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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의 키타(北) 상점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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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키타(北)의 중심지인 우메다(梅田)(지역명으로는 梅田1,2, 曾根崎2, 小松原町, 角田町, 芝田1,2, 茶屋町 전체를 통칭해서 우메다라고 간단히 부른다)는 언제 가 보아도 사람들로 북적댄다. 그 이유는 지역 전체가 驛과 商店街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地上에는 대개 사무실 건물들로 가득 차있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그리 많다고 할 수는 없다. 모두 다 地下에서 북적대고 있는 것이다.
대충 오사카에서 '우메다'라 지칭되는 지역의 상황을 이야기해 보면, 지하철역과 철도역이 각각 세 군데 있다. 지하철은 요츠바시센(四つ橋線)의 니시우메다(西梅田)역, 타니마치센(谷町線)의 히가시우메다(東梅田)역,   미도스지센(御堂筋線)의 우메다(梅田)역,    그리고 철도는 JR오사카역(大阪驛), 오사카와 고베(神戶)를 잇는 한신전철(阪神電鐵)의 시발점이 되는 우메다역, 고베 오사카 교토(京都)를 잇는 한큐전철(阪急電鐵)의 시발점인 우메다역. 이렇게 많은 역이 있어서 오사카후(大阪府)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고베와 교토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늘 북적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당연히 돈도 몰리니 백화점도 세 군데나 들어서 있다.   다이마루(大丸)백화점, 한큐전철에서 운영하는 한큐백화점, 한신전철에서 운영하는 한신백화점이 있고, 이들 백화점이 개발권을 갖고 있는 지하 상가가 거미줄처럼 이 우메다 지역 전체에 퍼져있다.
대개 이 우메다를 이해하기 편하게 서울의 영등포 정도로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으나 조금 무리가 있다.   몇 배 더 큰 이 곳을 어떻게 다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내가 처음으로 우메다에 나갔던 때를 떠올려 보면... 끝이 없는 미로를 헤매고 또 헤맸다.     지상의 사무실 건물과 상가들이 있는 데서는 그런 대로 방향 감각을 가질 수 있었으나, 지하에서는 걷고 또 걸어도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겨우 미도스지센의 역을 찾아서 전철을 타고 집에 돌아와서는 그대로 뻗었다.  말도 잘 모르는 곳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헤맨 꼴이란...     두 번째로 나갈 때는 미리 지도로 중요 건물의 위치와 동서남북의 방향을 파악하고 돌아다니니 훨씬 길 찾기가 쉬웠다(그리고 곳곳마다 지역 안내 지도가 있었다).   이렇게 서너 번 우메다를, 특히 지하 상가를 이 잡듯이 돌아다녀 보니 대충 머리 속에 이 지역에 대한 지도가 생겼다.


'디아모르오사카'의 높이 15m의 자연 채광창과 우아한 분위기의 실내 장식.

그리고 내가 이렇게 며칠씩 헤매고 다닐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있다면, 너무나 지하 상가가 '지하'같지 않다는 것이다. 지하라면 왠지 환기도 안되고 먼지가 공중에 뿌옇게 날라 다니는 곳이 지하 상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소위 '쾌적한 쇼핑 공간'이었다.
지하 상가 중에서도 오래 전에 개발되어 조금 지저분한 곳도 있지만   비교적 깨끗한 곳을 이야기해 보면, 한큐전철 회사에서 하는 한큐삼번가(阪急三番街)와  한신전철 회사에서 하는 디아모르오사카(DiamorOsaka, ディアモル大阪)이다.  디아모르오사카의 경우 전혀 지하 상가 같지 않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자연 채광이 들어오는 부분도 있어서 아주 여유롭게 구경하며 다닐 수 있지만 물건값은 조금 비싸다.
미로 같은 지하를 다 돌아보고 지상으로 올라와서 보면, 가장 최근에 개점한 HEP(Hankyu Entertainment Park) FIVE라는 주로 젊은이들을 위한 쇼핑 센타로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이 건물은 한큐전철에서 세운 것으로  지하2층과 지상9층 전체가 상점들로 꽉 차있는데, 실제 여기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이 건물의 7층부터 멀리서도 눈에 잘 띠는   빨간색의 거대한 관람차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사카의 젊은이라면 한 번쯤은 타보려고 긴 시간 기다려 잠시 타 보는데, 글쎄 별다른 구경거리는 없다. 관람차의 영업 시간은 오전11시-오후23시까지며, 입장료는 700엔. 높이가 106m, 직경75m에 4명씩 타는 관람차가 52대 달려있다. 한 바퀴 도는 시간은 15분. 아는 일본 아줌마들과 망년회겸 우메다에서 점심을 먹고,   달리 할 일이 없어서 이것을 타 보기로 했다.  우리가 갔던 시간에는 그다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으나,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여기서는 무조건 한 대에 네 명을 꽉 채워서 돌린다.


