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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큐(阪急) 버스

 


한큐 버스

오사카에 와서 한 달 동안은 짐 정리를 하고,   두 달째부터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버스를 처음 타게 되었다.  그 동안에 시내에 나갈 때에는 전철을 이용해서 전혀 버스를 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살던 곳에서는 시내로 나가는 버스가 아예 없었다. 전철과 자신의 자동차로 갈 수밖에...
일본어 공부는,    내가 살았던 스이타시(吹田市)의 북쪽에 있는 미노시(箕面市)에서 하게 되어, 센리츄오(千里中央)라는 驛까지 전철로 가서(두 정거장을) 다시 버스로 갈아타 20분 정도 가면 있는 미노시청(市役所)의 지소(支所)에서 하였다.집에서부터 거의 한 시간을 걸려서 가야한다는 것이 부담이 되었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처음으로 가던 날, 이미 거기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아는 사람과 같이 가게 되었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올라와 보니 길 한편으로 번호판이 쭉 있고 행선지 표시가 된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우리는 5번 안내판 밑에서 기다리다가 버스가 와서 타는데... 버스에는 맨 앞과 맨 뒤에 문이 있고 뒤로 타서 앞으로 내리는 것이었다. 시발점이어서 자리에 앉아서 갈 수가 있었다.   
차 내부에는 창문 위로 여러 광고지가 붙어 있어 두리번거리며 보는데, 이상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앞 창문의 맨 위에 전광판이 붙어있는데, 한 열 칸 정도로 나뉘어 있어서 칸마다 위에는 번호가 있고 그 밑에는 숫자가 나오는데  정류장에 정차할 때마다 숫자가 바뀌는 것이었다. 얼핏 어디서 들었는데 저것이 요금표인가 보다...  열심히 보았지만 이해가 잘 안되고...    도착해서 내릴 때에는 같이 간 사람이 210엔을 내라고 해서 그냥 냈는데...   
그 이후로 혼자서 한 달 정도 아무 생각 없이 타고, 내릴 때는 210원 내고... 그러길 어느 날 미노시에서 탄 버스가 센리츄오에 도착하여 내리면서 210엔을 내니까,  기사 아저씨가 나한테 어디서 탔냐고 물어서 지소 앞에서 탔다고 하니까, 전광판을 가리키며 230엔을 내야 한다고 하였다.  많은 사람 앞에서 창피하게... 얼굴이 벌개지고... 그 일이 있고 나서 버스의 운영체계를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오사카市에는 市交通局에서 직접 운영하는 버스가 시내 일부 지역에서 영업을 하고,   오사카시의 북쪽에 있는 다른 도시에서는 한큐버스(阪急バス)가 영업을 한다.   
한큐버스는 한큐전철의 자회사로 이 지역의 교통수단을 거의 두 회사가 꽉 잡고 있는 것이라고나 할까... 大阪府, 兵庫縣, 京都府에 22곳의 영업소를 두어서 운영한다. 각 영업소마다 운행하는 지역을 제한해서 노선표와 시간대별로 짜여진 시각표를 영업소에서 승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 표를 받지 못해도 정류장에 가면 거기를 통과하는 버스의 번호와 상세한 노선안내 그리고 운행 시각이 적혀있어서 그것을 기억하고 있으면  그 다음부터 외출할 때 그 시간에 맞추어 나가면 정확히 버스가 온다.  버스가 언제 올까 목 빼고 기다리는 일은 절대 없다.
운행 거리가 비교적 우리나라보다는 짧기 때문에 교통정체에 걸려도 1,2분 정도 늦는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버스는 전철역과 연계를 지어서 운행하기에 전철이 다니는 곳에는 버스가 없다. 운행 시간도 지역노선마다 달라서 승객이 별로 없는 지역이라면 1시간대에 1번 운행. 많은 곳은 5번 정도.   이러다 보니 전철역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이 자신의 집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역까지 가고 싶어도,   1시간대에 1번 운행하는 지역이라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너도나도 자전거를 타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마을버스가 있으면 좋으련만...

