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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즐거운(?)  시라호네(白骨) 온천(2)

 


시라호네 온천이 있는 깊은 산 속이다. 다른 온천과는 달리 마을이 그리 크지도 않고 료칸이 몇 채 있을 뿐이다. 겨울에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길이 통행 금지가 될 정도로 산속이다. 사진 가운데 쯤에 시원하게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다.

살다보면 한국에서 가끔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워낙이 사는 것이 비슷하다 보니 안내하는 우리가 왠지 초조해진다. 비싼 돈 내고 여기까지 왔으니 뭔가 신기한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에.

막상 집 주위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거기서 거기라 할 수 없이 차를 타고 좀 멀리 나갈 수 밖에. 그러나 멀리 나가도 결국엔 온천에 들어가 목욕 한 판 하고 소바 한 그릇 먹는 것이 전부이다.

어느 보슬 보슬 비 오는 날, 나가노현(長野縣)의 온천을 향해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렸다. 마츠모토시(松本市)에서 내려가 158번 국도를 타고, 저 멀리 노리쿠라타케(乘鞍岳 3026m)를 바라보며 가다가, 원래 가고자 하던 곳은 여기가 아니었는데,


계곡 옆의 공공 노천탕으로 오른쪽이 남탕, 천막처럼 보이는 곳이 여탕이다.

 시라호네(白骨)온천 간판이 보이니 다들 들어가 보자고 한다.
"시라호네? 뼈가 희게 변하는 온천인가?"라며... 이름부터가 좀 신기하지 않은가.

우리는 내심, 예전에 한 번 온 적이 있어서 다른 곳에 가보고 싶었는데... 뭐 할 수 없지. 그래서 아는 사람들을 일단 계곡 옆에 자리잡은 공공 노천온천에 들여보내고, 우리는 다른 여관의 노천온천에 들어가기로 했다. 거의 같은 온천물이지만 그래도 여관마다 노천온천의 분위기가 다르니 새로운 기분으로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아와노유(泡の湯)"라는 곳이다. 료칸(旅館)에 딸린 목욕탕이어서 숙박객들이 들어가지 않는 점심 때 정도에만 일반 손님이 이용할 수 있다.
1인당 800엔을 주고 들어가면서, 나중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망스러운 곳이면 어쩌나 했는데... 우와~~ 목욕보다 눈이 엄청 즐거운 곳이다.

이 곳에는 탕이 세 개가 있는데, 여탕(안에는 따로 노천탕이 있다), 남탕(마찬가지로 노천탕 있고), 그리고 혼욕(混浴)을 하는 큰 노천탕이 있다.


좀 자세히 보일까 싶어...

 들어가는 입구 오른쪽으로 긴 복도가 있고 그 끝에 남녀 각각의 아주 좁은 탈의실이 있다. 그런데 처음에 돈을 내고 들어갈 때만 해도 노천탕이 혼욕이라고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 둘이 각자 탈의실에 들어갔는데...

옷을 벗기 전에 어째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노천탕으로 통하는 문을 살짝 열고 내다보니 이게 웬일!  탈의실은 각각이어도 탕은 하나!  누런 가죽 옷(?)만 입은 남자들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좋아~~  남자 탈의실에서는 옷만 벗으면 곧장 탕 안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고,


"아와노유"의 혼욕 노천탕으로 가는 복도. 창문 저쪽에 보이는 곳이 남자 탈의실과 노천탕이다.

여자 탈의실에서는 탕으로 내려가는 동안에 다 보이기 때문에 계단이 있는 부분에, 탕 저쪽에서 보이지 않도록 나무 칸막이를 해 놓았다. 그리고 일단 탕 안으로 들어가 목만 내밀고 있으면 워낙 물이 뿌였기 때문에 몸이 보이지 않는다고 어떤 아줌마가 알려주었지만 망설여진다. 들어갈까 말까...