관람차 안에서 오사카의 남쪽 지역을 찍었다. 구름이 낀 날이어서 뿌옇지만 평야이기 때문에 멀리까지 보인다.

우리야 아줌마들이니 다 같이 타는 것이  도리어 수다를 떨 수 있어서 재미있지만,  연인들의 경우 둘만 타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 사람들과 섞여야 한다.   올라가서 보는 오사카의 전경은 그저 그렇다.  오사카가 평야여서 멀리까지는 보이는데, 실제 더 많이 보이는 부분은 바로 발 밑에 보이는 건물들의 지저분한 옥상이다.      다들 700엔씩 내고 기대를 하며 탔는데 옥상만 보고 내려온 것이다.     차라리 오사카의 전경을 공짜로 구경하고 싶다면,   이 건물 건너편에 있는 한큐 그랜드빌딩(阪急グランドビル)이 낫다.    여기는 '한큐32번가(阪急32番街)'라고 해서 27층부터 31층까지에 상점과 음식점이 있으며,  31층에는 무료 전망대가 있다.


HEP FIVE 근처 고가도로에서 본 모습.

그리고 이 건물 옆에 있는 도로를 따라서 북쪽으로 약500m 정도 걸어가면      茶屋町의 작은 상점들 사이에 로프트(LOFT, ロフト)라는 잡화점이 있다. 이 회사는 신사이바시(心齋橋)에 있는 '토큐한즈(東急hands)'과 경쟁을 하는 잡화점으로 늘 젊은이들로 붐빈다. 이 로프트는 토쿄(東京)의 세이부(西武)백화점의 계열사로 전국에 15개의 지점을 갖고 있다.   잡화점이라면 어느 정도 물건이 있는지 이야기만 들어서는 잘 상상이 안 되기도 하는데, 매장을 둘러보면서 첫 느낌이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젊은 사람들을 주고객으로 삼는데,  그들이 이곳에 와서 혼자 살거나 가정을 꾸리거나 살아가면서 필요한 물건들이 큰 가전제품만 빼고 다 있는 것이다.  

