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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잎을 간직하며

 

3월 초부터 연일 뉴스에서는 기상 예보를 하면서, 벚꽃이 20일경부터 피기 시작해서 일주일 정도 화려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막상 그 시점에 어딜 잠시 다녀오느라고 때를 놓치고 말았다. 아~~~ 일본의 뼈속까지 써늘한 겨울을 언제고 화사하게 필 벚꽃을 꿈꾸며 견디어 왔는데... 정말 아쉽다.


그러나 한창 때의 흐드러지게 피어난 화사함은 볼 수 없었어도  후두두둑 비오는 듯이 꽃잎을 떨구는 마지막 모습은  볼 수 있었다.

야마자키가와의 벚꽃 길(하류)

집 근처 걸어서 20분 정도 되는 곳에 나고야시에서 제일 유명한(일본의 벚꽃 명소 100選에도  뽑힌 곳이다) 벚꽃 길이 있다.
주택가 사이의 야마자키가와(山崎川, 山崎川四季の道)라는 하천을 따라 약 2.5Km정도, 양쪽 제방 위에 굵은 벚나무가 가지를 있는대로 뻗어 늘어져 있어서, 겨우내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그냥 넓은 공원이나 도로 옆에 심어져서 피는 벚꽃과는 달리, 폭이 좁아도 깨끗한 물이 흐르는 하천을 끼고 피는 벚꽃에는 무언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맨땅의 벚나무는 똑바로 자라 그저 나 보란 듯이 화사하게 피고,

상류쪽의 벚나무

어느새 꽃이 지고나면 하얀 잎들이 사람들의 발에 짓눌려서 금새 지저분하게 되니,  왠지 단순히 "꽃이 폈다가 졌구나"라는 생각만 든다.  그러나 하천 옆의 나무들은 경사진 제방에서 무너져 내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도, 가지들은 거의 하천 물에 닿을 듯 말 듯 뻗어있어 그 자체의 모습만으로도 애처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꽃이 질 때는 거의 하천 위로 잎들이 다 떨어져, 서서히 흐르는 물에 젖어들며 어느 한 곳으로 모이니 벚나무의 그림자 같기도 하고, 두 번째꽃을 피우는 것 같기도 하다.
순간의 영원함... 그리고는 어쩔 수 없이 하나 둘 흘러내려가니 내년 봄을 위해 자리를 비워주는 것처럼 보여 가슴 한 구석이 저며진다.

떨어진 꽃잎들

아~~ 내가 왜 이러나~~ 머리 위에서는 해가 쨍쨍한데 하천을 내려다 보면서 잠시 무언가에 홀렸다가 깨어난 듯 하다.   일본에서는 벚나무에 "마모노가스무(魔物が住む)"라고 말하는데, 좋게 말해서 요정(妖精), 나쁘게 말하면 요괴(妖怪)가 산다는 것이다. 아마 나도 그래서 넋을 잃고 있어나 보다.

상류 쪽에서 이러고 있다가 하류 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이런! 벚나무가 없다. 대신 하천 바닥을 더 깊게 파고 제방을 보기 좋은 돌로 쌓고 있는 공사가 한창이다. 나무들은 잠시 다른 곳으로 옮겨다 놓았다고 하니 내년이면 다시 볼 수 있겠지만, 왠지 운치는 없을 것 같다.

일본에서는 벚나무는 절대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옮기면서 거추장스러워 한 두 가지 남기고 다 잘라  몸통만 남겨 놓았으니 어느 세월에 멋있게 자랄까...

관광 명소가 되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 왜들 깔끔하게 새로 다듬으려고만 하는지... 벚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이렇게 힘든 공사를 했다고 자랑하고 싶은 것인지... 좀 부족한 듯, 사람의 손이 덜 간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이 보는 사람에게는 자연의 편안함인데...

 

지금은 공사중

 

 

너무 잘려서 보여줄 게 없네요

하천의 다리 난간에도 벚꽃 모양

어느 목조 주택 앞의 벚나무

그림자

 

 

 

                     *** 덧붙이기
                     2003년 봄 다시 야마자키가와에 나가 보았다. 여전히 벚꽃은 사람들의 얼굴에 화사하게 웃음을 짓게 한다.
                     밤에 조명을 받은 벚꽃을 보니 왠지 뭉클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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