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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집안 일 중에서

 

일본에 와서 해야 하는 집안 일들이 사실 한국에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요즘에는 주부가 직접 몸으로 다 한다기 보다는 성능 좋은 기계에 의존하는 일이 많으니,
어떤 면에서 예전의 주부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한 가지 일이 아직도, 엄살 조금 붙여서 어깨와 허리를 뻐근~하게 한다.
하늘이 새파랗고 햇빛이 눈이 부시게 좋은 날이면 발코니 난간에 이불 요를 널어 말리는 일이다. 전에는 침대를 사용했는데 어느 때인가 아무래도 침대가 없어야 방이 넓어질 것 같아 치우고, 이불 요로 바꾸면서 중노동(?)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무슨 무슨 홈 패션"하는 이름의 가게들이 대개 커텐이나 침대 커버, 그리고 이불(掛け布斷團) 요(敷ふとん)를 만드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전통적인 이불 요를 만드는 가게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가게들은 점점 장사가 안 되어서 문을 닫거나, 재래 상가의 한 구석에서 먼지쌓인 상품을 하염없이 놓아두고 언제 올지도 모르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가게에서 파는 이불 요는 비싸면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든 무겁고 두터운 목화솜 제품이니, 점점 편해지기를 원하는 세상에서 뒷전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쇼핑센터에서 사는 요들은 이렇게 반 접어 놓으면 빳빳해서 세워 놓을 수 있다.
아마 안쪽의 솜이 이 크기로 자른 스폰지 같은 것으로 겉에서 박음질을 해서 더 그런 것 같다. 앞에 있는 것은 100숍에서 산 먼지 털이개이다.

몇몇 침구(寢具) 제조 기업들이 만들어낸 가벼운 오리털이나 양털 이불이 늘어나고, 요 또한 더 가벼운 것을 찾기 때문에 폴리에스테르 솜이나 양털을 섞어 만든 것들이 팔리고 있다.

그리고 특히 요에 있어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든 요는 사용하다 보면 솜이 한편으로 몰리거나 해서, 솜을 다시 틀어서(布團打ち直し) 만들어야 하는데 이 가격이 제품 가격만큼 해서 만만치 않다.

그러나 대규모 쇼핑센타나 홈센타에서 파는 요는 적당한 가격에, 좀 원단과 안쪽 재료의 질이 떨어질지는 몰라도 가볍고 튼튼해 보인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일본의 쇼핑센터에서는 침대커버 제품보다는 요 제품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우리가 구입한 이불 요는 NISSEN이란 통신판매를 통해서인데, 폴리 솜으로 만든 두꺼운 이불 요 베개 묶음에 4000엔, 따로 각 커버 세 장 묶음에1500엔을 지불했다. 다른 곳에서 제일 싸게 해도 요 하나에 3000엔 정도 하니 아마 이 정도면 일본에서 가장 싼 가격에 사지 않았을까 싶다.

싸게 산 것은 좋은데, 예전에 오사카에서도 이렇게 산 적이 있는데,  포장을 뜯어보고 좀 어색하게 느껴졌던 것이 영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지 않을 듯한 원단의 색깔이나 무늬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그렇다. 저가에 대량 주문을 받아 중국에서 만들어야 그 가격에 맞출 수 있을 터이니 그렇겠지만 하여간 참 낯설다.
이런 것이 일본의 색깔인가 싶을 정도이다.
커버들은 얇아서 어딘가의 속 원단으로 사용할만 한 천들이다. 그래도 싼 맛에 참는다.

그런데 사용하면 할수록 마음에 든다. 이불이야 아침에 개어서 오시이레(押入, 붙박이장)에 넣으면 되지만,
요는 온돌이 없는 일본 집에서 사람이 자는 동안 흘린 땀을 그대로 다 흡수해서 축축하기 때문에 도저히 그냥 넣을 수가 없다.
온돌이 없다는 것, 습기가 많다는 것이 참 절실히 느껴진다.
아파트에는 요오시츠(洋室)라고 해서 시멘트로 된 방 바닥에 마룻바닥 모양의 짙은 밤색 장판(일본에서는 쿳숀후로아 라고 함,
クッションフロア-, cushion fioor, 소재는 염화비닐)을 깔은 방이 있는데, 아침에 요를 개면 사람이 누워있던 자리가 허옇게 들떠있다.
요를 통해 내려온 땀과 바닥에서 올라온 습기가 비닐 장판을 불려 놓은 것이다. 온돌이 있다면 그대로 말라 버렸을 것을. 어떤 때는 어느 요 원단이 방수 코팅이 된 것이어서 더더욱 흡수가 안되니 마치 요 밑에 누군가 물을 흘린 것처럼 흥건하게 젖어 있기도 했다.