어떻게든 시각표를 알고 버스를 타면 뒷문에는 정리권(整理券)을 내주는 기계가 있다.   시발점에서 떠날 때는 표가 나오지 않으나 다음 정류장에서부터는 작은 쪽지에 번호가 찍혀져서 나온다.    그 표를 들고 맨 앞 창문에 달린 전광판을 보면 자기가 탄 지역에서 멀어질수록 요금이 올라간다. 물론 어느 정도는 기본요금으로 간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내릴 때 전광판을 보고 요금을 내면 된다. 시발점에서 탄 사람은 표가 없어서 전광판에 'なし(無)'라고 표기된 칸을 보면 요금이 나온다.   기본 요금은 230엔. 그러나 내가 실수한 때는 공교롭게도 몇 년만에 210엔에서 230엔으로 인상된 것으로,   정류장이나 차 안에 이 사실에 대한 공고가 붙어 있었는데 모르고 지나친 것이었다.
요금이나 운행시각이 바뀌면 '다이야개정(ダイヤ改正,diagram)이라고 쓰여진 공고문을 붙인다. 글 모르고 말 모르면 계속 당황스러운 일만 생기는데...   요금을 낼 때는 기사 아저씨 옆에 있는 통에 동전을 넣으면 아저씨가 거스름돈이 나오게 조정해 준다. 동전이 없고 1000엔 지폐만 있는 경우는 그 기계 한편에 돈을 넣으면 100엔 동전이 나온다. 그럼 다시 통에 넣고... 조금 번거로운 체계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요금을 내면 번거롭고 뒷사람이 내리는데 방해가 되는데도 기사 아저씨가 불평 한 마디  하지 않는다.   버스에 타면서 여러가지가 우리나라와 달라 신기하게 보였는데... 기사 아저씨는 회색 제복에 모자까지 꼭 쓰고 운전을 한다. 덥거나 춥거나 그 모습에 흐트러짐이 없다. 물론 차안에는 냉난방이 잘 되긴 한다.   그리고 정류장마다 시간에 맞추어 다녀서 그런지 속도를 절대로 60Km이상 내는 적이 없다. 대개 4-50Km. 처음 얼마간은 너무 느리게 느껴져서 답답. 우리나라의 목숨 걸고 신나게 달리는 버스가 그리울 정도였다.
속도도 그렇지만 차안에는 정류장마다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 차가 정차한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내려달라고 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그런 방송을 해도 기사 아저씨가 무서워(?) 미리미리 입구에 나가 기다리는데,    정말 일본에서는 정차한 다음에 일어나 내려도 아무 소리 안한다.    공부하러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릴 때쯤 되어서 보면 벌써 입구에 나가있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다.  물론 일본인들도 미리 나오기도 한다.
버스에 탄 승객들은 대부분 조용히 있지만, 여기가 오사카라서 그런 것일까.    언젠가는 아줌마 둘이 탔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는 사이가 아니라 그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이야기가 통한 사이.   그래도 두 사람이 내릴 때까지 어느 산의 단풍 이야기를 하며 큰소리로 버스 안이 울릴 정도로 떠드는데... 뒤에 탄 학생들도 질세라 떠드는데, 학생들 특유의 거친 말로 왁자지껄... 버스 안이 조용할 때도 있지만 시끄러울 때도... 사람 사는 모습이다.   
여러 교통 수단을 이용하다 보니 한 회사에서 전철과 버스를 운행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나라에서 그런 정책을 시행했는지는 몰라도 버스, 전철, 자전거 셋 중에서 어느 하나에만 의존해서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불편하다.   집에서 역까지는 주로 자전거나 걷기,   버스는 그 지역 안에서 볼일을 볼 때(이것도 버스의 시간대가 맞지 않으면 자전거로 대체),    전철은 주로 시내에 나갈 때(물론 집에서 역이 가까우면 버스 대용으로 한 두 정거장만 타기도 한다.) 타므로 시내에서 버스를 많이 볼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이니 골고루 이용하게끔 만들어진 교통정책에 빨리 길들여져야 살아가는 데 편하다.   (2000.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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