴 했는데, 한편으로는 일본 고유의 나무들이 점점 사라지고 이제는 삼나무들이 커서 꽃을 피우니, 10년내에 일본인 세 명중에 한 명 꼴로 화분증으로 고생하게 된다니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

이렇게 알려진 원인 외에, 이 방송(물론 의학계의 도움을 받아서)에서는 더 분석해서 새로운 원인을 찾아내었는데, "Th2 면역세포"라는 것이다. 단순하게 따져보면 화분증을 일으키는 히스타민은 IgE항체로 인해 생기고, IgE항체는 Th2면역세포로 인해 더 활성화(活性化)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Th2면역세포를 자극하지 않고 잘 다스려야 하는데, 의외로 장(腸)과 관련이 있다. 코에 관해서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화제가 바뀌는 듯 하지만, 워낙이 Th2가 장에 기반을 두고 활성화 되기 때문이다.

Th2를 설명한 TV 화면

몸 안의 모든 작용들이 저절로 일어나기 보다는 결국엔 식생활(食生活)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보면, 음식 속의 단백질이 몸 안에서 원래는 아미노산(amino acid)에 의해 분해되어 흡수가 된다. 그러나 그 구조가 복잡하고 단단한 것을 이종(異種)단백질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잘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장까지 내려오고, 장의 점막은 이것의 침입을 막으려고 하지만 너무 많으면 결국엔 기능이 저하되어 약해지고 만다.

회복을 위해 이럴 때 등장하는 것이 Th2이다. 체내의 모든 점막을 돌보는 Th2가  어디에서고 하나라도 이종단백질의 침입을 받으면, 모든 점막에서 민감하게 바로 반응을 보이도록 되어있으니, 장이 나빠지면 코에서도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요구르트를 많이 먹어 장을 튼튼히 만들어 화분증이 일어나는 것을 막자고...

 그러다 이종단백질인 꽃가루가 들어오면 Th2가 IgE항체를 다량으로 배출하고, 다시 히스타민이 나오게 되어 이런 저런 증상이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꽤 오랫동안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일(?)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어딘가 시원치 않은 느낌이었는데 정말 그런가.... 음식에 문제가 있었나...

이종단백질은 주로 고기류나 계란류, 생선알 등에 많이 들어있는데, 어떤 사람은 고기보다는 생선을 많이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화분증이 나았다고 한다. 혹시 고기를 먹어도 구워서 먹기보다는 오래 끓여서 먹는 것이 그래도 잘 분해되어 흡수된다고 하니, 봄이 되기 전에 미리미리 몸을 잘 챙겨야 하나 보다.

마지막으로 이런 일련의 과정을 설명한면서 화분증 대책을 알려주었는데,

요즘 우리 집에서 먹고 있는 플레인 요구르트와 히스타민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는 중국산 차(茶)

유산균이 많은 요구르트를 하루에 200g 정도 먹으면 장의 상태가 좋아져 Th2ㅢ 활성화를 억제한다고 한다. 그리고 유산소운동(有酸素運動)으로 여러 면역세포들의 균형을 이루어 Th2도 역시 정상적으로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부터 늦은 감은 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일 요구르트를 먹고 있는데...

예전부터 음식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는데도 막상 살다보면 잘 잊어 버려서 그런지 이런 고통을 받는다. 고기류도 적당히 먹어야 하는데도... 거의 채소만 먹으며 나이가 들어도 부지런히 밭일을 하는 농촌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별다른 잔병없이 오래 사시는 것이 어쩌면 가장 현명한 삶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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