사실 요 밑이 이렇다는 것도 요를 사용하고 얼마 후에 알았다.
처음에 며칠을 계속 펴놓고 그 위에 전기 요를 또 깔고 사용하다가 청소하려고 들어보니 뒷면에, 이야기 하기 창피하지만 검은 점들이 다다닥 보였다. 뭔가 싶어서 한참을 보다가 곰팡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부랴부랴 발코니 난간에 널고 표백제 원액을 조금씩 발라주니 깨끗하게 없어졌다. 대신 요는 허연 얼룩이가 되었다. 아마 전기 요를 제일 바닥에 깔았으면 온돌이 되어 괜찮았을 텐데, 그러면 별로 따뜻하지가 않아서 대부분 요 위에 깐다. 찬 바닥과 따뜻한 전기 요 사이에서 습기가 모여있으니 곰팡이 터전을 마련해 준 것이다.


우리가 살던 아파트로, 발코니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아서 빨래를 옷걸이에 걸어 한 줄로 널면 꽉 찬다. 대부분의 아파트가 이런데, 이 한편에서 또 이불 요를 말린다.

이날 이후로 날씨만 좋으면 빨래만 널어도 꽉 차는 발코니에서 한쪽 난간에 요들을 널고 시간 보아가며 뒤집고 먼지 털어야 속이 개운했다.
외국인인 내가 이러니 일본인들은 어떨까, 가끔씩 일기예보에서 나오는 말이 있는데 "후통보시비요리(布團干し日和)"라고 해서 날씨가 화창하고 습기가 적으니 침구를 널어 말리기 좋은 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에서 보면 침대를 사용해서 그런지, 아니면 몰라서 그런지, 늘 내어 널으는 몇몇 사람만 바쁘다.

이불 요를 말릴 때에도 그냥 난간에 걸어 놓았다고 습기가 다 빠져 나가는 것이 아니다.
비가 온 다음날은 날씨가 좋아도 지면에서 습기가 많이 올라오기 때문에 널지 않는 것이 좋고, 화창한 날에도 일단 지면이 마른 이후의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가 가장 적당한 시간대이다. 2시 이후가 되면 다시 습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겨울이라면 이렇게 4시간 정도 말리지만, 여름에는 햇빛이 강하니 오전의 두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요는 우선 방바닥에 닿았던 부분이 위로 오게 해서 널고, 난간에 반을 걸쳐서 말리는 모양이니 4시간 동안이라면 1시간씩 햇빛에 닿는 면이 위아래 골고루 되게 네 번을 돌려야 한다.

걷어들일 때는 또 다시 네 번을 돌리며 턴다. 사실 먼지를 탁탁 때려서 털면 요의 솜들이 망가진다고 하는데, 이 작업이 가끔은 즐거울 때가 있다.
무언가 스트레스가 쌓였다면 난간 바깥으로 몸을 내밀어서까지 힘껏 두들기면, 온 동네 요란하게 텅텅 소리가 반사되면서 먼지가 푸하~ 올라오고 어깨가 뻐근해지지만 시원하다. 그러나 옆집에서는 우리 먼지가 그쪽까지 날아가니 아마 욕을 많이 했을 것 같다.
비닐 장판이 깔린 방에서 자는 것이라면 이런 일을 매일같이 해 주어야 침구가 산뜻하다.

그러나 마음처럼 되지 않을 경우 와시츠(和室)이라고 해서 타타미(疊)가 깔린 방에서 자면 며칠에 한 번 정도로 널어 좀 수월해진다.
타타미가 습기를 빨아들여서 그런지 자고 일어나도 요 뒷면이 젖어있지 않다. 대신 타타미의 시멘트와 맞닿은 아래 부분에 곰팡이가 핀다고 한다. 그래서 임대가 아닌 자기 집에서 사는 사람들은 1년에 몇 번 타타미를 들어 올려서 뒷면을 말린다.

