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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되는  토카이 지진(東海地震)

 

일본에서 살면서 가끔 "정 떨어진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살기 싫을 때가 있는데, 다름아닌 "지진(地震)"을 느꼈을 때이다.

거의 한 달 전인가, 저녁 10시쯤 거실에 누워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시멘트로 만든 딱딱한 바닥을 누군가가 밑에서 확 쳐올리는 듯 하여 너무 놀랐다. 이렇게 단단해 보이는 집인데도 지구 속에서 일어나는 힘에 대해서는 종이장처럼 변하다니... 아~~ 싫다 싫어. 그리고 나서는 한 5분도 안되어서, TV화면에 어느 지역에서 어느 정도의 진도(震度)로 일어났는지 금새 자막이 나오는데, 나고야 근처에서 3도로 일어나서 그 여파가 우리 동네까지 온 것이다. 놀란 가슴 진정하고 생각해 보니, 올해 들어 더 토카이지진(東海地震, 태평양 연안의 일부 지역에서 일어난다고 하는 지진)에 대해서 너무 많이 떠들고 있다.

토카이 지진이 일어날 예상 지역의 지도이다. 빨간 부근이 시즈오카현 주위인데 진도 6-7도를 예상. 나고야는 진도 표시는 안되었지만 지도에서 거의 왼쪽에 있다.

 

물론 2002년4월24일자로, 나고야와 근처 미에현(三重縣)의 바닷가에 면한 일부 지역이 "지진방재대책강화지역(地震防災對策强化地域)"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나고야를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 더 떠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토카이지진이 일어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시즈오카현(靜岡縣)의 앞 바다인 스르가만(駿河灣)의 해저(海底)가 남쪽의 필리핀海플레이트(plate, 지구 최상부의 암반)와 북쪽의 北美플레이트가 만나는 곳으로, 언제든지 힘의 균형이 깨지면 큰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 1976년 도쿄대학의 어느 교수가 "시즈오카현을 중심으로 한 토카이 지방(東海地方, 本州 中部 지방의 태평양 연안으로 靜岡縣, 愛知縣, 三重縣, 岐阜縣의 南部)에 내일 당장 진도 6-7도의 지진이 일어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발표하는 바람에 "토카이지진"이란 말이 더욱 크게 번지게 되었다. 그 이후로 이 지역의 사람들은 지진에 대한 불안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사카에서 살 때는 이미 한신고베대지진(阪神神戶大地震, 1995년1월17일 새벽 5시46분에 일어난 진도 6-7도의 지진)도 지나간 뒤라, 좀 작은 지진이 있어도 그리 불안하지 않았는데, 토카이 지진의 여파가 여기 나고야까지 온다니 왠지 불안해진다. 거기다 "강화지역"으로 정해졌다니 더 하다. 이렇게 "강화지역"으로 정해진 곳은 전체 8都縣 263市町村에 인구 1200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런데, 만약 지진이 정말 가까운 시일내에 일어난다면, 강화지역의 크기가 이전 한신고베대지진이 일어난 지역보다 더 넓기 때문에 피해는 더 커진다.

무너진 목조 주택

한신고베대지진은 고베지역이 진도 6-7도로 가장 큰 피해를 보았고, 오사카만 해도 평균 4도 정도로 느꼈다고 한다. 고베지역의 목조 주택들은 거의 부서졌고, 건물의 중간층이 내려앉기도 했고, 고속고가도로가 기둥이 부러지는 바람에 옆으로 자빠지기도 하였다. 오사카의 경우, 아는 사람에 의하면, 고층 아파트에서는 싱크대의 그릇들이 다 떨어져 내렸으며 책장이 넘어질 정도로 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저층의 경우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평균 4도의 지진에 이 정도였으니, 여기 나고야도 별 다르지 않겠다. 3-4도 정도로 일어난다고 하니... 그러니 나고야에서 좀 난리가 났었다.

빌딩의 중간 층이..

예전에는 나고야까지 지진이 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새삼스럽게 강화지역으로 지정되고 보니 이런 저런 지진 대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동안 뉴스를 보면 특집으로 지진 대책에 대해 다루었는데, 이들이 보기에 시즈오카현의 경우는 거의 30년 전부터 준비를 해 왔기 때문에 "지진의 선진지(先進地)"란다. 그래서 그 곳에 가서 아무 집이나 들어가 지진 대책을 어떻게 하고 있냐고 물어 보니, 거의 물이나 건빵, 의료품등을 현관에서 가까운 곳에 준비해 놓았고, 좀 더 돈을 들여서는 목조 집을 튼튼하게 강화하였다고 한다. 은행이나 공공 기관에는 손님들을 위해 비상헬맷을 비치해 놓은 곳도 있었다. 이런 내용들을 여기 나고야에서 며칠 간 계속 보니 짐 싸들고 떠나고 싶어진다. 아니 짐은 싸지 않더라도 비상용품은 준비해 놓아야 할 것 같았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의 진도와 피해 상황을 수치와 그림으로 나타냈다.

