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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장

 

1996년 겨울, 첫 해외생활이기에 기념삼아 한국의 아는 사람들에게 보내려고 카드를 사러 문방구에 가 보니 입구를 가득 메운 것은 엽서들 뿐이었다. 물론 크리스마스 카드나 연하카드를 가게 안쪽에서 찾아내기는 했으나 왠지 종류도 적은게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

한국과는 완전히 반대의 문화. 한국에서는 자기 이름 한 자 달랑 적은 연하 엽서를 보내는 것이 왠지 실례라고 느껴져서 돈을 좀 더 주고라도 연하 카드를 사서 보냈었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거리에는 여기저기 카드가 넘쳐나는데... 여기 일본에서는 엽서를 보내도 별로 실례가 아니고 적은 비용으로 여러 사람에게 보낼 수 있으니 당연하게 여긴다.
한번은 아는 아줌마에게 연하 카드를 보냈더니 그것을 자기가 굉장한 대접을 받은 것처럼 느끼며 감사하다고 해서 도리어 내 쪽에서 쑥스러웠던 적이 있다.

이런 엽서 문화에 동참하다 보니 비용의 절약뿐만 아니라 작은 행운의 기회도 잡을 수 있었다. 대부분 11월경부터 우체국에서는 아무 그림이 없는 기본형과 한 귀퉁이에 조그맣게 그림을 넣은 관제연하엽서를 판다.
반면에 서점(문방구도 같이 취급)에서는 일반 문구회사에서 만든 엽서도 팔고, 기본형의 관제엽서에 12간지의 그 해에 해당하는 동물 그림(약 70종)과 더불어 쓰고 싶은 내용과 자신의 주소, 이름까지 인쇄되도록 주문을 받는다.

물론 그림별 가격은 다르지만 카드를 사는 것보다는 싸게 할 수가 있다.
싼 것도 그렇지만 더욱 마음에 드는 것이 관제엽서 하단에 적혀있는 번호가 복권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엽서는 1949년 12월부터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매되었다) 좋은 번호의 엽서를 사려고 11월이 되어 관제연하엽서를 발매하는 날이 되면 東京의 중앙 우체국앞에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진을 치고 기다린다.
이런 관제엽서는 12월말까지 팔고 새해 1월15일이 되면 드디어 기대하던 추첨! 그리고 당첨된 사람은 상품을 1월17일부터 7월17일(토,일요일이 끼면 조금 바뀜)사이에 찾아갈 수 있다.

복권번호는 왼쪽아래 B0516組

상품 내역을 보면, (2000년의 경우) 1등은 전동 자전거,디지탈비디오카메라,카내비게이션,맛사지의자 중에서 한 개. 2등은 체지방계헬스메타,접는 자전거,디지탈카메라,공기청정기,휴대용MD플레이어,고향특산물6종 중에서 한 개. 3등은 고향특산물1종. 4등은 특별우표(50엔+80엔)이다.  1,2등의 경우 가격으로 봐도 만만치 않은 상품들이기에 사람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드보다는 엽서를 기를 쓰고 사서 보낸다.

  
연하장의 복권 번호가 당첨되어서 받은 우표

얼떨결에 나도 받은 엽서중에서 한장이 4등에 당첨되어 연말연시의 이런 습관은 닭이 먼저인가, 계란이 먼저인가 처럼 연말 인사로써 엽서를 보내기에 복권 추첨을 하는 것인지, 그저 당첨되기 위해서 엽서를 보내고 받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적당히 보내고 받은 엽서중에서 혹시 당첨되는 것이 있다면 내가 누군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누가 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1년내내 간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새해를 밝은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2000.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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