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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고야 성(名古屋 城) (1)

 

일본의 사적 관광지란 곳을 다녀본 중에서 가장 신기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한 것이 있다면, 바로 "성(城)"이다.

어릴 때부터 "城"이란 말은 많이 들어왔는데,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는 동화속에 나오는 서양의 중세 성이나, TV의 사극에서 나오는 성벽 정도였다. 서양의 城은  만화나 영화 속에서 보았기 때문에 대충 어떤 형태, 구조인지 알 수 있었지만 너무 먼 나라 이야기였고, 우리나라의 城은 어떠했는지 사극의 전투 장면을 볼 적마다 무척이나 궁금했다. 큰 마을 주위로 둥글게 성벽만 쌓은 것인지, 아니면 마을의 가운데에 어떤 중요한 건물이 있고 그 주위로만 성벽이 있는 것인지... 또 사람들은, 군인들은 어떻게 그 안에서 생활을 했는지... 여러모로 궁금했고, 어찌 되었건 사극에서 전투 장면이 끝나고 나서 하는 "城이 함락당했다"라는 말이 잘 이해가 안되었다.

물론 나라마다 城의 형태가 다르기는 하지만, 일본의 城을 보니 그 동안의 여러 의문이 풀리는 듯 했다. 또한 우리가 흔히 일본인들을 "작은 것을 좋아하는 민족"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생각이 얼마나 일본에 대해 잘 모르는 생각인지, 이런 城을 보면 부끄럽게 느껴진다.

일본에 처음 와, "오사카 성(大阪城, 大坂城, 豊臣秀吉이 1583년이 세움 )"을 보면서 한참 동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건물의 기반이 되는 이시가키(石垣, 돌로 만든 축대나 담)에 쓰여진 돌의 크기나,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위로 파 놓은 소토보리(外堀), 우치보리(內堀), 당당하게 서 있는 천수각(天守閣) 등, 우리와는 다르게 무사(武士)들이 나라의 권력을 손에 쥐고 이루어낸 역사를 직접 보니, 어떤 면에서는 내가 좀 짓눌리는 듯 했기 때문이다.


아즈치 성의 단면도.

그런데 사실, 일본의 城이 전부 이렇게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성은 "전투용의 시설"로만 인식되어 영토의 경계선이 되는 높은 산 위에 적의 침입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성벽과 망루 정도 갖추어 세워졌다. 이 정도로는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서, 이런 성이 침입을 당하고 함락되는 것이다.

오사카성처럼 성을 평지에 세우면서 화려하게 장식을 한 궁전과도 같은 집과 군사용 시설을 대폭 늘려 권력자의 위세를 보이기 시작한 사람이 戰國時代의 武將 오다노부나가(織田信長1534-1582)이다. 천하를 어느 정도 손에 쥐었다고 생각한 그는 아즈치(安土, 현재 滋賀縣 蒲生郡 安土町)라는 곳에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유는, 이 곳이 수륙교통의 요새이고 자신의 고향인 오와리(尾張)와 구세력의 중심지인 교토(京都)와의 중간에 위치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576년 아즈치성(安土城)이 세워지기 시작했고, 오다노부나가는 1579년 이 곳으로 옮겨왔으나, 그의 死後 성은 불에 타서 1585년 폐성이 되었다. 그 이후, 권력자를 위해 세워지는 성들은 아즈치성을 기본으로 하게 되었다.


나고야 성의 안내판. 사진에서 보면, 왼쪽 아래에 정문(正門)이 있고, 그 옆으로 빨간 색으로 "현재위치"라고 쓴 표시가 보인다. 여기에 이 안내판이 있다. 사진의 오른쪽 아래에는 동문(東門)이 있다.
성 주위로 파랗게 칠한 부분은 소토보리(外堀)라고 해서 물을 채워 놓았다. 그 외 노란 부분은 물이 없는 소토보리도 이고, 가운데 사각형의 노란 부분은 우치보리(內堀)이다. 이 안이 혼마루(本丸)라고 불리는 곳으로, 유명한 천수각(天守閣)이 있다. 전체 성은 네 부분의 마루(丸)로 나뉘어 있어 (本丸, 西之丸, 二之丸, 深井丸) 각 부분마다 필요한 건물들이 들어 서 있었다.

이런 城이 나고야에도 있다.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에 햇빛이 너무 좋아 집에 있기에는 아까운 날이었다. 그래서 전에 한 번 손님을 구경시키느라 가 본 적이 있는 나고야성을 다시 찬찬히 보기로 하였다.

지하철 메이조센(名城線)을 타고 원래는 시야쿠쇼역(市役所驛)에서 내려야 하는데, 잘 몰라서 북쪽으로 하나 더 위인 메이조공원(名城公園)역에서 내렸다. 공원과 城이 연결되어 있어서 한 700m정도 걸으면 된다고 하니, 공원도 구경하자는 생각에 들어갔는데, 대낮이지만 혼자 다니기에는 좀 껄끄럽다. 여기저기 나무 밑에는 노숙자들의 파란 비닐 텐트가 쳐져있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힐끗힐끗 쳐다보니 괜히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소토보리와 멀리 천수각.

