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holland_back.gif

Home

생 활

그밖에..

 

일본인들의 마음의 고향   이세진구(伊勢神宮) (1)

 


나이쿠(內宮)에서 神을 모신 쇼구(正宮)

진쟈(神社)에 대한 처음 기억은, 1991년 첫 해외여행으로 온 후지산 부근의 어느 호텔에서 하룻밤 묵고, 아침에 일어나 동네 산책을 하는데 길 건너 커다란 나무들이 보였다. 그 안쪽으로는 군데군데 이끼가 두텁게 덮인 돌계단이 옅은 안개 사이로 보이고, 그 위에는 오래된 나무의 빛바랜 잿빛 건물이 있었다. 뭔가 궁금해서 다가갔지만 왠지 층계를 오르기가 겁이 났다. 우리나라에서 보는 절(寺)도 아닌 것 같고, 근처에 인기척도 없으니 꼭 뭔가 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나중에 들으니 그것이 진쟈란다.  "허 참~~ 아침부터 신사참배할 뻔 했네...".

이후 오사카와 나고야에서 살면서 여러 진쟈들을 보았고, 이 곳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일본인들의 정서를 조금씩 느끼다 보니 "神社"라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겼다. 우리나라에서 보면 "神社"는, 일제 강점기의 강제적인 "神社參拜"가 있어서 일단 많은 거부감이 있고, 기독교의 영향으로 무슨 우상 숭배처럼 여겨야 하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굳이 진쟈를 찾아다닐 생각은 없었는데, 관광지라고 하는 곳에 가 보면, 아니 그냥 한가한 농촌에 가서 산책을 하여도 크고 작은 진쟈들이 꼭 있어서 한번쯤 휙 둘러보게 한다. 사방에 왜 그리 神이 많고 집 지어서 모셔놓기를 좋아하나... 神이 많은 나라... 神道라고 종교화까지 하는 나라.


나이쿠 카구라덴(內宮 神樂殿)   쇼구(正宮)로 가는 도중에 있는 건물로 여러 행사 접수나 헌금을 받으며, 오후다(
お神禮), 오마모리(お守り)를 팔고 있다.

이런 것이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기본 정서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 옛날부터 한 곳에 정착하여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우선은 한 해의 농사가 잘 되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고, 가족들이 평안하고, 작은 초가집이라도 무너지지 않고 있기를 바라고,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하며 사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었다.

그래서 외부 환경에 쉽게 흔들리며 7-80년 겨우 사는 인간보다, 더 오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해와 달 별 강 바다 높은 산이나 커다란 나무에 뭔가 무한한 힘을 느껴 그 앞에서 겸손해지고 그저 소망들이 조금이라도 이루어지기를 기대하였다.

아침마다 부엌이나 장독대에 깨끗한 물 한 그릇 올리며 자신의 마음도 깨끗이 하여 하루 하루의 일을 다 하고, 뭔가 잘 되면 하늘이 도와주셔서 그랬다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절 한 번 하고... 또한 자연의 힘에 의지하는 것처럼, 자신들의 집 가까이 모셔진 조상들의 묘지를 보며 그분들도 우리를 지켜주고 계시다고 믿게 되니 당연히 뭔가 감사의 표현을 하게 된다.

이처럼 의지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삶이 어느 나라나 어느 민족이나 다 있어왔다. 학자들이 이건 종교고 저건 아니야 라고 하거나, 우리의 삶이 현명하고 너네 삶은 거짓이고 어리석어 라고 말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그런 기본 정서를 어떻게 더 형식화했는가이다.


카미다나(神棚)   오후다(
お神禮) 모시는 틀. 우리나라에서 조상의 위패를 모시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절에 가면 칠성당이 있고, 동네 성황당 나무가 있고, 유교식으로 조상이나 성현의 사당이 있고 차례와 제사를 지내는 정도일까. 더 이상 이를 위해 크게 집을 짓고 격식을 갖춘 행사를 더 벌리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다른 나라의 문화에서 받은 영향도 있지만, 의지하고 싶은 그 무엇에 "무슨 神"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모시기 위해 집 짓고, 특별한 예의와 행사 만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좋은 일만 생기라는 의미로 팔 물건 만들고 해서, 어찌 보면 순수한 기본 정서가 쉽게 보이지 않기도 한다.