이렇게 열심히 요를 발코니 난간에 널어 말릴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임대 아파트"에 살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주택은 크게 분양 단독 주택, 임대 단독 주택, 분양 아파트, 임대 아파트로 나누어지는데, 임대 아파트의 경우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만 지키면 사는 것이 자유롭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분양 아파트는 내 돈 주고 산 아파트래도 아파트의 미관을 떨어뜨리고, 크게는 아파트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발코니에 이불 하나 널지 못하게 하는 곳이 많다. 널고 싶으면 발코니 안쪽에 이불을 널 수 있는 전용 걸이를 사서 바깥에서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 심하면 먼지 터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금지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오시이레 안쪽은 판자로 되어있지만, 통풍이 잘 안되니 바닥에 이렇게 스노코를 깔아 놓으면 좋다고 한다.

요를 널어 말리는 것에 너무 신경을 써서 그런지, 우중충한 날에는 요를 오시이레(押入, 붙박이장)에 넣지도 않고, 좀 딱딱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방벽에 대충 기대어 세워 놓고 습기를 없앤다. 이럴 때에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 얇은 커버가 차라리 쉽게 마르고 좋다.
이래서 손님이 오지 않는 한 일년내내 요가 나와 있다.
또한 오시이레에 들어있는 다른 이불이나 요들이 덜 습기가 차게 하려고 맨 밑에 홈센타에서 사온 스노코(すのこ)를 깔아 놓고 늘 오시이레의 문을 얼마쯤 열어놓았다.
습기를 제거한다는 각종 제품들이 많이 있지만, 그런 것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차라리 남 보기 흉해도 이렇게 사는 것이 홀가분하게 여겨졌다.

습기를 이야기하면,
정말 처음에 당황스러워 어찌 해야 좋을 지 몰랐던 것이 있다.
거의 일년에 6개월 정도로 11월부터 4월까지 아침마다 깨보면 창문 안쪽에 물기가 가득한 것이다.

창문이라는 것이 이중유리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유리 한 장 달랑이니
내외부의 온도 변화에 민감해서 생기는 결로(結露)현상인데,
그냥 놔두면 언젠가는 마르기는 하지만 창틀에 서서히 곰팡이가 생기기 시작하고, 걸레로 닦자니 물기가 너무 많아 조금만 닦아도 타타미로 물이 떨어져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 어느 날, 홈센터에서 딱 좋은 제품을 찾았다. 창에 대고 밀기만 하면 물받이통이 있어서 흘리지 않고 닦아낼 수 있는 것이다. 유리 부분은 이것으로 밀고, 틀은 걸레로 닦으니 좀 수월해졌다.

윗부분에 "전기 요"란 것이 나와서 추가하면,
덴키시키모후(電氣敷毛布)라고 해서 사이즈와 재질에 따라 다르지만 가격대가 20,000 - 2,000엔 정도로 한다.
겨울이 되면서 그냥 자기에는 바닥이 추우니 요마다 하나씩 깔 수 있는 싱글 사이즈로 아크릴 제품을 2000엔 정도에 사서 진짜 몇 년을 고맙게 잘 사용하였다. 침대를 사용하지 않으면 이것은 필수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거실에도 역시 찬 바닥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홋토카펫토(ホットカ-ペット,電氣カ-ペット, 전기카펫트)를 깐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전기장판과 같은 것으로 불이 들어오는 부분은 꼭 부직포로 만든 것 같고, 그 위에 진짜 여러 무늬의 카펫트를 깐다.
두 장이 한 묶음인데 이것도 크기, 재질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제일 싼 것이 아크릴로 2?(182cm×182cm)짜리10,000엔 정도.
그런데 처음 사서 그 위에서 앉아 TV를 보다가 왜 그리도 몸이 가려운지... 그래서 아크릴 카펫트를 걷어내고 이 크기에 맞는 천패드를 사서 깔으니 조금 닿는 부분이 딱딱하지만, 바닥 체질에는 부담이 없고 딱 좋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이런 불편함이 있으니 아예 밑 부분만 팔던가, 우리나라처럼 비닐 장판으로 된 카펫트도 나오고 있다.

덴키시키모후. 접속 코드를 빼고 손빨래를 할 수 있다.

홋토카펫토.
반으로 나누어서 필요한 부분만 불이 들어오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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