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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여행객들의 쉼터 마고메쥬쿠(馬籠宿)

 

 
마고메쥬큐. 돌을 깔은 언덕 길을 따라 올라가고, 내려오고.. 양 옆으로는 숙박을 할 수 있는 집이나 찻집, 가게들이 있다. 물론 그냥 개인 집들도 있다. 해가 저물어 가면 집 앞의 이런 등을 켜 놓아서 분위기가 좋다.

나가노현(長野縣)의 키소가와(木曾川) 근처를 헤매다가 우연히 들어가게 된, 옛날 여행객들의 쉼터(슈큐바 宿場)였던 마고메쥬큐(馬籠宿, 長野縣 木曾郡 山口村). 예전에 여기서 8Km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츠마고쥬쿠(妻籠宿, 長野縣 木曾郡 南木曾町)를 한 번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이런 동네가 별로 신기하지도 않았고, 어떤 곳인지도 잘 몰랐다.

그런데 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줏어듣다 보니, 이런 마을 나름대로의 풍취를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언제 또 오랴 싶어 잘 보고 가려고 했는데,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저 멀리 구름 사이로 조금 보이는 해가 뉘엇뉘엇 지려고 한다. 더 어둡기 전에 하나라도 더 찍어야 한다는 생각에 발길이 바쁘다 바뻐~~

예전, 우리나라의 조선시대를 보면 역마제도(驛馬,고려시대부터 이어진 역참제, 파발제)라는 것이 있었다. 한양(서울)에서 전국의 각지로 연결되는 길을 정비하여, 곳곳마다 역을 만드니, 전체 41역도(驛道)와 516군데의 역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중요 문서나 군사 정보의 전달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도록 하였으며, 그 외 관리들의 여행이나 물자 수송에 편의를 제공하였다. 흔히 듣던 "마패"도 이 때에 사용하던 것으로, 왕명으로 여행을 하는 관리에게 직급에 맞는 마패를 발급하여 각 역에서 말을 빌려 탈 수 있도록 하였다. 그 외 일반 상인들을 위한 주막(酒幕)도 한 군데씩은 꼭 있었으며, 좀 더 큰 지역이나 장이 서는 곳에는 여러 군데의 주막과 상점들이 늘어서 여행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였다.


주요 다섯 길 (集英社)

갑자기 이런 우리나라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 바로 마고메쥬쿠라는 것이 쉽게 말하면, 주요 길에 만들어진 역을 가르키기 때문이다. 일본에도 예전부터 교토(京都)와 그 외 지역에서 에도(江戶, 현재의 토쿄東京)로 이어지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었는데, 그 중의  중요한 다섯 길을 "고카이도(五街道 - 東海道, 中山道, 奧州街道, 甲州街道, 日光街道)"라고 한다. 그리고 에도에서 교토로 가는 길은, 주로 바닷가 쪽으로 가는 토카이도(東海道)와 내륙의 깊은 산속 길로 가는 나카센도(中山道, 中仙道라고도 씀) 두 길이 있었다.


작게 보이긴 하지만, 길 저편 끝에 여기서 숙박을 하는 사람들이 여관에서 나누어 준 유카타를 입고 마을 구경을 다니고 있다.

각 길에는 "역"이라고 할 수 있는 "슈쿠바(宿場, 宿驛)"란 작은 마을이 세워졌는데, 우선 公用의 심부름꾼과 말(馬)들을 언제든지 부리고 탈 수 있도록 갖추어 놓은 톤야바(問屋場)란 곳이 있었다. 그리고 관리나 무사들의 숙박을 위한 혼진(本陳)이란 집이 정해져 있었다. 그 외 일반 여행자 대상의 숙박집인 하타고(旅籠屋)나, 좀 더 싼 숙박집인 키친야도(木賃宿)란 곳이 있었다. 그 옆으로는 차 한 잔 마시며 쉴 수 있는 차야(茶屋)라는 찻집과, 물건을 사고 파는 상점도 있었다.

이 정도가 대략 슈쿠바의 모습인데, 우리가 찾아간 마고메쥬쿠(馬籠宿)는, 산속 길인 나카센도(中山道, 中仙道)의 전체 530Km, 69개의 슈큐바 중에서, 에도(江戶)에서부터 43번째에 있는 마을이다.


돌길을 따라 후다닥 내려가며.

전에 찾아 가 보았던 츠마고쥬쿠(妻籠宿)는 42번째의 마을이고, 여기는 거리로 치면 에도에서 332Km나 떨어져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부근의 나카센도를 다르게 키소가도(木曾街道)라고도 한다.