 

지진을 대비해서 나누어 주는 이런 저런 안내지 등을 찾아보니, 지진이 나기 전에 해야할 일 등이 적혀있었다.

1. 집은 지진에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지 미리 검사를 해 보고, 가구들은 가급적 벽에 고정을 시켜 놓는다.

2. 유리창에는 유리가 깨지더라고 방바닥에 떨어져 흩어지지 않도록 미리 투명한 필름을 붙여놓아야 한다. 이를 위한 제품들이 요즘 들어 홈센타에 가면 더욱 눈에 뜨인다.

3. 불을 사용하는 제품들의 안전 장치를 확인해 놓고, 소화기를 설치한다.

4. 식량은 약 3일분을  준비해 놓는다. 지진이 나서 구호 물자가 배포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쌀이나 건빵, 인스탄트 식품, 캔 등. 물은 1인당 하루 3L를 먹는다고 생각해 준비한다. 물을 비축해 둘 때는 커다란 20L 폴리탱크보다는 펫트병으로 모아두는 것이 편하며, 음료수를 살 적마다 하나씩 유효 기간을 보아가면서 보충한다.

5. 방재품(防災品)은 한 곳에 모아두면 꺼내기 힘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 곳에 나누어 보관한다. 특히 집이 다 파괴될 경우를 생각한다면 자동차의 트렁크가 적당하다. 방재품으로는 식량, 간이 천막이 될 수 있는 커다란 비닐시트, 넘어진 가구나 기둥을 세우기 위해 자동차의 쟈키,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식기를 씻지 않고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랩을 준비해 놓으면 편하다.

6. 베갯머리에는 호루라기와 슬리퍼를 놓아둔다. 호루라기는 만약 건물 밑에 깔렸을 경우 소리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슬리퍼는 유리창이 깨져서 떨어졌을 때 발을 보호한다.

7. 육아용품을 어느 정도는 보관해 둔다. 한신고베대지진의 경우 다른 구호 물자에 비해 적었기 때문이다.

8. 가족간의 연락 수단을 미리 정해 놓는다. 일단은 시에서 지정한 대피 장소를 걸어 가서 확인해 놓고 이 곳에 모이도록 한다.

9. 평상시 이웃과의 관계를 잘 유지한다. 지진이 나서 피해를 입으면 최소 3개월 정도는 피난 장소에서 이웃과 공동 생활을 해야하는데 그럴 경우 서로간에 심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이렇게 준비를 해 놓고, 진짜 지진이 일어나면

1. 몸의 안전 확보. 튼튼한 테이블 아래로 들어가거나, 방석으로 머리를 덮으며 가구 근처에는 가지 않는다.

2. 빨리 불 끄기. 일단 지진으로 한 번 흔들리면 사용중이던 가스레인지나 난로의 불을 끄고, 그래도 번지는 불을 끄기 위해 평상시 욕조에 물을 조금 받아 놓는다. 그리고 이웃에게도 불을 끄라고 소리친다.

3. 창이나 문을 열어 출구를 확보해 놓는다. 고층맨션의 경우 현관문이 비틀어져서 열리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4. 실내의 유리 파편 주의. 늘 슬리퍼나 회중 전등은 손이 닿는 곳에 준비해 둔다.

5. 낙하물(落下物)에 주의. 당황해서 집을 뛰쳐나가다 보면 머리 위에서 기와나 간판, 유리 등이 떨어져 내리기 때문에 잘 살펴보거나 헬맷을 쓴다.

6. 자기 집의 안전을 살피고 이웃 돌보기. 7. 협력해서 구출, 구호. 8. 피난하기 전에 전기, 가스 등의 안전 확인.

9. 쓰러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대문이나 담 옆으로는 가지 않는다.

10. 정확한 정보와 행동. 걸어서 피난장소를 미리 확인해 놓고, 라디오와 건전지를 준비해 둔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지진을 대비한 것이 아니라 마치 전쟁이 났을 경우의 피난 준비를 한 느낌이다. 한국에서 일본의 관광 산업이나 연예 관계의 여러 가지들에 대해 듣게 되면, 왠지 가 보고 싶고 어떤 면에서는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겉보기만 좋을 뿐. 어차피 이땅에 태어나서 소박하게 사는 서민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어릴 적부터 온 몸으로 느껴온 지진에 대한 불안을 품고 살아 갈 수밖에 없다. 겉으로 화려한 것들에 잠시 즐거움을 느껴 보지만, 돌아서면 언제 생활의 기반이 하루 아침에 다 무너질 지 모르는 상황.

일설에 의하면, 과거의 데이터를 종합해 보니 2025년 내에 지진이 토카이 지방에서 일어난다고 하지만, 아무리 돈을 들여서 지진에 대한 연구를 해도 결국엔 아무도 모른다. 정말 그 시기쯤일지, 내일 당장일지... 토카이 지방만 그럴지... 한신고베대지진을 어느 누구도 예측 못했듯이. 내 집은 안전하겠지 하는 생각은 버리고 미리 미리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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