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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産業技術記念館

 

名古屋(나고야)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왠지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이름 한자 하나하나가 풍기는 느낌이 교토(京都) 이상으로 오래된 古都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막상 살다보니 누가 갑자기 나고야에서 볼만한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조금 난감해진다.  고색창연한 사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놀이시설이나 볼거리도 들만한 것이 없고, 그렇다고 시내의 상점가가 화려하게 발달한 것도 아니다.  

멀리 있는 사람이 이렇게 물으면 "뭐 별거 없어요. 그냥 공장지대입니다."하고 대답하면 되지만,  막상 손님이 왔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건 없건, 뭔가 특별히 구경시켜줄 만한 대표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한이 없지만, 잠깐 들른 손님에게 이러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래서 안내하는 곳이 나고야城이고,  다시 더 한군데를 가고자 한다면 産業技術記念館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토요타의 産業技術記念館을 보고 새삼스럽게 느낀 점이 많다.  


예전 토요타 방직공장의 붉은 벽돌담을 그대로 살려놓은 주차장.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흔히 나고야는 산업의 도시, 일본 제조업의 중심지라고 한다.  이러한 이미지가 정착된 것은 2차대전시 번성한 비행기공장 등 군수산업이 밀집된 지역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패전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토요타를 중심으로한 자동차산업의 성공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 비슷한 산업배경을 갖고 있는 히로시마가 침체된 이유는 마츠다 자동차의 쇠퇴 때문인가?...

아무튼 2-3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커다란 기계덩어리인 자동차를 워낙 많이 만들다 보니,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기계며 부품산업들이 엄청 발전하게 되었다.   

이처럼 나고야지역의 향토기업이자 지역산업의 중심기업인 토요타자동차는, 무명의 발명가 토요타 사키치(豊田佐吉 1867-1930)가 지방 소도시인 나고야에 직기(織機) 공장을 세우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장남이자 2대째 사장인 토요타 키이치로(豊田喜一郞 1894-1952)가 섬유기계사업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회사(1937년 トヨタ自動車工業)를 설립하여 승용차 생산에 뛰어들었고, 80년대 들어서면서 일본 자동차산업의 성공과 함께 발전을 거듭하여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Fortune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중 10위에 선정됨으로써 미츠이, 미츠비시 등 쟁쟁한 일본재벌들을 제치고 일본 1위의 기업으로 부상하였다. 또한 일본 승용차 시장의 40%를 점유(혼다,닛산은 각 20% 전후)하고 있는 토요타 자동차는 일본 대학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회사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렇다 보니 토요타자동차의 본사가 있는 나고야 인근의 豊田市(市이름을 아예 토요타[豊田]로 바꾸었음) 정도는 아니지만, 나고야에도 토요타와 관련된 시설들이 꽤 있다. 이중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대표적인 곳으로 산업기술기념관과 자동차박물관을 들 수 있다.   


기념관 내부로 들어가면 가운데에 넓직한 공간이 있다.  앞에 보이는 예전 방직공장의 붉은 벽돌담은 왠지 살벌한 느낌..


입구에 전시된 토요타가 자랑하는 발명품 - 환상직기(1914년)

나고야에 정착한 후 여기저기 환경탐색을 하던 중, 나고야의 볼거리중의 하나로 産業技術記念館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는 주말을 이용해서 한번 찾아가 보았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무슨 박물관 같은 곳으로 알고 갔는데 막상 가보니 토요타 그룹의 기념관이었다.  

토요타 그룹의 발상지인 토요타방직 본사공장의 부지위에 세워진 산업기술기념관.  깨끗하게 뜯어고친 붉은 벽돌벽의 공장건물로 들어서자 한쪽 구석에는 아이들을 위한 기계과학관과 같은 조그만 전시실이 있었고, 토요타織機에서 자랑하는 발명품인 환상직기(環狀織機)가 한가운데 전시된 로비 한편으로, 입장료(500엔)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기념관이 있었다.  


1890년 개발한 豊田木製人力직기를 돌리고 있는 도우미

자기네 회사 홍보시설을 운영하며 입장료를 받는 알뜰함에 감탄하면서 기념관 안으로 들어서자 전시공간으로 변한 널따란 공장건물 안에는 각종 직기(織機)가 가득 차 있었다.

주말이었지만 한산한 전시관 여기저기서 안내 도우미들이 관람객 몇사람씩을 모아놓고 기계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었고, 주위에서는 각종 직기들이 절그덕 절그덕 시끄럽게 돌아가고 있었다.  

