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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없이 다녀온 눈속의   .... 노자와(野澤)온천....

                       

연일 계속되는 야근과 휴일 근무에 몸도 마음도 지쳐 버린 어느날,  이래서는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노자와를 갔다 오기로 했다.  이전부터 찍어놓았던 나가노 북쪽 끝 스키장으로 코스면적 278ha, 표고차 1,000m의 일본 굴지의 스케일을 자랑하는 스키장, 거기다 온천이라지 않는가!   일본의 대부분의 스키장에는 온천이 있지만, 스키장 이름에 "온천"이 붙어 있어 더욱 호기심이 동했다.

노자와 온천 스키장은 많은 팬을 갖고 있는 인기있는 초대형 스키장중의 하나로,  나가노 올림픽이 개최된 곳이기도 하며, 상급자에서부터 초심자까지 즐길 수 있는 수많은 코스가 적절히 배합된 명문 스키장이다.  또한, 에도시대부터 계속되어 온천 外湯(공동욕탕)이 마을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온천가이면서, "노자와즈께"라는 유명 특산물을 개발하는 등  지역개발활동을 성공적으로 벌이고 있는 마을이다.

가는 길도 새로 고속도로를 뚫어 놓았으니 잘만 하면 당일치기도 가능할 것 같아 새벽같이 일어나 출발을 했다. 나가노  자동차도로를 거의 빠져 나올 무렵 도로를 차단한 경찰은, 눈이 많이 와서 스노우 타이어나 체인 없이는 더 이상 가기 힘든데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었고, 노자와까지 간다고 하니 거기까지는 괜찮다면서 통과시켜 주었다. !

계속 달리다보니 눈이 점점 퍼붓기 시작했고 조금 이상하다 싶어 지도를 자세히 보니 아차! 지나쳐 버렸다. 눈은 지독하게 내리고 있었고 (인근지역의 적설량 1-2m),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다시 돌다가 눈벽에 쳐박았다. 내려보니 몸도 차도 아무 이상은 없었고, 다만 긴장이 심했던지 정신이 좀 얼떨떨했다.

고속도로를 빠져 나오니 언제 눈이 내렸냐는 듯이 하늘은 멀쩡했고 국도를 따라 달리는 데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니 쏟아 붓기 시작했다.  앞이 안보여 도저히 갈 수가 없어서 차를 길 옆에 세우고  한참을 기다렸다가 엉금엉금 기어갔다. 이제서야 길 양옆에 꼿아 둔 빨간색과 흰색을 번갈아 칠한  장대가 어디 쓰는 물건인지 알았다.  눈이 내리면 도로와 논밭을 구별해주는 장대였다. 한참을 기어가다 보니 주유소가 나왔고 주유소 아저씨는 친절하게도 싸이즈가 맞지 않는 체인을 잘라서 차에 장착시켜 주었다. 아리가또!, 상큐


곤도라 탑승장앞 스키센터

타운에 도착하자 온몸에 힘이 빠졌고  오사카로 돌아갈 엄두는 도저히 나지 않았다.  관광안내소에 숙소예약을 부탁해서 펜션(민박)을 잡고서는 스키를 들고 방을 나섰다.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고, 초보자코스 리프트를 타고 내리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 잔뜩 찌푸려 있을 하늘이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고,  내가 달리고 있는 것 같은데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려보면 그냥 서 있었다.  눈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 하늘은 반짝이고...  

어떻게 내려왔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스키를 벗고 자판기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조금 정신이 들었다.  혹시 이게 조난자가 경험한다는 현상인가?

눈쌓인 비좁은 골목길을 스키를 질질 끌며 겨우 펜션에 돌아와서는 차려주는 저녁을 먹고는 그냥 자기 아까워 마을온천을 찾아갔다.  마을에는 13개의 外湯 (공동욕탕: 공짜)이 있는데 그중 한군데를 가보니,


새로 단장한 공동온천 : 大湯

우리나라 예전 공중목욕탕 1/5만한 목욕탕에 10여명이 바글거리고 있었고...  대강 닦고는 돌아와서 골아 떨어졌다. 눈은 밤새 계속 내리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마을은 눈에 파묻혀 있었다.  집 앞에 세워둔 차도 눈  속에 파묻혀 불쑥 솟아난 눈덩이로 보였다. 좁은 마을 길은 각종 제설차들이 열심히 눈을 치우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는 마을에서 가장 그럴 듯해 보이는 온천(大湯)을 찾아 가니 역시 좁은 탕 안에 여러 명이 바글거렸다.  새로 단장한 천장이 아주 높은 전통양식의 온천탕은 물이 아주 뜨거워서, 온천수에 한동안 몸을 담그니 기분은 상쾌했다.  다시 두어 군데 탕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모두 쥐구멍만한 탕에 온천 물도 많지 않았고 ...   

다시 스키를 메고 언덕길을 한참을 올라가서는 꽤 긴 에스컬레이트를 두어 번 갈아타고 다시 곤도라를 타고 내리자 넓다란 평지가 나타났다.  산꼭대기에 왠 평지냐고?  일본에는 이런 지형이 많다.   2,3천미터의 산꼭대기에 평원이 펼쳐져 있는데 高原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난다. 물론 노자와도 평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넓고 평평한 눈밭이 정상부근에 펼쳐져 있었다. (정상의 이름은 毛無山)

처음 보는 넓은 스키장에 아내는 신이 났는지 별로 쫄지 않았고, 그래서 다시 곤도라를 타고 내려가자는 걸 살살 꼬셔 林間코스를 내려오기로 했다. 높다란 스기나무 숲 사이로 난 산간도로에 눈이 쌓여 그대로 스키코스로 이용하는 이 길은, 하늘 높이 솟아있는 스기나무와 그 위에 풍성하게 쌓인 흰눈이 어울려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멋있는 곳이지만 갈 길이 멀으니 이제는 돌아가야지...


마을의 노자와즈께 가공장

신슈(新州)지방이나 호쿠리쿠(北陸)지방의 고속도로나 국도변의 오미야게(お土産; 지역특산물) 코너에 가면 쉽게 노자와즈께 또는 노자와사이(野澤菜)라는 상품을 쉽게 볼 수 있다. 야채를 소금물 등에 절여 비닐봉투에 포장해서 파는 데 제법 인기상품으로 갖가지 제품이 나와있다.

최근에는 고춧가루를 뿌린 김치 노자와즈께도 나왔다. 이 노자와즈께를 여기서 만드는데 근처 마을에서 재배 한 채소(무우청 비슷하게 생긴 잎이 길고 큰 채소: 240년전 교토에서 天王社 무우의 종자를 갖고 와서 심었으나 기후차로 뿌리는 안 자라고 잎만 크게 자랐다고 함)를 뜨거운 온천물에 담궈 푹 절인 후 간을 한 것이다.


키무치 노자와사이즈께

마을 한구석에서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 같은 온천물을 이용한 공동야채절임장에서 노자와즈께를 만들고, 이를 관광객들이나 고속도로변휴게실에서 팔고 있다.  이게 인기를 끌게 되어 수요가 늘자, 오사카의 수퍼마켓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명물상품이 되었다.

한 여름, 땀 꽤나 흘리며 다니던 어느날,  노자와에서 묶었던 펜션에서 날아온 엽서 한 장은 앞이 안보이도록 퍼붓던 나가노 벌판의 눈밭을 기억나게 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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