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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로베(黑部)협곡의 秘湯   쿠로나기(黑なぎ)온천

 

5월의 일본 Golden Week 연휴를 앞둔 주말,  히라유(平湯)온천에서 하룻밤을 지낸 후 그다지 멀지않은 곳에 있는 쿠로베협곡을 생각해냈다. 언젠가 여행잡지를 뒤적이다보니,  깎아지른 절벽사이를 들락거리는 장난감 같은 기차와,  깊은 산속 계곡에 숨어있는 鐘釣온천, 名檢온천, 祖母谷온천이라는 이름의 노천탕 사진을 보게 되었다. 특히 가네츠리(鐘釣)온천은 절벽사이의 계곡 하천변을 직접 삽으로 파서 만든 노천온천이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깍아지른 절벽 중간에 立山로 올라가는 垂平步道를 파놓은 등산기점이란다.  이런 기막힌 사진을 보고 반드시 가보기로 작정을 했다.  

그후 몇 년전의 Golden Week 때 쿠로베협곡열차의 출발장소인 우나쯔기(宇奈月) 온천까지 갔지만 열차표가 모두 매진되는 바람에 돌아와야 했던 쓰린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골든위크를 앞 둔 휴일이라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우나즈키온천가에 있는 쿠로베협곡철도 출발역

우나즈키(宇奈月) 온천가에 도착하자 어째 좀 한산하다. 아직 골든위크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주말인데...  우선 전차(토롯코 전차: 조그만 광산용 궤도열차)표를 끊으려고 역사에 들어가자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바로 출발할 수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 4월 20일부터 4월 30일까지는 중간지점인 다시다이라(出平)까지만 운행을 하고 종점인 케야키다이라(*平)역까지는 5월 1일부터 운행을 한단다. 오늘은 4월 30일! 허무했다!! 오늘이 일요일이니 하루를 더 기다릴 수도 없고...

미리미리 좀 알아보고 다녔어야 했지만 어디 또 여행이란게 그런가. 사전조사 철저히 해서 계획 세우고 일정에 맞추어 빡빡하게 움직인다면 그게 노는건가? 일하는 거지!


토롯코전차의 기관차 - 종류가 여러 가지 있다.

그래도 협곡의 중간지점인 다시다이라(出平)까지는 간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보통 좌석 열차 표를 끊어 놀이공원 관람차같은 토롯코전차에 올라타니 그래도 다닥다닥 붙어있는 좌석의 반정도는 사람이 찬다. 잠시 후 전차가 출발하면서 곧 터널속으로 들어갔다. 보통 좌석의 열차에는 유리창이고 뭐고 없으니 굴속의 서늘한 공기가 바로 피부에 와닿는다.

터널과 터널사이를 철교로 연결하며 절벽의 중턱에 뚫어놓은 전차길은 경치가 기가 막히다. 철교를 건널 때나 반터널(Snow Shed)을 지나면서 계곡 아래로 보이는 비취빛 호수와 새로 돋아난 연두빛 나뭇잎들의 색깔이 너무 좋다.

호숫가에 세워놓은 중세 유럽의 성같이 생긴 新柳川原발전소를 보고 일본사람들의 상업감각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궤도가 단선이라 역마다 서서 상대편 열차를 기다린다.


전차를 타고 첫 번째로 보이는 경치 - 山彦橋


유럽의 성처럼 만들어 놓은
新柳川原발전소


다시다이라(出し平)댐


토롯코열차가 출발한 쿠로나기역 - 증명사진 찍는 장소

토롯코전차는 터널과 반터널을 계속 들락거리더니 쿠로나기(黑* )온천역에서 맞은편 전차가 통과하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여기 온천이 있나? 그리고 온천이 있다고 해도 지금 들어갈 수 있나? 하며 역무원에게 물어볼까 말까 망설이던 참에 전차가 출발을 했다.  

다시 터널을 들락거리다가 임시 종착역인 다시다이라(出平)에 도착했다.  넓직한 평지에 여기저기 쌓여있는 건설자재 외에는 볼 것이 전혀 없는 곳이라 그냥 전차 안에 앉아서 되돌아가길 기다렸다.  

