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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교실(1)

 


일본어 회화 교실 "아카네"의 모집 안내문. 뒷면에는 영어로 쓰여있다.

해외 생활을 하다 보면, 유학생들은 대개 학교 근처에서 그들만의 삶의 터전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역이 생기고,  회사 주재원들은 어느 주거지에 모여 살며  그 이전부터 선배들이 개척해 놓은 영역에서 활동하게 된다.  그 이외의 영역 개척은 개인의 능력 여하에 따라 이루어지며 그로 인해 새로운 정보가 또 후배들에게 전해진다.    

나도 역시 오사카에 도착하면서 선배들의 이런 저런 조언을 받으며 생활을 시작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도움은 일본어 교실을 소개받은 것.

어느 정도 짐 정리가 끝나고 아는 사람의 안내로 얼떨결에 간 곳이,  내가 살고 있는 스이타시(吹田市)의 북쪽에 위치한,  미노시(箕面市)의 국제교류협회이다. 이것도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이름의 단체.     

처음 갔을 때만 해도 뭐가 뭔지 몰라 어리벙벙한데, 갑자기 배정된 그룹에서 가자마자 공부를 시작하게 되니 정말 황당했다. 일본어를 모르는 나에게 선생님은 그냥 자연스럽게 말을 걸고... 한국에서 일본어를 공부했다고 해도 문자와 간단한 기본 문형 정도만 기억하고 있으니,     

 이 정도로는 일본어를 안다고 할 수가 없었다.  그 날이 월요일이어서 오전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한자 공부를 하는데, 한자 그 자체는 우리도 많이 사용하는 단어를 가르치고 있어서 어렵지 않았으나   발음이나 그 단어를 설명하는 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겨우 공부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소음으로 밖에는 안들리는 저 일본어를 모르고서는 살아가기가 힘들겠구나, 과연 어느 정도 얼마만에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여러 생각이 머리 속에서 끊이지 않았다. 이렇게 시작해서 계속 다니다 보니 여기가 뭐 하는 곳이고, 선생님들은 어떤 분들인지 알게 되었다.

이런 일본어 교실을 개설한 주최자는 (재)미노시국제교류협회이다.  앞 글에 있는 (재)토요나카국제교류협회처럼 외국인과 자국민의 여러 교육과 교류를 市의 보조를 받아서 행하는 곳이다. 1992년 10월 처음으로 시작하였으며, 기간은 6개월을 한 단위(4월-9월, 10월-3월)로 교과진도를 나가고 있다. 개설된 강좌는 한자(漢字)반이 사사유리(ささゆり)란 이름으로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6개월에 20일, 30시간을 공부한다.   

회화(會話)반은 아카네(あかね)란 이름으로 수요일 오후 1시30분부터 3시30분까지 6개월에 20일, 40시간을 공부한다. 수업 반은 가입한 사람의 능력에 맞추어   6-7반(한 반은 5-15명 정도) 정도가 커다란 한 강의실에 큰 책상을 나누어 놓고 공부한다. 가입비(수업료)는 없고 교재비만 준비하면 된다. (교재도 준비하기 어려우면 선생님들이 복사해서 나누어준다) 이런 기본 운영 틀 속에서 실제로 일본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전부 市에서 교통비만을 지원 받는 자원봉사자들(보란티아, ボランティア,volunteer)이다.

원래 이 지역에서는 T.E.S(Try-Enjoy-Speak-日本語)라는 이름의 자원봉사 모임이 1988년부터 이루어지고 있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에서 12시까지 미노市의 東生涯學習센타에서 하고 있다. 자원 봉사자들은 일본어 교사 자격증(국가 자격은 아니나, 일본어교육능력검정시험에 합격)을 취득한 사람에 한해서이다. (이런 분 중에 한 분은 1975년경에 취득했다고 하니, 벌써 그 당시에 일본에는 외국인이 많이 살고 일본어 교육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는 것이 된다.)   그래서 협회에서는 이들 선생님들에게 협조를 얻어서 월,수요일의 일본어 교실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월요일의 한자 공부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쉬운 코스라고나 할까. 본진샤(凡人社)라는 일본어 전문 출판사에서 나온 한자 교육용 책 3권을 대부분 3년 안에 다 끝내 버린다.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말들이 일본어와 거의 같으니 금방 배울 수밖에. 공부하면서도 왠지 기분이 이상하다. 어쩜 이리도 같은 말이 많을까. 소위 일제강점기에 다 들어온 말인지, 아니면 그 이전부터 있던 말이 일본에도 전해진 것인지. 너무나 금방 단어의 뜻이나 비슷한 단어를 한국인들이 말하니까 도리어 선생님들이 황당해 한다.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한자 그 자체에 대해서도 쓰는 법이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수요일의 회화 시간에는 2권의 책(新日本語基礎1,2)이 기본 교재인데, 다른 일본어 교실에서는 이 교재가 끝나면 강제로 졸업을 시킨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학생이 계속 출석하는 한 점점 다른 교재로 수업 내용을 바꾸며 좀 더 자연스러운 일본어를 가르친다. 이런 이유로 다른 지역에서도 공부를 하다가 결국은 여기에서 3년을 보내게 되었다..

이 미노시국제교류협회 이외에도 미노市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일본어를 가르치는 곳이 한 군데 더 있다. 이렇게 각 市(우리나라 서울의 강남구 정도의 면적)마다 일본어 교실이 두 세 군데 있는 이유는 여러 대학들에 유학 온 학생들과 그들의 가족, 회사 전근으로 온 주재원 가족, 일본인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들이 많기 때문이다.   

확실히 우리나라보다는 외국인의 숫자도 많고, 그들을 현지 사회에 어떻게 적응시킬 것인가에 대한 방법도 많이 개발해 놓았다.  (2000.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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