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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정사(興正寺)로 모이는 노인들

 


흥정사 정문

언젠가, 근처의 쇼핑센타에 있는 "100엔 회전초밥(접시 하나에 초밥 2개을 얹어서 100엔)" 가게로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엄청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길게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좀 황당했다.

이 가게는 늘 사람이 없어서 접시 돌리는 기계만 돌아가고 있는 집인데, 이 날 따라 뭔 일이 났는지... 어디서 경로잔치라도 했나, 무슨 경로잔치가 식사도 대접안하고 끝나나... 이러저러 생각하며 30분을 기다려 겨우 자리에 앉으니, 이번에는 돌아가는 접시가 없다. 너무 사람이 갑자기 많아지니 주인 아저씨가 미처 초밥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참 초밥 먹기 힘든 날이었다.


정문에 들어서서 보면 노점상과, 멀리 5층 탑이 보인다.

그리고는 한 일주일 쯤 지났을까, 쇼핑센타에 가니 또 경로잔치가 있었나 보다. 휴게실에 앉아 쉴 자리가 없다. 이상하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여기 나고야 시내에서 뭐 구경할 곳이 없을까 하며 안내 잡지를 뒤적이는데, 가까운 곳에 유명한 큰 절이 하나 있고, 매월 5, 13일이면 무슨 행사가 열린다고 쓰여있었다. 사람없는 썰렁한 절보다는, 뭐든 행사를 하면 그래도 뭔가가 볼거리가 있겠지 싶어 가 보니, 절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뒷모습이 많이 보인다. 혹시 여기서 경로잔치를 하나?


5층 탑

흥정사(興正寺)는 와카야마현(和歌山縣)의 고야산(高野山)을 本山으로 하는 진언종(眞言宗) 계통의 절로, 1688년 창건되었다. 오랜 역사가 있어서 그런지, 작은 산 여기 저기에 빛 바랜 건물들이 큰 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중심에는 1808년에 세워져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목조 5층탑이 당당하게 세상을 내려다 보고 있다.

정문으로 들어가 보니 곧장 본당(本堂)으로 통하는 길 중심쯤에 멀리 5층 탑이 보이고, 길 양 옆으로 노점상들이 판을 벌려놓고 있다. (속옷, 가방, 야채, 생선, 꽃, 그릇, 과자, 신발, 떡, 과일 등등..) 왠지 노점상들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뭔가 좀 구질구질하고 오래된 상자에서 꺼낸 물건들을 깨끗이 먼지를 털어가며 진열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열심히 손짓하며 부르는, 싸게 해달라고 조르며 물건을 사는 사람에게는 작지만  "덤"을 얹어주는, 이런 노점상들의 솔직한 모습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너무 깔끔한 척하는, 너무 친절한 척하며 정해진 가격에만 파는 일반 상점들만 다니다가, 이런 모습들을 보면 편안해진다. 물건들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본당 지붕이 보인다.

싸고 부담없는 분위기 때문에 여기 저기 기웃기웃하다 보니, 여기에 온 목적을 잊어 버릴  정도다. 아니, 어쩌면 이런 노점상 둘러보기가 목적인지도 모르지만...

노점상을 둘러보며, 사람들을 헤치고 본당 앞으로 가보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열심히 기도를 드리고 있다. 그렇게 보였다. 주위에서 작은 양초와 향 묶음을 파는, 절에서 봉사하는 어느 아줌마에게 오늘이 무슨 행사냐고 물어 보았다. "大隨求明王, 虛空藏菩薩의 엔니치(緣日, ご緣日)"라고 한다.


본당 앞의 분주함

잘은 모르겠지만, 특별히 정해진 이런 날에 믿음을 가지고 기도를 드리면 좋다고 한다. 아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족의 평안함을 기도드리는 것 같다.

아미타불을 모신 본당 안을 들여다 보니, 우리와는 다르게 안이 컴컴하고 불단을 볼 수가 없다. 화려하게 금박을 붙인 장식과 여러 색의 휘장들로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스님들의 독경 소리는 쩌렁쩌렁하고, 사람들이 그냥 앉아서 합장만 하고 있다. 절하는 습관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한편에는 어떤 보살의 조각상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한 끝에 솜을 넣고 붉은 색 천으로 감싼 막대기를 들어 조각상을 한 번 문지르고 나서는 자신의 몸에도 멸심히 문지르고 있다. 그렇게 하면 이 보살의 영험한 힘으로 자신의 어떤 나쁜 병이 낫는다는 한다. 또 한 편에서는 어느 스님이 사람들을 모아놓고 무슨 경을 외우고 있는데, 이 것도 일종의 액(厄)물리치기 라고 한다.

사람이 살면서, "자기 뜻(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생각한)"대로 안되는 것을 "액이 꼈다, 마(魔)가 꼈다"라고 생각하는데, 일본들은 이런 "액 물리치기"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의 여러 종교에도 여러 형태의 "액 물리치기"가 있지만, 일본의 절이나 신사(神社)에 가서 보면,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액 물리치는 행사나 물건"이 있다. 믿어서 나쁠 것은 없겠지만, 아마 이런 것에 너무 매달리다 보면, 도리어 이것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마음"을 방해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같이 사람들이 절에 와도, 어떤 이들은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아 이익을 보려하고, 어떤 이들은 싼 물건을 사기 위해, 어떤 이들은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외로움을 잊어 버리는 만남을 위해, 어떤 이들은 액을 물리치고 복을 받기 위해, 어떤 이들은 숨 쉬는 것과 같은 별 생각없이 습관처럼 오고... 여러 가지 마음이 뒤섞여서 절 주위가 시끌벅적하다.