잠시 후 우나쯔기 온천을 향해서 거꾸로 출발! 돌아가다 생각해보니 너무 아쉽다. 그래서 도중에 쿠로나기역에서 일단 내리기로 했다. 내려봐서 온천이 없다면 절벽길 철교를 지나가는 토롯코 전차 사진이라도 찍어야지 본전을 뽑을 것 같았다.


열차가 떠난 쿠로나기역.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시커먼 터널이 온천가는 입구이고  왼편 간판 옆이 온천가는 원래 산길이다.

아무도 내리지 않는 쿠로나기역에 우리 두사람만 달랑 내렸다. 전차가 떠나고 나자 플랫폼 맞은편 절벽에 만들어놓은 계단길에 '쿠로나기온천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붙어있었고 그 앞에는 "공사중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떡하니 붙어있었다.   허탈!!

사진기를 꺼내놓고 다음 전차를 기다리다가 역장(역무원? 1명뿐)에게 쿠로나기 온천은 언제쯤 문을 여느냐고 물어보니, 지금 영업중이란다.  그리고 온천가는 산길이 조금 무너져내려 고치는 중이니 전차가 다니지 않는 터널을 통해 가면 빠르다며 맞은편에 뚫린 터널을 가리켰다. 터널??


컴컴한 터널속


아기터널을 빠져나오면 계곡으로 나온다.

출입금지(立ち入り禁止)라고 줄로 막아 놓은 터널입구를 지나 띄엄띄엄 형광등을 켜놓은 컴컴한 굴속을 몇 분 걸어 들어갔다. 이렇게 긴 터널속 철길을 걷기는 처음이다. 아무리 전차가 다니지 않는 廢線이라지만 간간이 뒤를 돌아보게 된다.  

좀 걷다보니 계속 앞으로 뚫려있는 터널 한쪽에 조그만 터널을 뚫어 놓고는 쿠로나기온천(黑 溫泉)이라는 표지판을 붙여놓았다. 스틸버그 영화 촬영하는 셋트장인가?  땅굴을 연상시키는 좁은 터널은 밑으로 내려가는 경사길이었다.


쿠로나기온천으로 빠져내려가는 아기터널


돌아오는 길에 발견한 종유석 - TV에서 보니 70년에 1cm 자란다는데 아무래도 그게 아닌 것 같다.


비탕 분위기를 만끽하던 아저씨 일행 - 사진 왼쪽 위편의 시멘트 발라 놓은 곳에서 온천물을 뽑아다 파이프로 우나즈키 온천으로 보낸다.

1-200미터쯤 내려가자 드디어 밝은 햇빛이 비추는 계곡 중턱으로 빠져나왔고 오른편에는 쿠로나기여관, 왼편에는 계곡 윗쪽의 노천온천으로 가는 오솔길이 있었다.

지키는 사람은 없었지만 양심적인 한국인인 우리는 여관에 500엔씩 입욕료를 내고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옆 노천탕으로 내려갔다.  큼직한 바위로 둘러싸인 탕안에 아저씨들 서너명이 벌겋게 몸을 달구고 있었다.

아내는 여탕이 있는 여관으로 올라가고 혼자서 넓직한 탕안에 들어갔다. 물은 뜨끈뜨끈하고 햇볕은 따가웠다. 노천탕 위편에는 아직 녹지않은 눈들이 시커멓게 흙먼지를 뒤집어 쓰고 쌓여있었다.


여관에 있는 여성전용 노천온천 - 시간때에 따라서 혼탕(=남성전용)이 되기도 한다.

곧 아저씨들은 돌아가고 혼자 남은 탕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며 일광욕을 하고 있는데, 젊은 커플이 왔다가는 부끄러운지 계곡 주위를 빙빙 돌며 들어오질 못하고 있다.

혼자서 물장구치고 노는 것도 재미없어 탕에서 나오니 저쪽편에서 아내가 입이 삐죽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여관의 여탕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겁이나서 못들어가고 그냥 왔다나..

아무도 없다길래 구경을 가보니 여성전용 노천온천은 밑에 계곡물이 흐르는 절벽에 만들어 놓은 아주 멋진 곳이었다.  여관에서 온천물에 삶은 계란(온센 다마고: 1알 80엔)을 먹고 다시 터널로 향했다.