부랴부랴 성 쪽으로 걸어가니, 갑자기 커다란 호수 같은 것이 나타난다. 그리고 건너편 언덕 위에는 천수각(天守閣)과 그 지붕 양 끝에 얹은 황금 샤치호코(しゃちほこ)가 번쩍번쩍하다. 이게 바로 소토보리(外堀)구나. 군사 요쇄인 城을 적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주위의 땅을 파서 물을 채운 것이다. 예전 城을 지을 때는 지금 메이조공원이 있는 부근이 커다란 호수였기 때문에 물 대기가 쉬웠다고나 할까.

나고야 성은 토쿠가와이에야스(德川家康 1542-1616)에 의해 세워졌다.

일본 전국을 통일(1590년)한 토요토미히데요시(豊臣秀吉 1536-1598)의 死後, 1600년 세키가하라(關ケ原, 현재 岐阜縣 西南部의 關ケ原町 )에서 토쿠가와이에야스는 토요토미히데요시를 따르던 다른 가신(家臣)들과 실권 다툼의 전투를 벌여서 이겼다.


앞에 보이는 2층 건물이 소천수각(小天守閣)이고 뒤의 5층 건물이 대천수각(大天守閣)이다. 입구는 먼저 소천수각으로 들어가 대천수각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지나야 한다. 사진 아래의 땅에 깔린 돌들은 소실된 혼마루고텐(本丸御殿)의 주춧돌들이다.

그리고 1603년 자신이 제일 높은 직위인 쇼군(征夷大將軍)이 되어, 실질적으로 일본 전국을 통치하는 에도바쿠후(江戶幕府)를 열었으며, 이때부터 近世의 에도시대(강호시대 1603-1867)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아직 오사카 성(大阪城, 大坂城)을 중심으로 남아있는 토요토미씨(豊臣氏) 일가와 그 신하들을 제압해야만 했다. 즉, 언제고 오사카 성을 공격하고, 그 외 다른 西日本의 제후들과 관계 정립을 해야했기 때문에 이를 위한 전진기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토쿠가와이에야스는 1610년, 토카이도(東海道, 江戶에서 京都까지의 길)의 要所인 나고야(名古屋)에 城을 지으라고 명령을 내렸다.

대규모의 토목 공사가 시작되어 1612년 천수각(天守閣)이 완성되었고, 나머지 건물들도 1614년까지는 거의 완성되었다.


천수각 안의 전시실에 있는 원래 천수각의 모형이다. 내부가 다 나무로 되어 있어서 소실된 것이다. 현재의 천수각은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다. 건물 가운데에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있으며, 각 층이 전시실이다.

그리고는 1615년 토쿠가와이에야스는 오사카 성을 공격하여 자신의 뜻을 이루었다.(그 때의 싸움을 오사카나츠노진 大坂夏の陣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세워진 나고야성에는 토쿠가와이에야스의 아홉 번째 아들인 토쿠가와요시나오(德川義直)가 첫 번째 한슈(藩主, 또는 大名, 영주)가 되었으며, 그 이후 반슈 제도가 철페되는 메이지유신(明治維新, 1868)까지 약 250년간, 이 지역에 터를 잡은 토쿠가와家(尾張德川家)의 居城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역사를 가진 나고야성은, 일본의 패전 직전인 1945년 5월 공습을 받아 화재로 소실되었으나, 다시 1959년 10월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소천수각에서 대천수각으로 이어지는 통로이다. 올려다 보는 대천수각이 무지하게 크다.

그러나 우선 복원된 부분은 천수각과 정문뿐이고, 나머지 반슈가 정무(政務)를 보고, 쇼군의 숙사(宿舍)로 사용된 혼마루고텐(本丸御殿)은 현재 복원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성이 시작된지 400주년이 되는 2010년까지 복원을 한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그래서 현재 나고야성에서 볼 수 있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천수각뿐이다.

천수각은 쉽게 말해서 망루이다. 성안에는 창고겸 망루의 역할을 하는 건물이 몇 군데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크고, 높고, 화려하다. 망루의 역할도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반슈의 권위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붕의 맨 위인 용마루에 번쩍이는 황금의 샤치호코를 장식하여 그 절대 위상의 권력을 과시한다.

실제 샤치호코(しゃちほこ)를 이렇게 지붕에 장식하기 시작한 때인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 1336-1573)에는, 城의 대체적인 형태가 완성된 시기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얹어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샤치호코의 생김새가 특이하다 보니... 샤치호코는 전설상의 동물로, 얼굴은 호랑이와 닮았고, 몸은 물고기이며, 등에는 뾰족한 가시가 나와 있으며, 꼬리는 바짝 들어 전투적인 기세를 느끼게 한다.