왼쪽 사진은, 본당에서 돈을 넣는 복전함에 돈을 던진 후 합장.

일본인들은 이런 함에 큰 돈(지폐)을 별로 넣지 않는다. 제일 많이 넣는 돈이 10엔짜리. 던져서 들어갈 때 구르는 소리가 가장 좋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듣고 스님이 기뻐하라고...

5엔짜리를 넣기도 한다. 이유는 일본어 발음상 5엔을 "고엔"이라고 하는데, "인연"을 의미하는 "고엔(ご緣)"과 발음이 같아서, "좋은 인연"을 만나도록 비는 마음에서 넣는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이상한 인연"이 붙을 수도 있다고 해서 넣지 않는다고 한다


본당 안에는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다고 하는데 잘 안보인다. 천장과 불단 앞에는 엄청나게 화려한 금 장식이 번쩍인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알록달록한 단청이 없어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어둡다.


본당 앞에 있는 향을 태우는 곳인데, 우리처럼 향을 하나씩 꽂는 것이 아니라 조금 뭉치로 넣으면 연기가 많이 난다. 그러면 그 연기를 자신의 몸 중에서 아픈 곳으로 닿게 하면 낫는다는 믿음이 있다. 사진의 아줌마도 열심히 자신의 배쪽으로 손짓을 하고 있다.


"고마키(護魔木)"라는 말 그대로, 나쁜 마로부터 보호하는, 좁고 긴 나무 조각을 사서 자신이나 가족의 생년월일을 적어 본당에서 예불을 올리는 스님에게 주면, 스님이 하나씩 태우면서 액을 떨구는 의식을 치른다고 한다.


자신의 소원을 비는 내용을 "에마(繪馬)"라는 작은 나무판에 적어 이렇게 매달아 놓는다. 그 앞에는 꽃을 파는 장사가 들어서 있다.

 


본당의 왼쪽 언덕 위에 있는 관음당(觀音堂) 앞의 종루. 종 모양은 우리와 똑같다. 다른 것이 있다면, 우리는 신자들이 마음대로 칠 수가 없는데, 여기서는 10엔을 종루 앞의 통에 넣고 힘껏 친다. 그리고 이 앞에는 꼬치떡과 오뎅을 파는 가게가 들어서 있다.

 
노점상 중에서 가장 놀라운 가게인데, 살짝 말린 "시샤모"라는 생선을 팔고 있다. 작은 화로(시치링) 위에서 굽기도 해서 냄새가 멀리 퍼진다. 우리나라의 절에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풍경이다. 절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여기 들어온 가게들이 노점상 연합회 같은 곳에 신청해서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고 한다.


"장수죽(長壽竹)"이라고 해서 물 속에서 키우는 작은 대나무를 판다. 간판에는 開運, 厄除, 家內安全이라고 쓰여있다. 이것을 집 안에 갖다 놓으면 그렇다는데, 사람들이 부처님을 모신 절에 오면서도 진정으로 마음의 의지처로 삼는 것은 무엇인지...

 


검은 쌀을 팔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보편화가 되었지만 일본에서는 아직 쌀 가게에서 검은 쌀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이렇게 밥까지 해서 시식을 하게 하고, 이런 쌀을 먹으면 "장수 "한다고 선전을 한다. 일본의 쌀 가게에서는 그냥 멥쌀과 현미 ,그리고 보리쌀 정도만 판다. 우리처럼 열댓가지 섞인 잡곡쌀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가끔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검은 쌀과 함께 잡곡쌀을 사가기도 한다.



 


"퐁과자(ポン菓子)"라는 것을 파는 가게인데, 처음에 여길 보고 놀랐다. 우리의 "강정"이란 과자 아닌가! 뻥튀기 기계로 쌀을 팽창시킨 후, 설탕 시럽을 묻혀서 사진 왼쪽에 보이는 판 위에 고루 펼치고, 굳힌 후 썰은 것이다. 뻥튀기 기계가 미국에서 일본으로 들어와 보다 작고 가볍게 개량되어, 다시 우리나라로 건너와, 먹을 것이 없던 시절에 어린이들의 간식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어느새 "강정"이란 이름으로 우리 식생활에 파고 들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파는 "한과 강정"은 전통과 이런 일본식이 섞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통 강정은 고물로 깨, 콩, 잣 등을 묻힌 것이다. 이렇게 팽창 식품이라고 할 수 있는 튀밥(튀긴 쌀)을 잘게 썰어 묻힌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점상 중에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줄을 선 가게이다. 부친개를 만들어서 파는 것인데, 앏은 밀가루 전 위에 파를 잔뜩 뿌린 후, 계란을 가운데에 넣고, 생강 조금과 튀김 부스러기를 뿌렸다. 다 되면 간장을 조금 발라 주는데 200엔. 다들 이런 부친개를 신기하게 생각하는지 늘 사람이 많다.
 


"타이야키(たいやき, 도미 구이)"를 판다. 우리나라의 "붕어빵"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생선인 "도미(타이)"가 무엇인가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만드는 요리의 재료이기 때문에 吉하게 여긴다. 단팥을 가득 넣어서 한 개에 100엔. 생각해 보면 참 비싸다. 그리고 일본에도 이런 말이 있다. "타이야키 안에는 타이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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