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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 굽던 마을    도코나메(常滑) 1

  

 

나고야에서 TV를 보다보면 도코나메(常滑)라는 곳을 선전하는 광고를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열리는 競艇(쿄테)경기와 도자기 굽는 마을을 구경하러 오라는 지방자치단체의 관광 홍보용 TV 광고이다.   도자기 마을이야 나고야 주변에 여기저기 있어 그저 그랬지만,  경정경기장에는 한번 가보고 싶었다.  예전에 도쿄에서  전철의 광고판을 보고 신기해서 경기장을 보러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시합을 보지는 못했고,  그래서인지 궁금증이 계속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보트가 달리고 있다.

艇은 쉽게 말해 모터보터 경기이다.   우리나라에는 돈을 걸고 하는 내기경주로  경마와 경륜이 있지만, 일본에는 艇(쿄테)라는 것이 한가지 더 있다.   

물이 가늑담긴 커다란 운동장 만한 경기장에서 1인승 모터보트 여러대가 경기장을 뱅뱅돌며 시합을 벌이고,  관객들은 우승후보에게 돈을 거는 공식 도박이다.    

이곳 나고야 주변에도 경마장과 경정장이 몇 개씩 있는데  그중 하나가 도코나메 競艇場이다.  (아무래도 이곳은 지역규모에 비해 이런 경기장이 많은 것 같다.  아마 이지역 사람들이 도박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   빠찡코도 이곳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니..)   

아무튼 한번쯤은 가봐야지 하다가,  어느 가을날 일요일 나고야 마츠리(주로 나고야 시내를 도는 가장행렬 - 어쩌다 보니 아직 한번도 못봤다!)를 보러갈까 하다가 도코나메로 향했다. 특별히 競艇(쿄테)를 보려고 작정한 것도 아니었고,  단지 동네소식지에 도코나메 마츠리(축제)를 한다길래 별 생각없이 간 것이다.  

마을(市) 중심부에 접어들어 이쯤이다 싶은 곳에 도착해보니, 마츠리의 중심지인 도자기회관은 이미 차량이 꽉 들어차 있었다.  별 수 없이 행사주최측에서 나누어 주는 안내문을 따라  외곽의 주차장을 찾아가자  부두옆 경정장 주차장이었다. 마침 모터보트 소리가 요란해서 기웃기웃 경기장 안을 들여다 보니 멀리서 봐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그다지 박진감이 넘치는 것은 아니었다.

 
뒷골목 어느 고물상 같은 집

시들해진 마음에 셔틀버스를 타고 마츠리 행사장을 향했다.   마츠리(축제)는 별다른 행사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고,  조그만 산동네의 뒷골목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도자기 공방들이 작업장과 전시장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날이었다.   평소에도 동네 곳곳의 가게에서 도자기를 진열해 놓고 판매를 하고 있지만  이날은 작업장까지 보여주는 등 보다 더 개방적 분위기라고나 할까?   

도자기 파편과 옹기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산동네 골목길들을 돌아다니며,  이곳저곳 공방을 기웃기리며 동네음악회며 가게들을 구경하고 마츠리 음식[타코야키(문어풀빵), 야키소바(볶음라면), 야키토리(닭꼬치) 등등 포장마차 음식]을 사먹고 다니며 재미있어 하다가,  좁은 뒷골목에서 갑자기 고향집 추억을 찾아내 버렸다.  


골목길 이정표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타일로 만들어 축대에 붙여놓았다.


축대대신 쌓아놓은 옹기


이집은 테라코타가 전문인 모양이다.


土管坂 - 도코나메의 산보도에서 대표적인 풍경,  일본의 30대 名坂(언덕길)중의 하나라고 한다.  (별 걸 다 순위를 매겨 뽑아놓네.)  
불량품 토관을 사용하여 만든 것이다.
토관은 상하수도나 농업용 배수 등에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급격한 온도 변화나 열에 강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소주항아리(燒
酎甁)로 쌓은 축대


토관이나 옹기로 만든 축대는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내가 태어나서  어린시절을 지냈던 고향 집은 강이 확트이게 내려다보이는 언덕꼭대기였다.  아주 꼭대기는 아니었고 언덕의 3/4쯤 되는 곳이였는데 그위로는 더 이상 집이 없었으니  언덕꼭대기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어렸을 때는 황토 언덕길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확실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대문으로 올라가는 계단길이었다.  검붉은색 직사각형 옹기로 만들어진 계단길.  나즈막한 담장 저멀리 반짝이는 강물이 눈부시게 내려다 보이는 계단길.   그곳을 떠난 후 때때로 할아버지가 계신 그 집을 찾아갈 때는 신이 나서 이 계단길을 뛰어올라가곤 했다.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다시 그 곳을 찾아가 보았다. 일년이면 몇차례씩은 지나치는 고향집 앞에서 드디어 차를 세워 올라가본 것이다. 차들이 쌩쌩 달려내려가는 대로변에서 옛집으로 올라가는 계단길은 건물에 가려 침침한 골목길로 변해 버렸다.  그러나 조금씩 설레던 가슴은 계단길 앞에 서자 뭉클해져버렸다. 검붉은 광택의 옹기계단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었다.  깨진 것도 하나없이 예전 그 모습으로..  

계단길을 올라 나즈막한 대문을 살짝열고 들여다 본 할아버지집도 예전 그대로인 것 같았다.  다만, 햇살이 밝게 내리쬐던 포도밭 마당이 없어져서인지 조금은 서늘하게 느껴졌지만...   돌아내려오면서 계단에 앉아 반질반질한 옹기계단을 손으로 비벼보았다.  고맙다.  

그 계단을 만든 직사각형 옹기(土管: 전에는 노깡이라고 했던 것 같다.  路管을 일본식으로 읽은 것인가?)를 이곳 도코나메의 뒷골목에서 찾아낸 것이다.  하수도관으로 쓰이던 둥그런 노깡(?)은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직사각형의 토관은 그 계단 말고는  다른 데서 본 기억이 없다.  여기서 그 직사각형의 토관을 보게 되자,  쿵하고 내리치면 금방 깨져 버릴 것 같은 계단길이  왜 그처럼 긴시간을 그모습 그대로 있어줄 수 있었는 지 알게 되었다.   


 
직사각형의 土管 : 전기 케이블을 넣는 이러한 토관은 4구멍, 6구멍, 9구멍짜리(다공관)가 있다고 한다.

이전에 도쿄-나고야를 잇는 東名(토메이)고속도로에서 터널사고가 일어났을 때, 터널안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다공관 속에서 보호된 케이블은 화재속에서도 꺼덕없이 무사했다고 한다.  그만큼 열에 강한 것이다.  

고향집 계단의 토관은 몇구멍짜리일까?  어디서 만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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