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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온천을  노리쿠라 에서 찾다

 


우리가 찾은 유황 냄새 팍팍 나는 진짜 온천

일본에서 온천 여행을 다니면서 늘 제일 아쉬운 것이 하나 있었다.  몇 시간을 지루하게 차를 타고 가서,  좀 천천히 쉬기 위해 들어간 온천이 대부분은 남탕, 여탕이 나뉘어 있어서,  서로 대충 목욕할 시간을 정해놓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들어가도  상대방이 괜히 일찍 나와서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서 후다닥 빠른 동작으로 탕 안을 누벼야 했다. 그리고 혹시 노천온천이 있어도 그 안에서 우아하게 여유 부릴 시간이 없었다. 숨 한 번 돌리고,   아~ 경치 좋다 라는 말 한마디 내뱉고 얼른 뛰쳐나오는 일이 태반.

사실 서로간에 시간 약속을 한 것도 좀 무리였지만, 그래도 더더욱 탕에서 얼른 나가고 싶은 생각이 컸기 때문에 나와서도 별 불평을 하지 않았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목욕 문화에서 같은 점이 있다면   여탕에서 열심히 몸을 닦고 있는 아줌마들의 모습일 것이다. 샤워기 하나 붙잡고 기다리는 뒷사람은 아랑곳없이 10년 묵은 때를 벗겨내는 것처럼 열심인 모습들이 영락없이 똑같았다. 수건 하나 들고 여기 저기 다른 수도꼭지의 상황을 곁눈질 해가며 줄을 서야 하다니...  줄서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인지는 몰라도 목욕탕 안에서는 왠지 좀 부끄러운 생각이... 이러다가 시간 다 보내고 마지막으로 노천탕에 들어가려고 하면 발 디딜 틈도 없다. 결국 대충 닦고 나오면서 투덜투덜... 아무리 온천물이 나온다고 해도 이게 목욕탕이지 온천인가....

 
뜨거운 물에 들어가 목만 내 놓고 시원한 숲의 공기를 마시며...

너무 TV나 여행 잡지를 많이 보아서 그런가,   왠지 노천온천에 대한 동경이 무척 강했다.  호젓한 곳에 노천온천 하나 달랑 있고, 가족끼리 들어가 여유 있게 웃고 떠들며 보낼 수 있는 그런 곳을 찾아가고 싶었다.  물론 1인당 30000엔 이상의 비싼 료칸(旅館)에 들어가면 작지만 그런 대로 괜찮은 한 가족만을 위한 노천온천이 있는 곳이 있다. 그렇지만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   

여러 군데 찾아갔어도 우리의 상상에 어울리는 온천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러다 일본생활이 끝나는 것은 아닌지 왠지 조바심이 났다.    

더욱 큰 실망이 있다면, 마지막 휴가 여행 기간에, 가장 기대를 하고 찾아간 나가노현(長野縣 安*郡 安*村) 노리쿠라타케(乘鞍岳3026m) 근처의 시라호네(白骨)온천이 너무나 예상 밖이었다는 사실. 공중 노천 탕의 물은 너무나 희석을 많이 해서 그런지 결코 "흰 온천물"이라고는 말 할 수가 없었다. 조금 뿌연 물.

마지막으로 하룻밤 묵을 펜션을 찾기 위해 가까운 "노리쿠라고원(乘鞍高原)"의 숙박 시설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왜 그리도 안타깝고 애석한 지...   이젠 더 이상 이렇게 온천을 찾아다닐 시간이 일본에서는 없는데...


왼쪽이 우리가 잔 이전의 건물. 오른쪽이 새로 지은 건물.

미리 예약을 해 둔 곳이 없어서  여행 안내책을 뒤지며   여기저기 전화를 해 보았지만,  식사 준비가 안되어서 그런지 거절을 당하였다.  그러다 드디어 우리를 받아주겠다는 펜션(pension)이 나타났다.  

2차선 도로를 따라  펜션과 료칸(旅館)이  드문드문 있는  조용한  노리쿠라고원 온천지역(溫泉地域)의  "Gasthof센고쿠(千石)"라는 곳에서 1인당 7000엔에 묵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침 저녁 식사가 포함되어 있는 가격으로 우리나라의 물가와 비교하면 비싸게 느껴지지만   

일본에서는 이 정도의 가격이 펜션이라는  숙박시설 중에서는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지도를 보며 찾아간 곳에 주차장이 딸린 작고 허름한 2층집이 하나 있었다.예약 없이 갑자기 묵게 되는 곳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너무나 볼품없는 집이라 좀 실망을 하였다.   

그래도 일본에서의 여행으로는 마지막 숙박인데... 어떻게 하나... 예약을 취소하고 다른 집을 찾아보아야 하나 하며 망설이고 있는데,  주차장 저쪽 구석의 숲 사이에서 사람들이 목욕 수건을 목에 두르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혹시나 싶어 가보니... 이게 왠 일!  우리가 그토록 찾고 헤매던 가족용 노천온천이 두 군데나 있는 것이 아닌가.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이 묵기로 했다.

입구를 찾아 들어가니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다. 문도 제대로 열리지 않고 먼지 투성이. 주위를 돌아보니 이 작은 집 뒤로 그럴싸하게 잘 지은 2층집이 또 하나 있었다. 그럼 그렇지. 주인도 젊은데 아마 아버지가 하던 펜션을 아들이 물려받아 새로이 집을 짓고 노천온천도 만든 것 같다. 식사도 깔끔하게 나와 맛있게 먹고, 피로를 풀기 위해 다른 사람들 보다 먼저 노천온천에 갔다.