입구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서는 안내도우미가 목화솜에서 씨를 빼고 추를 빙빙 돌려 실을 뽑아내는 원시적인 작업을 실연해 보이고 있었다. (나중에 다시 가보니 이 코너는 없어졌다)  


개발된 순으로 늘어선 각종 직기들

그 옆에는 물레와 베틀이 전시되어 있었고 그 앞에서부터 나무로 제작된 초창기의 수동식 직기부터 시작해서 가장 뒷쪽의 최첨단 자동직기와 전자동 방적시스템까지 수백대(?)의 각종 섬유기계들이 몇줄로 늘어서 전시장 전체를 꽉 채우고 있었다.  

토요타의 설립자인 豊田 佐吉가 고안해 냈다는 나무망치로 북을 때려 자동으로 왕복운동을 시키는 초창기의 베틀수준의 직기에서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조금씩 개량되어온 토요타織機의 섬유기계들.

100여년에 걸친 토요타織機의 발전사를 구경하다보니 우리나라와는 다른 일본산업발전사의 일면이 들여다보이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일본의 산업발전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물작업을 실연해 보이는 직원

물론 개중에는 서구의 기술과 장비를 일시에 도입하여 한번에 큰 걸음을 걸었던 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기술발전은 자체적으로 꼼지락거리며 시행착오와 개량를 거듭하면서 오랜세월 한발짝 한발짝 쌓아온 발전의 역사들.  이런 역사들이 섬유기계의  발전과정을 통해 전시되어 있었다.

섬유기계 전시관이 끝나고 자동차 전시관으로 넘어가는 계단 옆에는 자동차 엔진 부품등을 만들기 위한 주물작업을 실연해 보여주는 장소가 있었다.

아내가 혼자서 구경갔을 때에는 관람객이 1명뿐이었는데도 쇠(실은 알루미늄)를 녹여 틀에 부어서 엔진 크랭크축 모형을 만드는 과정을 열심히 보여주었다고 한다.   


 완성된 크랭크축 주물모형 - 산업기술기념관에서는 알뜰하게도 이것을 열쇠고리로 만들어 판다.

도중에 아저씨가 하는 말이 일본의 M사(아마 미츠비씨 자동차??)가 중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이유중의 하나가 자동차 엔진을 만드는 가장 기본인 주물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더란다.

산업기술기념관에서 발간한 만화책 토요타 키이치로의 일대기에서도 최초에 자동차 엔진을 제작하면서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여 마침내 제대로 된 주물제품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씌여있었다.

이처럼 산업기술기념관에는 오늘의 토요타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곳 저곳에서 관람객들에게 강조하고 있었다.


자동차 전시관

다시 계단을 넘어가면 직기 전시장만한 크기의 자동차 전시관이 있다. 토요타에서 1936년 만들었다는 AA형 승용차의 제작장면 모형에서부터 각종 엔진과 부품들, 그리고 건물 몇층 높이의 600톤 프레스기, 용접로보트와 자동도장설비 등 각종 제조설비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별다른 감동을 느낄 수는 없었다.  자동차 생산의 역사가 짧아서였는지 아니면 기업비밀인 최신설비나 제품의 전시가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전시품이 바뀌지 않는 오래된 과학관 같은 느낌이었다.  

전시관을 빠져나와 로비에 앉아 잠시 쉬다보니 일본의 산업발전에 대해 새삼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어느날 갑자기 선진국에서 들여온 최신기계설비를 매뉴얼에 따라 작동시켜 신제품을 찍어낸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망치를 두들겨 조금씩 고쳐가면서 쌓아온 지식과 기술... 이런 것을 생각하니 일본의 산업기술수준이라는 것이 몇 년 사이에 쉽게 따라갈 수 있는 만만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섬뜻한 느낌마저 들었다.  

일전에 친구가 나고야에 놀러온 적이 있었다.  일본이 처음인지라 뭔가 추억거리라도 남겨주고 싶은데 나고야에서는 별달리 보여줄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짧은 일정에 멀리 산속의 온천을 찾아갈 수도 없고 해서 우선 나고야성을 한바퀴 돌고 난 후 산업기술기념관을 찾아갔다.
 제조업을 겸한 조그만 회사를 운영하는 친구에게 뭔가 자극을 줄 수 있을까 해서 갔지만 전날 늦게까지 마신 술로 피곤해서인지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갈길이 급한 우리에게는 그다지 맞지 않는 이야기인가?  


토요타 자동차에서 개발한 엔진들


토요타 최초의 본격적인 승용차 AA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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