쿠로나기 온천여관 (여관 홍보용 브로슈어)

쿠로나기역으로 나오니 친절한 역장이 보통열차가 만원이라고 특별객차를 타고 가란다. 아리가또!!

특별객차래야 좌석 사이가 조금 넓고 유리창이 달렸을 뿐인데 가격은 몇백엔 비싸다. 그래도 보통객차는 만원인데 특별객차는 텅 비어있으니 일본사람들 참 알뜰하다.  

이곳 쿠로나기 온천은 쿠로베 협곡 댐 개발당시 발견된 온천으로 이곳의 온천물은 파이프를 통해 우나즈키 온천으로 보내진다. 우나즈키의 온천물은 모두 이곳 쿠로나기 온천의 원천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온천물은 무색투명하고 유황냄새가 조금 나는 정도. 큼직한 노천온천과 신기한 진입로가 아주 매력적이지만, 가네츠리(鐘釣)온천 등 토롯코 열차의 종점에 있는 온천들의 명성에 파묻혀 찾는 이는 매우 적다.

토롯코열차가 운행하는 5월-11월까지만 갈 수 있는 곳인데 보통 가을 단풍철이 가장 좋다고 하며, 인파가 들끓는 상류쪽 온천보다 오히려 이곳이 훨씬 좋다고들 하는데, 다만 여름에는 등에가 너무 많아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단다.


노천탕 윗편에는 녹지 않은 눈이 잔뜩 쌓여있다.


안내팜플렛에서 뽑아온 사진
어딘가 했더니 쿠로나기 온천가는 터널 중간쯤 무슨 창문처럼 밖이 내다보이는 구멍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찍은 사진인듯

 

 

<참고>  일본 北알프스의 유명 관광지중에 다테야마(立山)-쿠로베(黑部) 알핀루트와 쿠로베협곡(黑部峽谷)이 있다. 立山黑部 알핀루트는 3,000m가 넘는 봉우리가 늘어선 북알프스 산맥을 동서로 관통하는 관광루트이며, 쿠로베峽谷은 토롯코열차(광산용 궤도열차)를 타고 험준한 계곡을 남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관광코스이다.

이처럼 2개의 유명한 北알프스 관광코스의 중심지인 쿠로베협곡은 立山連峰과 後立山連峰에 둘러싸인 일본최대의 협곡이다. 전력부족에 시달리던 일본은, 풍부한 눈과 비로 연중 수량이 풍부하고 낙차가 큰 쿠로베협곡을 수력발전의 적격지로 보고, 일찍이 댐 건설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모두 10개의 발전소와 5개의 댐을 세웠다.   이러한 댐과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하여 쿠로베협곡을 따라 터널과 철교로 이루어진 궤도를 뚫어 놓고, 토롯코열차(광산용 소형 전철)로 건설 인부와 자재를 운반하였다.  토롯코열차의 출발역인 우나쯔기(宇奈月)역에서 종점인 케야키다이라(*平)역까지 총 20.1km의 쿠로베협곡철도는 1937년 완공되었는데 처음에는 전력회사의 전용철도로만 사용되었다. 그러나 험준한 협곡의 빼어난 경치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일반인들의 입장요청이 쇄도하여, 결국 관광루트로 개방되었으며 1951년부터는 정식 영업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후 1962년 쿠로베 협곡의 최상류에 쿠로베 댐이 완성되었고, 댐건설을 위해 사용되던 자재운반루트를 산악관광루트로 개발키로 하여 1971년 토야마(富山)와 오마치(大町)를 연결하는 立山黑部 알핀루트가 완성되었다.  빼어난 산악경치를 구경하고자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쿠로베협곡열차는 1999년 6월에 승객수가 2,500만명을 넘어섰으며, 立山黑部 알핀루트는 매년 100만명 이상이 찾아온다고 한다. 댐과 발전소를 건설하여 어느 정도의 이익을 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엄청 비싼 승차권판매(쿠로베협곡: 편도1,440엔, 알핀루트: 편도 10,320엔)로 관광수입도 무시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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