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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초가집이 있는  시라카와(白川) 마을

 

언젠가 한 번 가 본 적이 있는 기후현(岐阜縣)의 시라카와 합장 마을(白川村 合掌集落)이 요즘 들어서 다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전에는 그냥 지나가는 길에 남들이 많이 줄 지어 다니길래 따라다녀 본 정도여서, 사실 무엇을 보았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오래된 초가집 마을 이라는 것만... 그런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보니, 일본인들이 예전에는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 점점 흥미를 갖게 되어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은 것이다. 좀 멀기는 하지만 천천히 다녀오기로 하고, 국도 156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갔다.


소카와사쿠라. 호수를 배경으로 봄에는 이렇게 화사하게 꽃이 피고, 여름에는 잎이 무성하여 여행객들이 쉬어 갈 수 있게 한다.

별다른 구경거리가 없는 심심한 길을 하품하며 가다보니 오른편으로 갑자기 커다란 호수가 나타났다. 토질이 달라서 그런가,

우리 나라에서 보는 물색과 다르다. 온갖 비슷한 색깔의 이름을 대보았지만 아무 생각없이 쏘옥 빠져들 것 같은 미묘한 색... 커다란 댐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호수였다.


시라카와의 안내지로 "마음의 고향"이라는 말이 보인다. 집들의 지붕은 동서쪽을 향해 있다.

御母衣湖라고. 호수 옆으로는 커다란 벚나무 두 그루가 떡 버티고 서 있다.  이름하여 "소카와사쿠라(莊川櫻)"다.

1960년경 댐이 생기면서 수몰 예정 지역의 어느 절에 있던 것을, 댐 공사 감독이 이곳으로
옮겨 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기후현 지정 천연 기념물이다. 돈  들여서 애써 보존하려고 한 사람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일까, 매년 벚꽃이 흐드러지게 만발한다고 한다. 그래서 시라카와를 찾아가는 사람들에게 여행의 한 즐거움이 되었다.

시라카와 합장 마을에 도착해서 보니 왠일인지 한산하네... 라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들리는 말을 전혀 알아 들을 수가 없어, 어느 지역에서 온 단체관광객인지는 몰라도 사투리가 꽤 심하네... 다시 보니 중국인들이었다.

분명 어느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으로 멀리서 와서, 또 도시에서도 한참 벗어난 이런 산골
마을을  보기위해 흔들리는 버스를 타고 견디며 왔겠지...

이유는 단 하나, 이 곳이 1995년 12월에 세계 문화자연 유산에 등록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白神山地, 屋久島, 法隆寺, 姬路城, 京都의 17군데 사찰과 神社에 이어 여섯 번째로 등록되어, 산간 마을의 전통적인 주거양식을 보존하고 있다.


논 사이로 초가집.

그러나 멀리서 온 사람들에게는 미안할 정도로 그리 볼거리는 많지 않다.
물론 시간이 많아서 천천히 마을을 돌아보면 새록새록 신기하게 눈에 뜨이는 것이 많아 허~ 감탄하며 구경할 수 있지만, 단체 관광이라는 것이 구경 시간을 절대 많이 주지 않으니 초가집 앞에서 기념 사진 몇 장만 찍으면 끝이다.

이 마을은  우리나라의 민속촌과 비슷하지만, 현재 사람들이 대대로 선조들이 살아온 초가집에서 아직도 생활을 하고 있어서 동네 구경하기가 좀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락에는 통풍을 위한 창문이 있다.

논과 밭 사이로 거대한 지붕의 초가집들이 우리나라의, 이제는 거의 볼 수 없겠지만 기억되어지는 아담한 초가집 풍경과는 어딘가 다르게 권위적으로 보인다.

물론 일본인들은 우리가 우리의 초가집에서 받는 느낌처럼 "고향의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지붕의 모양이 느낌을 좌우하니...

합장(合掌) 마을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지붕이 마치 사람 손을 모아 합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렇다고 한다. 이런 모양으로 지은 이유는 겨울에 평균 4m이상의 눈이 쌓이기 때문이다. 좀 상상이 안되기도 하지만,


어느 집에는 이러 툇마루가 그대로 있어서 우리나라의 초가집을 보는 것 같다. 다른 집들은 툇마루에 유리창문이나 판자문을 주욱 해 달아 비나 눈이 들이치는 것을 막는다 (雨戶, 아마도라고 함)

바람이 동해(일본에서는 일본해라고 함)에서 수증기를 모아
일본 육지로 들어와 이 지역의 높은 산(주로 1700m 이상이다)을 만나, 산간 마을에 눈을 엄청나게 뿌려대니 왠간한 지붕은 남아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지붕의 경사를 심하게 해 놓으니 눈이 쓸려 내려가 덜 쌓이게 되었다.