우리와는 다르게 일본에는 이런 길(街道)과 각 슈큐바들이 어느 정도 잘 보존되어, 예전의 풍취를 느낄 수 있는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 물론 한 때, 1880년대-1900년대 초 국도(國道)와 철도가 개통되면서, 이런 길로 다니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마을이 빈곤에 시달리며 점점 쇠퇴해졌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더불어 국내 여행 붐이 일어나 1970년대부터 이런 곳을 찾아오는 관광객이 급격히 늘어났고,


벌써 문 닫은 가게.

그에 따라 마을이 조금씩 정비되고 활기를 찾아갔다. 

우리의 민속촌과 비슷하다고 할 수는 있는데, 좀 다른 것이 있다면 계속 대대로 이 지역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간혹 예전처럼의 장사를 할 수 없어서 집만 남겨두고 떠난 사람도 있지만, 아직도 찻집이나 오미야게(お土産, 지역 특산품)가게를 하면서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

어느 정도 생활의 보탬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을 구경을 하면서 이런 가게들을 보면 왠지 처량해 보이기도 하고, 참 꿋꿋해 보이기도 한다.


마고메쥬큐가 나온 지도로 노란 길은 원래 국도이고, 가운데 하얀 길이 예전의 길이다. 길 옆으로 집들이 빼곡..(ATLAS지도)

츠마고쥬큐는 좀 평지에 있는 길(현재는 멋없게 아스팔트 포장을 하였다)을 따라 양 옆으로 집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마고메쥬쿠는 특이하게 가파른 산등성이에 마을이 자리잡았다. 현재의 도로는 그 옆으로 S자 모양으로 비스듬히 내려오는데, 당시에 이런 언덕 길을 짐을 잔뜩 실은 말이나 사람들이 오르기에 꽤나 고생했을 것 같다.

워낙 이런 곳이니 물이 부족해서 불이 잘 났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의 마을은 1890년에 일어난 큰 불 이후 새로 지어진 집들로, 돌을 깔은 길을 따라 빼곡하게 약 600m정도 들어 차 있다.

언덕 위에서 아래로 돌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비가 좀 내린 날이어서 산들 사이로 안개도 끼어있고 저 멀리 내려다 보는 풍경이 시원하다. 돌길 옆으로는 배수구 비슷한 물길이 있고, 어디선가 흘러오는 물이 아주 시원하고 세차게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예전에야 물이 없어 고생을 했지만 이제는 고생 끝인가... 물이 너무 많아서인가, 집 사이사이 돌 틈틈이에 이끼가 눅진하게 끼어있는 풍경이 츠마고쥬쿠보다는 훨씬 정감있다.


배수구와 축대에 낀 이끼

아 이런 느낌을 안은 채 어느 찻집에서고 차 한  잔 하려고 했더니, 정말 너무 심하다. 물론 거의 오후 6시쯤 된 시각이긴 하지만 벌써 문 닫고 자는지 집안이 컴컴하다. 아무리 이런 곳에는 주로 단체 관광객들이 버스로 몰려와서 후다닥 보고 가는 곳이라곤 하지만, 단체가 지나간 다음에는 물 한모금 얻어 먹을 수 없나... 가게는 그렇다 치고 관광 안내소도 컴컴..

여기 안내지 한 장 받지도 못하고 그냥 집의 겉모습만 구경 하자니 좀 답답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긴 여기서 사는 사람들도 먹고 살기 위해서 장사는 하지만, 낯선 사람들이 와서 자꾸 집안을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것이 싫겠지... 얼른 문 닫고 자기들만의 휴식을 취하고 싶겠지... 이런 관광지에 와서 그 곳 주민들 눈치보며 구경하기는 여기가 처음이네...


어느 집 현관 문. 그 옆으로 담배와 필름을 진열해 놓았다.


문 닫은 가게 안을 들여다 보니..

 


언덕길이 저 위에서 직각으로 꺾여서 이렇게 내려온다. 그리고 다시 바로 앞에서 또 직각으로 꺾이는데, 이렇게 두 번 꺾은 이유는 적의 침입을 막기 쉽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도 참조)

    
집들의 지붕이 안개를 머금어서 그런지 유난히 빤질거린다. 그리고 기와에는 눈이 많이 올 경우, 갑자기 다 쓸려 내려가지 못하게 고리 같은 것이 붙어있다. 눈 때문에 기와가 망가지는 것을 방지한다.

 


직각으로 꺾이는 길 아래에 배수구에서 흘러오는 물로 돌리는 물레방아가 있다.


예전에 불이 잘 났기 때문에 마을 곳곳에 이런 커다란 물통을 준비해 놓고, 불을 빨리 끌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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