사람의 삶과 무관하지 않은 神들의 전설은 그리스 로마 신화와 다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일하는 업종에 따라 보이지 않는 도움을  받을 거라 믿고 모시는 神들 중에는 농업이 잘 되게 해주는 神, 항해와 어업이 잘 되게 해주는 神, 상업이 번창하게 해 주는 神, 鑛山을 지켜주는 鐵의 신, 맛있는 술이 빚어지게 해 주는 술의 神 등은 신화나 전설 속에 등장해서 옛 이야기를 듣듯이 숭배하는데,

외국인이 보기에 거부감이 나는 것은 신화속에서 천황의 조상이 되는 어떤 존재나, 천황의 사후 神으로 격을 높여 기리거나, 朝廷에서 그 옛날 권력자였던 사람을 기리며 神이라는 칭호를 내려 모시는 것이다. 그래도 결국 이런저런 많은 神들이 일본인들의 생활속에서 숭배되고 그들을 지켜주고 있다고 한다.

아마 우리나라의 유명한 어떤 성현이 일본인이었다면 그의 사후 분명히 "무슨 무슨 神"으로 높여져서 여기 저기 진쟈가 세워졌을 것이다. 그리고 매년 그를 기리는 오마츠리(お祭り)가 열린다.


오후다(
お神禮)오마모리(お守り)

우리가 성현의 사당에서 제사를 지내듯이, 진쟈에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 오마츠리 행사를 하는 것이다. 엄숙하게 진행되는 부분도 있고 온 동네 떠들썩하게 행하는 부분도 있는 오마츠리를 통해 성현에게 감사의 예를 올리고 지역의 결속을 다진다.

또한 그 성현이 이룬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본받아, 아니 그 업적의 무한한 힘을 조금이라도 나누어 받고 싶은 마음에, 품에 품거나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의 작고 예쁜 오마모리(お守り, 부적이라고 할 수 있는 물건)를 만들어서, 성현의 좋은 말씀을 써 넣어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이 물건을 가지면 공부도 잘 되고, 시험에도 합격하고, 더 크게는 여러 소원 성취....

이러한 기본 정서와 복잡한 형식이 神道라고 해서, 일반인들은 너무 어려워서 다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격식을 갖춘 체계로 발전했고, 불교와도 융합된 부분이 있어서 어떤 때는 불교인지 神道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찌 되었건 사람들은 正月이나 무슨 때가 되면 진쟈를 찾아 소원성취를 기원한다. 격식이나 행사나 용어나 뭐 이런 것 몰라도 그저 한 순간 자신의 미약함을 인정하고 의지하며 감사드릴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 아주 오래 전 옛날부터 현재까지 그 한 마음은 한 형식을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살면서 위의 생각들이 들다 보니, 진쟈 중의 진쟈로 가장 오래되고 일본인들의 마음의 고향이라고 떠받들여지는 이세진구(伊勢神宮, 三重縣 伊勢市)에 도대체 뭐가 있어서 그런가 한 번 "구경"하기로 했다.

 

 

*** 참고 ***
일본 전국에 약 80,000여 군데의 진쟈가 있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 어느 곳은 "무슨 진쟈(神社)", 또 어디는 "무슨 다이샤(大社)", 어디는 "무슨 진구(神宮)"라고 뒤에 붙는 명칭이 다른 곳이 있다.
격으로 본다면 진쟈 위에 다이샤, 다이샤 위에 진구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신들 중에서 좀 중요하고 크게 여기는 신을 모신 곳이 다이샤이다. 그리고 진구는 天皇家와 관련이 있는 진쟈를 진구라고 높여 부르는 것이다.
지금이야 政敎分離이지만, 예전에는 진쟈에 관한 일에 대해서는 천황의 윤허를 받아야했기 때문에 당연히 천황가와 관련이 있는 곳은 더 크게 커질 수밖에 없다.
진구의 경우, 神話時代까지 올라가서 황실의 선조라고 일컬어지는 신을 모시거나, 실제 역대 천황을 신으로 높여서 모신 곳이나, 천황가와 깊은 관계가 있는 무언가(
三種の神器)가 보관되어진 곳 등이 진구라 해서 큰 규모로 커졌다.

일본의 3대 진구(神宮)는, 보는 견해에 따라 다르지만, 122대 메이지천황(明治天皇 在位 1867-1912)을 神으로 하는 메이지진구(明治神宮, 東京), 이세진구(伊勢神宮, 三重縣), 전국 40,000여 군데 15대 오진천황(?神天皇 在位 270-310)을 신으로 하는 하치만구(八幡宮)라는 이름이 붙는 진쟈의 총본산인 우사진구(宇佐神宮, 大分縣)라고 한다. *******

 

이세진구 (2)로

 

   Home   생 활   그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