또한 지붕의 넓은 경사면을 대부분 동쪽과 서쪽 방향으로 두어 햇빛에 조금이라도 더 눈이 녹도록 하였다. 이런 지붕을 쳐다보며 동네를 돌다보니 내부 공개를 하는 집이 있었다.

和田家라고 해서 일본의 중요문화재로도 지정되었다고 한다.
이 마을에서 대대로 富와 권위를 누려온 집이기 때문에 집 관리를 그래도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和田家. 사람들에 비교해 보면 지붕이 어느 정도 큰 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나오는 입구가 가족들이 드나드는 보통 입구이고, 사진 왼쪽으로 보이는 나무 아래의 하얀 창호지 문이 달린 곳이 정식 현관이다. 입구와 현관 사이에는 마루가 있는데 유리창문을 해 달았다.

안에 들어가 보니, 전체 건물로 보면 1층집이지만 워낙이 지붕이 크다보니 다락이 두 층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거의 3층 집과 같은 구조이다.

생활은 1층에서 하고 다락은 창고, 또는 겨울에 사용하는 작업장이었다. 다락으로 올라가니, 양 측면으로 창이 있어서 빛이 들어오기는 하지만, 지붕 기둥들이 죄다 검어서 마치 뭐라도 나올 듯한 분위기이다.

1층에서 보면 부엌이 있는 곳의 천장이 격자창처럼 되어 있어서  1층에서 때는 모닥불의 검은 연기가 이 부분을 통해 다락으로 올라가 전체 나무를 검게 물들인 것이다. 일본의 민가(民家)에 들어가 보면 대개 다 이렇게 검은 이유가, 집안에서 먹고 살기 위해 그냥 불을 때서 그렇다.


和田家의 다락으로 굵은 기둥들이 지붕을 받치고 있다.

그 외 다른 방들은 깔끔하게 타타미를 깔고 토코노마(床の間)까지 있으며, 가족들이 드나드는 문 입구 옆으로는 캿쿠마(客間, 응접실)와 정식 현관(玄關)까지 만들어 놓아 중요한 손님을 정중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집 외에 공개하는 집이 한 군데 더 있었지만, 점심을 아직 안 먹었기에 그만 보기로 하고, 어느 메밀국수집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시골이어서 도시에서 먹는 맛과는 다른 맛을 기대하며 자루소바(채반에 얹은 메밀 국수)를 주문했는데, 정말 이런 맛없는 소바는 처음 먹어보았다.

소바는 아마 몇 시간 전에 미리 삶아 놓은 것 같고, 찍어먹으라고 준 츠유(つゆ)는 그냥 짠 간장. 아무리 관광지라고 하지만, 다시 들릴 손님이 아니라고 해서 이렇게 막 음식을 만들어 내어도 되는지... 소바를 입에 대기 전까지 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편안하게, 여유있게 즐긴 기억들을 소바 한 접시가 판을 깬다. 에구 빨리 집에 가야지...


물 색깔이 약간 초록인 사쿠라노유. 뒤로 보이는 산 중턱에 고속도로 입구가 있다.

돌아오는 길은 고속도로를 타기로 했는데, 그 전에 이 근처에 있다는 온천 사쿠라노유(櫻湯)를 찾아 헤매다 보니, 東海北陸自動車道 소카와I.C(莊川)에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다.

산뜻하게 지은 건물을 보니 얼마 안 된 것 같다. 아마 멀리서 오는 관광객들이 이 I.C로 나와 156번 국도를 타고 시라카와를 향해 가면서 벚꽃 구경을 하고, 시라카와에서 구경, 그리고 되돌아 가면서 I.C 들어가기 전에, 여기서 피로를 푸는 목욕 한 판 하고 가는 것으로 여행의 마무리를 하라는 뜻인 것 같다.

들인 돈 아깝지 않게 하는 확실하게 짜여진 코스이네...


마을 가운데에 난 길 양 옆으로 특산품 가게.


가게에는 이런 물건들을 진열.


이끼 낀 지붕이 쓸어내릴 것 같은 어느 특산품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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