칸막이 바깥으로 목을 빼내밀고 바라보니, 의리없게 먼저 들어간 사람이 보이는데 입이 찢어지고 있었다. 왜 오늘따라 탕에는 젊은 여자들이 많은지... 할머니들은 아무 생각없이 그냥 들어가지만, 4-50대 아줌마들은 부끄럽다면서 용기를 못 내는데,


좀 뿌옇게 보이지만...

20대 여자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쑥 들어가 같이 온 남자와 다정하게 붙어서 즐기고 있다.
참 용감한 것인지, 뻔뻔한 것인지...

아무리 물이 뿌옇다고 해도 가슴의 윗 부분은 거의 다 보이니, 젊은 여자가 들어오면 남자들이 안보는 척 하면서도, 괜히 고개가 뻐근하다는 듯이 돌리면서 쓱 곁눈질을 한다. 자기 부인이 옆에 있어도...

거기다 이런 곳에도 이상한 남자는 꼭 있는데, 여자 탈의실에서 내려가는 계단 옆, 칸막이 옆에 어떤 남자가 계속 붙어있다.


여자 탈의실의 문을 열고 나오면 칸막이가 있는데, 윗 부분은 유리로 되어 있어서 이렇게 노천탕이 다 보인다. 뿌연 물에 몸을 감추고, 가져간 수건을 둘 장소가 마땅치가 않아 머리 위에 얹어 놓았다.

분명히 그 위치라면 탈의실에서 얇은 수건으로만 살짝 가린(?) 여자가 나오는 것이 다 보이는 곳이다. 심하다 심해... 결국 혼욕은 포기했다. 대신 누가 제일 많이 침 흘리고 있나 구경이나 좀 해야지...

혼욕은 포기하고 그냥 여탕에 들어가니 차라리 편하다. 전부 나무로 만든 욕실은 유황이 들은 물 성분 때문인지 허옇게 좀 변했는데 이런 것을 보면 진짜 온천에 왔다는 생각이 든다.
화산... 유황... 온천...

여탕에도 작은 노천탕이 있는데 아줌마 둘이 신나게 수다를 떨며 즐기고 있다. 물은 뿌옇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미지근하게 느껴질 정도. 맛을 보니 역시 유황 냄새와 함께 계란 삶은 물 같다.


여탕의 작은 노천탕. 아줌마들이 비가 오니 머리에 비 맞을까 목욕할 때 사용하는 작은 플라스틱 그릇을 머리에 썼다.

오래 앉아있으면 몸의 안쪽에서부터 따뜻하게 여겨진다고 하는데 그럴 여유는 없고...
아줌마들에게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냐고 하니 별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물도 뿌옇고 하니 뭐 보이겠냐 싶어...
도리어 자신들은 늙어서 사진이 잘 안나올거라며...

하긴 일본의 TV에서 하는 여행 프로를 보면, 꼭 어느 온천 료칸의 노천탕에서 큰 수건으로 몸을 두른 여자가 물 성분이 좋네, 보이는 경치가 좋네, 어쩌네 하며 소개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다 보니 이 정도쯤은 그러려니 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밖으로 나와 가려고 하니, "의리없는 사람(?)"이 아까 공공노천탕에 들여보낸 사람들을 여기로 데려와야겠다고 한다.  이 좋은 구경을 놓칠 수 없다며...

그들을 기다리는 동안 노천탕으로 가는 길다란 복도에서 노천탕 반대편을 보고 서있었는데, 어째 뒤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 보니, 어떤 남자가 수건도 없이 손으로 가린 채, 노천탕의 탈의실에서 나와 마구 뛰어 남탕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아마 그 사람 생각에 내가 뒤돌아 있으니 그 사이에 갈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하긴 내가 서 있는 곳 바로 옆이 남탕 입구이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른 여자들도 지나가는 곳인데... 거기다가 어느 사람들은 노천탕의 탈의실이 좁다고 그냥 그 앞의 복도에서 옷을 훌렁훌렁 벗는 것이 아닌가. 물론 탈의실을 나오다 우연히 보게 된 여자들은 공짜 구경을 해서 좋지만...


목욕하고 나오니 비가 개이려고 하나보다. 비 구름이 산 위로 올라간다. 일본어로 비가 그친 직후를 "아메아가리(雨上り)"라고 하는데 정말 말 그대로 되는 것 같다.

