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holland_back.gif

Home

생 활

그밖에..

 

  광활한 눈밭..  겨울  츠가이케(つが池高原)

 


2005.3월 츠가이케

東京 연수시절,   아주 부러웠던 것 중의 하나가 금요일 저녁이면 스키를  짊어진  젊은이들의 인파였다. 시내 지하철역은 이들로 만원이었고...  이러한 어느날  어느 건물 안에 붙어있던 하쿠바(白馬)스키장의  포스터를 보고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여행안내서를 뒤져  하쿠바의 아무 스키장이나 골라잡아 잘 하지도 못하는 일본어로 예약을 하고,  그동안 날씨가 따뜻해서 오시이레(벽장) 깊숙히 넣어 두었던 두툼한 파카를 껴입고 아키하바라의 관광버스 주차장으로 갔다.  물어 물어 버스를 골라 타고 밤 10시반 출발.  

차안에는 20명 정도가 타고 있어 자리는 넉넉했고, 졸다가 깨다가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에 내렸다.  영하 5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영하의 날씨.   오뎅을 사먹고는 다시 잠에 빠졌다. 하쿠바계곡의  첫스키장에서 눈을 뜨니  새벽 6시 정도 아직 주위는 깜깜했고  그때부터 차안의  사람들이  몇 명씩 내렸다. 표를 들고 운전수에게 물어보니 내 목적지인 츠가이께(つが池)는 종점이란다.  다시 졸다가 깨어보니  날이 밝아왔고 버스가 지나가는 풍경은 엄청난 눈 속에 푹 파묻혀 있었다. 유럽 풍의 그림같은 집들이 눈 속에 조용히 파묻혀 있었고 산  쪽을 바라보자 꼭대기가 안보여 고개를 한참 제치고 하늘 쪽을 바라보자, 그제서야 하얀 눈으로 뒤덮인 엄청나게 큰 산들이 서 있었다.

우와! 이렇게 높을 수가!   간간이 보이는 스키장은 그 높은 산 꼭대기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스키를 탈 수 있다니! 가슴이 벌써부터 두근거렸다. 마침내 목적지 호텔 앞에 도착해서는 여행요금에 포함된 아침을 얻어먹고는 호텔에서 스키를 빌렸다.  빌리는 스키는 어디서나 고물이군.. 봉고 버스에 몸을 싣고 3-4분 달리자 매표소 앞에 도착.

설레는 가슴으로 리프트를 올라탄 후 잠깐...   넓다. 넓다 못해  끝이 잘 안보이는 엄청난  눈 들판을 지나간다.   내가 탄 리프트 근처는 아무도 없고 저멀리  간혹 가다 보드를 타고 있는  아이들이 개미같이 보인다.
몇 번의 리프트를   갈아타고 한참을 올라가니 드디어 정상.  정상에서는 하쿠바의 웅장한 산맥들이 좌우로 뻗쳐있고   머리 위의 텐구하라에서는 눈덮인 산정상위로 눈가루가 강풍에 휘날리고 있었다. 펼쳐진 경치에 압도되어  한참을 넋을 잃고 있다가 가만 생각해보니 카메라가 없었다. 다음에 올 때는 반드시 파노라마 카메라를 갖고 와야지!  언제?  

사각사각 갈라지는 눈을 미끄러져 내려오면서 와! 말로만 듣던 파우더 스노우가 이거구나 하고 실감했다. 엣지를 먹이면 눈발이 머리위로 날리고...  마침 스키 패트롤과 같이 리프트를 타게 되어 물어봤다. 항상 이렇게 설질이 좋으냐고. 2월말에서 3월이 가장 설질이 좋은데 지난 밤 눈이 적당히 내려 특히 좋단다. 그리고 한국의 드라공바레(->용평)도 좋지 않냐고?   할말이 없던 나는 거기는 자주 안가서 잘 모르겠다고 했다.

대신 한국사람 스키실력을 보여주려고 용을 써봤다.  그것도 난생 처음 타보는 모글코스에서...  결과는 눈범벅이 되어서 스키 두 짝과 폴 2개를 찾으려고 한참을 오르내렸다.  그것도 리프트 밑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한참을 내려왔다가 다시 한참을 올라갔다.

상급자 코스에서 놀아야지....   정상에서 따로 내려가는 상급자 코스로 올라가 아랫배에 힘을 주고 활강을 시작...  하려고 했는 데 밑이 안보였다.  끝에 가서 보니 모글은 모글인데 해도 너무했다.   무조건 1m씩 뛰어내리면 되는 코스인데, 그것도 릿지에 코스를 만들어 놔서 양 옆은 깎아지른(?) 절벽이었다.   왠만큼 자신이 없으면 못내려가게 만들어 놓은 확실한 상급자 코스였다.  

더 살벌한 건 리프트였다. 안전가드도 없는 1인용 리프트는 엉덩판에 얼음이 반질반질 얼어있었고, 바람은 왜 이리 부는지?  온 힘을 다해 리프트 철봉에 매달려야 했다. 담배 한 가치 무는 여유는 생각도 할 수 없었고.... 아무튼 오후 내내 쉴새 없이 긴장하다가 파김치가 되서 내려왔다. 물론 매표소 근처에서는 온갖 폼을 다잡으면서 여유있게..   호텔로 돌아가 온천(조그만 대중탕)에서 몸을 풀고 버스를 기다렸다.

호텔 아저씨가 뭐라 뭐라 묻는데 알아 들을 수가 없어 하이! 하이!하고 버스를 탔다. 나 말고 여자팀 2-3명이 탄 버스는 잠시 타고 가다보니 너무 추워서 잠이 안 온다. 참다가 참다가 운전수에게 항의를 했다. 이 버스는 히터도 없냐고.. 찬찬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히터가 고장나서 다음 차를 타라고 했는데 왜 그냥 탔냐?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특급버스로 바꾸어 줄테니 조금만 참으라고...  

얼어죽을... 진짜로 얼어 죽을 뻔 했다. 휴게실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새벽 4시에 신쥬쿠에서 내렸다. 지하철이 아직 없어 썰렁한 플랫폼에서 1시간을 기다렸다가 첫차를 타고는 집에 돌아가면서 수없이 다짐을 했다.  다시는 야간버스 타고 스키장 안간다고... 그리고 다음 일주일간 하쿠바 생각만 하면서 보냈다.

 
 

   Home   생 활   그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