  정말 돈만 있다면 여기서 모든 생활용품을 다 사 가지고 가고 싶을 정도로 이쁘고 깔끔하게 디자인 된 제품에서 눈을 못 뗀다.  음식 재료에서 목공용 도구까지 어떻게 이런 많은 상품들을 어디서 찾아냈는지 정말 대단하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오사카에 관광으로 온다면 이런 곳을 안내하고 싶었다.   그러나 대부분 유명 관광지(교토나 나라 지역)에 대한 정보를 미리 듣고 와서, 그곳을 안 가보면 안 된다는 식으로 일정을 잡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원대로 해주기는 하지만 왠지 아쉽다.   굳이 물건을 사지 않아도 이런 잡화점을 구경하다 보면,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얼마나 안일하게 우물 안 개구리처럼 기업 활동을 하고, 소비자는 아무 것도 모른 채 물건을 사는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수입이든 국산이든 가리지 않고 적절한 가격(싼 것도 있고 비싼 것도 있다)에 빠르게 찾아내서 제공하는 노력이 매장 곳곳에서 보인다. 아니 어쩌면 일본 전체에서 보인다고나 할까.      일본내에서만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교해서 경쟁력이 있는 물건(국산이든 수입이든)만을 선택하고,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흐뭇한 마음으로 기꺼이 돈을 쓰는 것이다.   이런 시대의 흐름(물론 그들에게는 오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지만...)을 타지 못하고 안일하게 물건을 만들어 내는 공장은 점점 뒤로 처져서 도산을 하고, 한 번이라도 더 다듬어서 깔끔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공장은 살아 남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예전부터 '일본 상품'이 좋다고 비싼 값을 주고 사는 이유가 그 만큼 그들이 땀을 흘리고 노력했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질(質)의 상품을 만든 것이다.(그러나 일제라고 해서 다 좋은 상품만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사카에서 살아가면서, 슈퍼나 이런 잡화점을 다니면서, 정말 우리나라에 대해서 아쉽게 느낀 점이 있다면 바로 이런 점이었다. 일본 물건을 그 자체가 최고라는 이유 하나로 수입만 해서 돈 벌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그들이 흘린 땀에 대해서 냉철한 판단력으로 똑바로 보고, 우리의 제품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물건 그 자체는 언제든지 누구든지 수입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해야할 노력은 결코 수입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우메다시티스카이빌딩' 가운데 도너츠 모양의 부분이 전망대이다.

이 로프트 건물 안에는 계열 브랜드가 있는데,  '無印良品'이라고 해서 '상표 없이 좋은 물건'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그 자체가 상표여서 시중의 다른 물건보다 조금 비싸다. 여기저기에 매장도 갖고 있으며,   지우개 하나에서부터 냉장고까지 독신으로 살거나 신혼부부에게 어울릴 대부분의 제품을 팔고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로는 사용한 색상들이 대부분 원색이 아니어서 '자연의 이미지'를 추구한다고나 할까.   기존의 다른 회사에서 자신들의 브랜드명이 적힌 제품들을 공급받아서 진열하는데 처음에 우연히 들어가 보고 좀 놀랐다. 얼마나 팔릴 지는 모르겠지만 인스탄트 음식 재료나 과자류 등까지 판다는 것이.  그런데 이런 브랜드가 우리나라에도 나타났다. 얼마 전 E.MART에 가보니 '자연주의'라고 이름 붙인 매장이 생겼는데 無印良品과 거의 흡사했다. 상품 구성에서부터 전체 분위기까지.  우연일 수도 있지만(無印良品도 다른 외국의 어느 브랜드를 모방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겉으로는 일본을 욕을 해도   결국은 따라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상가 구경을 하고 돌아다니다가 가 본 곳이 정말 시원하게 잘 지은 건물 아래였다. 신우메다시티스카이빌딩(新梅田シティスカイビル)라고 하는데 밑에서 올려다보면 독특한 모양이 시선을 끈다. 두 개의 건물이 윗부분에서 만나며 그 곳에 '공중정원(空中庭園)'이라는 전망대를 만들어    사람들이 한 번쯤 올라가 보고 싶게 만드는데,   막상 올라가 보면 조금 실망이다. 1000엔을 내고 건물 구경과 오사카 전체를 보는 것인데 안 봐도 그만인 것을 괜히 돈만 썼다는 생각이었다. 차라리 이 건물 지하에 있는   '타키미쇼지(瀧見小路)'라고 해서 오사카의 昭和初期(1920년대) 서민들의 거리를 만들어 음식점으로 꾸민 곳이 볼거리가 더 많다. 조금 어두컴컴하지만 그 옛날 흑백 사진 속을 걷는 느낌이 들며, 지금은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그 당시의 풍취가 왠지 낯설지 않다. 현대적으로 멋있게 지은 상가들이 많이 있지만 누구나 자기 어릴 적의 아스라한 기억들을 조금은 현실 세계에서 맛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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