노천탕, 혼욕이라는 것이 "창피함"이란 느낌을 무디게 만드나 보다. 아니, 어쩌면 본연의 솔직한 자신으로 돌아가는 기회인지도 모른다. 늘 감추고 예의 바르게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애써온 사람들에게,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라도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 아닌가.

나중에 여기로 데려온 아는 사람들은 좋은(?) 노천탕이라고 한다. 물론 그 사람들이 들어갔을 때는 여자가 별로 없었지만... 그러면서 하는 말이 서울에서 이런 혼욕탕을 만들면 어떨까, 물도 투명하게 그러나 유황 온천처럼 보이기 위해 성냥의 머리 부분을 잘게 갈아 물에 넣는다고... 소바 한 그릇 먹으며 나눈 즐거운 농담이었다.

 

*** 아와노유((泡の湯) 료칸의 혼욕탕


이 온천 지역의 입구로 왼쪽으로 공공탕이 있다.

다시 가 볼 기회가 생겨서 단단히 벼르고 준비를 하였다.
이번에는 기필코 혼욕탕에 들어가리라. 온 몸을 다 감쌀 수 있는 흰 수건을 꼭 챙겨서 1050엔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평일이라 한적하게 즐기려고 하니, 내 뒤로 50대 아줌마 부대가 따라 들어온다. 휴~~ 그럼 그렇지, 평일이라고 사람이 없으랴.. 어디나 아줌마들이 없으면 장사가 안될 것이다...

들어가 보니 위에 쓴 글과는 다르게 개조가 되었다. 혼욕탕에 붙어서 남녀 탈의실이 있었는데, 이제는 전의 남자 탈의실이 여자 탈의실이 되었다. 그리고 남자들은 옆의 내탕(內湯)에서 복도를 다시 만들어 곧장 들어가게 하였다. 탈의실 근처에서 모르는 남자와 마주칠 일이 없으니 왠지 편하다.


혼탕. 뒷모습만 보이는 아저씨와 아줌마들의 수다.

수건을 두르고 카메라를 들고 탕으로 나오니 햇빛이 눈이 부시다. 후후후... 이런 것이 혼욕탕이구나... 유백색의 유황 냄새 나는 물이 적당하게 뜨거워서 확 달아오르지 않고 천천히 푹 담글 수 있는 정도이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탕에, 정말 "변태"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꼭 있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나가니 얼른 뒤로 돌아 선 50대의 아저씨가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저 멀리 앉아서 여탕의 입구를 계속 보고 있다. 그리고 몸을 가리지 않고 들어 온 아줌마들이 가끔 일어나거나 움직일 적마다 뻔히 쳐다 보는 것이다. 그런 아저씨의 시선을 느끼면서도 아줌마들은 또한 "보여주는 것"에 대해 별 창피함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어쩌면 그 아저씨에게 창피한 것보다, 자신이 그런 시선에 대해 유별나게 호들갑을 떠는 것이 같이 온 아줌마들에게 더 창피하게 여겨져서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줌마들도 버틸 대로 버티다 보니 이번에는 아줌마들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 어느 젊은 남자가 성큼 성큼 걸어서 남자 탈의실 계단을 내려와 탕 건너편 저쪽까지 유유히 걸어가는 것이다. 탕의 물은 그 남자의 허벅지 정도까지 오고...

에구~~ 망칙... 얼른 고개를 돌려서 아줌마들을 보니 입가에 흐뭇... 다들 비싼 돈 내고, 시간 걸려서 여기까지 오니 본전(?)은 뽑아야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어차피 한 번 보고 마는 사람들 앞에서 뭐가 창피하랴...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보기 싫으면 뒤돌아 앉아서 뜨뜻한 물에 몸이나 푹 담그고 피로를 풀면 되는 것이 혼욕탕의 매너인 것 같다. (2004.7.13)


여자 탈의실에서 혼욕탕으로 내려가는 입구.


여자 내탕. 나무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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