천수각 내부의  전시실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데, 이런 샤치호코의 모형 앞에서는 허용되어 있다. 다들 올라가 앉아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러니 무사(武士)들이 보았을 때 왠지 자신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결국 더 크고 화려하게 만들어 올리는 것이 자신의 세력 과시가 되었다.

현재 지붕에 있는 샤치호코는 먼저 나무로 모양을 만들어 얇은 동판과 아연판을 붙인 후, 다시 금판을 붙인 것이다. 한 마리당 들어간 금만 해도, 18K로 약 45Kg정도 된다.

이렇게 돈을 많이 들인 것이기 때문에 나고야 사람들은 이 것을 나고야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무사 권력의 상징이었지만, 현재는번쩍이는 효과가 좋다고, 장사가 잘 되거나 좋은 일을 불러오는 부적처럼 여기기도 한다.


맨 꼭대기의 전망대이다. 전망대라고 해서 커다란 창문으로 내다보는 것이 아니라, 성에 딸린 작은 창문의 크기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조금 답답하다. 특히 사람이 많을 경우는.
그리고 한편에는 아래 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고, 그 옆으로 사진에 보이는 특산품 가게가 있다. 진열장에서 번쩍거리고 있는 것이 샤치호코 장식품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2001년11월1일 나고야 港의 수족관에서 새로운 건물을 개관했는데, 이 때에 맞추어서 샤치호코와 발음이 같은 "샤치"라는 돌고래의 일종을 일부러 들여와 공개한다고 했다. 그러나 포획이 늦어져서 결국엔 입장료만 올렸다고 원성을 들었다. 그만큼 "샤치호코"가 나고야에서는 유명한 것이다.

이렇게 겉에서 보이는 천수각의 안으로 들어가면, 빤질빤질하게 잘 만들어 놓은 전시실이 있다.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까지 가면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전망 창문으로 내다보면 평야인 나고야 지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다시 내려와 5층부터 주제별로 있는 전시실을 구경한다. 5층은 나고야성의 역사와 샤치호코, 그리고 이시가키(石垣)를 만들기 위해 돌을 어떻게 끌어 왔는지 보여준다.

 

4층은 이시가키가 쌓여진 과정, 門, 혼마루(本丸), 천수각의 설명이 있다. 3층은 城內와 성 아래 동네에 사는 서민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2층은 혼마루고텐(本丸御殿)을 복원하기 위한 정리 전시실이다. 소실되기 전에 찍어둔 사진들이나 축소모형등을 볼 수 있다.

정말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기대하고 천수각에 들어오면 실망하기 쉽다. 내부는 다른 현대의 건물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멋있게 복원한 것까지는 좋은데 "운치가 있다"라는 말은 쓰기 어렵다. 단지 전시 자료들을 찬찬히 보면서 당시의 모습들을 상상해 보고 느껴보는 즐거움이 좋다.

우치보리(內堀)가 있는 쪽에서 바라본 천수각. 이시가키의 곡선이 너무나 놀랍다. 그냥 돌 쌓기도 힘들 터인데...

 

 

토오난스미야구라(東南隅 * )로 동남쪽에 있는 창고겸 망루이다. 축대 아래는 원래 우치보리라고 해서 물이 차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풀들이 자라 사슴들이 뛰논다.

 

 

 

 

 

이시가키의 한 부분인데, 잘 보면 동그라미나 사각형의 모양이 있다. 이것은 돌 쌓기 공사를 여러 가신들에게 분배했는데, 자신의 일꾼들이 가져온 것은 다른 것과 섞이지 않도록 특별한 표시를 한 것이다. 코쿠몬(刻紋)이라고 한다.

 

 

키요마사이시(淸正石) 이런 이시가키의 공사를 감독한 사람이 키요마사라는 사람인데, 설에 의하면 그가 이 돌을 끌고 왔다고 한다. 높이 2.53m, 폭 6m의 타타미10장 분량이라고 한다. 일본도 학생들이 이런 곳에 견학 와서 열심히 주어진 숙제를 한다.

 

정문(正門)이다. 커다란 문은 쇠판을 붙여 놓아 옛날 것처럼 보이는데, 안에서 보면 지붕을 버티는 기둥들은 시멘트로 만들었다. 나무결을 내서 마치 나무 기둥처럼 보이게 했지만 그래도 운치가 안 난다.

 

 

동문(東門) 근처의 물이 없는 소토보리이다. 사진 가운데쯤에 보이는 축대 위가 동문으로 들어가는 입구.

 

천수각에서 본 나고야 평야의 서쪽. 삐죽이 올라와 있는 건물 두 개가 나고야 역 위에 있는 호텔과 사무실 건물이다.

 

 

북쪽. 보이는 연못 같은 곳은 소토보리이고, 건너편 숲은 메이조 공원이다.

 

남쪽. 유일하게 높은 건물들이 보인다. 나고야 시청이나 아이치현 청사가 있고, 더 멀리는 중심가인 사카에(榮) 지역이다.

 

 

동쪽.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선은 나고야고속도로이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근처로 공항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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