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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가 본 추억속의  히라유(平湯)온천 (2)

 

일본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의 하나였던 히라유(平湯). 그 숲속의 노천온천에 다시 한번 가볼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더욱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사람 앞날을 어디 그리 쉽게 속단할 수 있는감?  다시 일본생활이 시작되었고 그것도 일본 알프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나고야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40도를 넘나들던 무더위가 한풀 꺾일 무렵 기다리던 연휴가 왔다.  출발!! 히라유!!


히라유노모리(平湯
の林)에서 본 平湯

국도를 타고 北으로 北으로..  기후현(岐阜縣)의 타카야마(高山)시를 지나 해가 뉘엇뉘엇 저물어 갈 때 쯤 히라유 오토캠프장에 도착했다. 의외로 가득 들어찬 캠프장을 여기저기 돌다가 저 안쪽에 겨우 자리를 잡아 텐트를 쳐놓고는 캠프장 옆의 히라유노모리(平湯の林)로 향했다. 마침 캠프장 관리사무소에서 할인권(500엔->400엔)도 샀으니...
스기나무 숲속의 한적한 노천탕들을 생각하며 여관입구에 들어서자 아니 이럴 수가!!??  현관앞에는 발디딜 틈도 없이 벗어 놓은 신발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아무리 연휴라지만 이 깊은 산속까지 이렇게들 많이 찾아왔나??


가미노유(神の湯). 바위 아래가 탕이고 김이 모락모락.

이렇게 바글거리는 탕에 들어가느니 내일 새벽, 사람 없을 때 천천히 들어가자는 생각에 발을 돌려 이번에는 산 중턱쯤에 있는 가미노유(神の湯)로 향했다. 주위는 벌써 어둑어둑해졌고 문짝도 없는 탈의실에 들어서자 서늘한 숲속의 공기가 휭휭 느껴졌다.
대충 물칠만 하고는 얼른 탕속에 몸을 담궜다. 백열등 불빛이 어른거리는 탕안에는 나 말고도 여러명이 있었지만 곧 우루루 몰려 나가고 혼자만 남게 되었다. 졸졸졸 흘러내리는 온천물 소리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갑자기 썰렁해지니 더 이상 있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너무 깜깜할 때 왔나?


가미노유(神の湯) 매표소에서 파는 은어구이


온센다마고(온천물에 익힌 계란)

가미노유에서 내려오는 온천가 초입에는 民俗館이 있었다. 일본영화 '나라야마 부시코'에 나오는 듯한 옛날 산간 마을의 전통목조가옥을 몇채 숲속에 모아 놓은 곳인데 이 민속관 안에도 온천이 있었다. 히라유 온천마을에는 3군데의 히가에리 온천(日歸り溫泉, 숙박하지 않고 목욕만 하고 갈 수 있는 온천)이 있다. 언젠가 TV에서 보니 여관내의 온천을 일반 관광객들에게도 들어갈 수 있게 한 여관이 있긴 있던데 알 수는 없고... 아무튼 그 세 군데의 히가에리 온천은 가미노유, 히라유노모리 그리고 바로 여기 민속관 온천이다.  지나가다보니 입구 매표소 불이 켜져 있길래 물어보니 아직 들어갈 수 있단다. 가미노유의 온천물이 채 마르지도 않았지만 지난번에 왔을 때 못 가보았으니 기왕 온 김에 한번 들어가 보자!


民俗館 : 으슥한 숲속의 노천탕

 민속관 안의 컴컴한 숲 뒤쪽으로 들어가니  남여 탈의실이 각각 별채로 만들어져 있었다. 목조 탈의실 미닫이 문짝을 드르륵 열고 들어가니 그 안쪽에 조그만 노천온천이 있었다. 주위는 온통 캄캄한 숲속인데 달랑 전등불 하나가 탕을 비춰주고 있었다.

뿌연 온천물에서는 김이 풀풀 올라오고, 탕속에 몸을 담그니 따뜻한게 기분이 그만이다. 가만히 보니 탕에서 조금 떨어진 컴컴한 숲속 한쪽에 대나무로 만든 벽이 보였다. 뭔가 싶어 바라보는데 번쩍 하얀 섬광이 터졌다. 섬뜻한 기분이 들어 뭔가 싶은데 곧 "여기 아무도 없어! 어쩌구 저쩌구"하며 이쪽을 향해 떠드는 목소리가 들린다. 아내가 여탕에서 떠들며 사진을 찍고 있었군!

 


아침에 본 민속관 입구

캠프장에 돌아와서는 관리사무소에서 사온 장작을 때고 있다가 문득 하늘을 보니 별들이 엄청 많았다. 높은 스기나무숲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에 은하수가(전에 내가 본적이 있던가?)가 흐르고... 별똥별이 있을까 하고 고개를 꺾고 한참을 밤하늘을 올려다 보다가 결국 못보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워째 이리 추워.  아무리 산속이라지만 아직은 여름인데 이건 좀 심했다. 가져온 옷을 다 껴입고 침낭안에서 덜덜 거리며 자다깨다 자다깨다 하면서 밤을 보냈다.


히라유 오토캠프장. 세면장과 화장실도 깨끗.

새벽에 가스버너로 몸을 녹이다가 히라유노모리(平湯の林)를 생각해 냈다. 흐흐흐 빨리 온천물에 들어가서 녹여야지... 몸을 덜덜 떨며 캠프장에서 500m쯤 떨어진 히라유노모리에 도착하자,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문앞에 붙여놓은 안내문에는 10시부터 문을 연단다. 허무했다. 몸이 떨려 이를 꽉물고 오는 바람에 이가 다 아픈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온천을 운영할 수 있지??

문안쪽을 가만 들여다보니 투숙객들은 연신 유카타(浴衣)를 입고 수건을 들고 탕쪽으로 들락거리고 있었다. 내 원 드러버서....  

니시호타카(西穗高) 등산을 마치고 다시 히라유로 돌아왔다. 이미 캄캄해졌는데 텐트치기도 귀찮고 또 너무 추울까봐 여관에 묵기로 했다. 새벽 온천 생각도 있어서 히라유노모리를 찾아가 혹시 빈방 있냐고 물으니 없단다. 몇 군데 여관을 돌면서 예약은 못했으나 스도마리(素泊り, 식사없이 잠만 자는 숙박형태; 일본에는 도심의 호텔말고는 찾기 어려움)라도 괜찮으니 하룻밤 묵을 수 있냐고 돌아다녀 보았으나 전부 거절을 당했다. 아무리 연휴라지만 히라유 같은 한적한 산골마을은 괜찮겠지 하고 너무 쉽게 생각했나??


히다미소정식

우선 밥이라도 먹자고 해서 이전에 히다(飛だ)정식을 맛있게 먹었던 음식점을 찾았다. 실내가 많이 바뀐 음식점안은 손님들로 꽉 차있었고, 한참을 기다린 후에 내온 "히다미소定食"은 히다규(기후현의 북부를 예전에는 히다 지역이라고 불렀고, 여기서 사육된 고급 쇠고기)는 없이 히다미소(히다 지역의 매운 맛나는 일본된장)만을 후박나무잎에 구워 먹어야 했다.

내가 주문을 잘못했는지 메뉴가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허기진 배를 구운 된장 한숟가락과 츠케모노(절인야채) 조금으로 채워야 했다.  이래저래 좋았던 기억들이 여기저기 구겨졌다.  호젓한 산속의 온천을 기대하고 달려왔지만  아무래도 시기가 좋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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