관광객의 눈을 사로잡는 특산품

탕 앞쪽으로 숲이긴 하지만  계곡이 있어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며  물씬 풍기는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른다.  낮에 갔던 시라호네온천보다도 물이 더 진짜 온천인 것 같았다. 불이 안 켜져서 컴컴한 속에서 대충 닦고, 방에 비치된 유카타(浴衣, 여름에 입는 면으로 만든 홑겹의 기모노로 이런 숙박시설에서는 주로 잠옷으로 사용)로 갈아입으니 왠지 마음이 참 편했다.  

몇 시간씩 차를 타고 달리며 외국이기 때문에 언제 또 올지 몰라  하나라도 더 많이 보고 다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우리를 몰고 다녔는데,  집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찾던  마지막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 편안함, 작은 즐거움...   

밖으로 나와 보니 전부들 유카타로 갈아입고 산책들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인들이 소위 잠옷을 입고 돌아다닌다고 흉을 보지만, 습기가 많고 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목욕을 하고  빳빳하게 풀을 먹인 유카타로 갈아입는 것이 그들 나름 대로의 피서법인 것이다.   

그리고 입고 간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고, 숙박시설에서 나누어진 헐렁한 유카타로 갈아입고 저녁에 근처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것이,  대도시에서 힘들게 남의 눈치 보며 살아온 그들에게 또 하나의 스트레스 해소책의 전통인지도 모른다.

우리도 어슬렁거리며 펜션 앞에 있는 특산품 가게로 가 보았다. 일본 각 지역의 특산품이라는 것도  내용은 거의 같지만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재료를 많이 이용해서 제품을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산 제품. 엄청나게 큰 사과향 껌... 300엔이나 주고 샀다.

 더구나 그 지역의 지명도가 낮은 작은 공장에서 생산된 물건은 어떤 경우에는 잘 팔리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대기업의 기존 제품의 원료를 그 지역 생산품을 사용하게 하여, 그 지역에서만 팔도록 "지역한정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 가게에도 들어가는 입구에 커다란 글씨로 "信州限定品"이라고 써 붙이고 그런 제품들을 진열해 놓았다.    

사과나 블루베리향이 들어간 홍차, 잼류, 야채를 넣은 과자, 치즈를 넣은 과자 등 이 지역 신슈(信州, 나가노현의 옛 이름)에서 생산한 원료로 만든 제품들이어서 여기서 밖에 살 수 없는 것이라니 왠지 더 사고 싶어졌다. 사실 맛은 도시에서 파는 과자랑 똑 같은데...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신만의 추억거리를 위하여 상품을 개발한 성의를 보아서, 나도 홍차와 젤리, 사과향 껌을 샀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젤리나 홍차나 잼이나 모두 서양풍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의 기호에 맞추어 만들어진 것이어서 좀 어딘가 아쉽다.  

방으로 돌아와서 자려고  이불을 펴니  새로 깨끗이 빨아서 산뜻하기는 한데 유황 냄새가 너무 진동을 한다. 온천 물이 무척이나 남아도나 보다. 아니면 찬 지하수에도 유황이 배어 든 것일까... 이 냄새를 맡으며 밤새 꿈속에서 온천을 들락 날락...

다음 날 아침 역시  다른 사람들보다도 일찍 노천온천에 다시 들어갔다.   밤에는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진짜 온천 물에서나 나오는 흰 침전물이 탕 가장자리에 모여있었다.   이 흐뭇함... 저렴한 값에 묵으며 그 어느 곳보다도 좋은 온천을 즐기다니... 결코 잊지 못할 일본에서의 추억으로 간직되었다.

 

****  이 글을 한참 쓰고 있을 때 아는 일본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래서 자연히 이 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왜   일본인들은 온천 지역에서 유카타를 입고 다니냐고 물어보았다.  나의 느낌도 중요하지만  직접 일본인에게서  그 이유를 듣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물은 것이다.  젊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도 잘 모르겠다면서  자신의 어머니에게 여쭤보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며칠 뒤 이메일이 들어와서 읽어보니 그 동안 내가 잘 모르고 있었던 내용이 상세하게 쓰여 있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적어보면...  그 어머님의 의견으로는,  온천에서 그렇게 입고 다니는 옷이 실제로는 "네마키(寢卷, 잠옷)"라고 한다. 네마키는 남녀의 구별이 없고, 입었을 때 옷의 길이가 딱 맞으며, 여민 후에는 간단한 끈 하나만 묶는다.

그에 반해서 유카타(浴衣)는 활동할 때 입는 기모노로 옷 길이가 길다.  옷을 걸치고 여민 다음, 길이를 맞추기 위해서 허리 부분에서 옷을 속으로 한 번 접어 올려 일단 끈으로 묶게 된다. 그리고 다시 넓고 아름다운 오비(帶)를 두른다.  

유카타라는 것은 말 그대로 더운 여름의 저녁나절, 목욕을  하고 난 후 시원하게 입는 홋겹의 면(綿)으로 만든 옷이다. 그러나 요새는 주로 여름 밤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곳에 입고 가는 옷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렇게 옷에 대한 구분은 되었으나 내가 알고 싶어한 것에는 정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

이 정도의 내용인데, 이 외에 다른 자료들을 보면서 내 나름대로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실제로는 네마키와 유카타가 확실하게 나뉘어진 옷이지만, 요새는 이 두 가지의 옷을 다 유카타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온천 지역의 료칸(旅館)에서 나누어 주는 것은 대개 네마키의 모양이고,  돈을 주고 사 입는 여름철의 간단한 홑겹 기모노는  실제의 유카타이지만 언제부터인지 두 가지를 다 유카타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유카타라는 옷에서 받는 이미지가  "여유" 그 자체이기 때문에, 네마키도 유카타라 부르며 온천에서 여유를 만끽하게 하는 것일까...


  료칸에서 내주는 유카타.(네마키)

정식의 유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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