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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츠(うだつ)가 돋보이는 상인의 마을

 


우다츠 마을의 안내 지도로 중요 건물(집)들이 길을 따라 다다닥 붙어있다.

오사카에서 살 때는 잘 몰랐는데, 여기 나고야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마치나미(町竝み)"라는 것이다. 어느 마을에 집들이 들어선 모습, 특히 중심 거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길 양옆으로 주욱 늘어선 집들의 특색이 그 마을의 특색이 되기도 한다. 주로 예전의 전통 집들이 잘 보존된 지역을 더 강조해서 말하는데,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좀 상상이 안되는 풍경이기도 하다. 민속촌에 가면 비슷하게 있긴 있지만...

한 때 우리나라 서울(한양)에도 "종로"에서 "동대문, 남대문"으로 이어지는 길 양 옆으로 공랑(公廊, 길게 이어진 행랑채와 같은 집으로 나라에서 지어서 상인들에게 임대했다)이나, 초가집이나 기와집으로 된 상점들이 가득했던 적이 있었으나 그 자취를 더듬어 보기가 쉽지 않다. 현재 그 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으니, 어떤 면에서 일본인들이 "마치나미"에 집착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제2차대전에서 패했다고 해도, 우리처럼 전국토가 전쟁의 피해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각 지역의 오래된 전통 가옥들이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었다. 이후 경제가 발전하면서 그런 마을들이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무라오코시(村起し, 마을을 활기있고 번성하게 만들기)"라는 명목으로 깨끗하게 탈바꿈하게 되었다.


집 지붕위에 삐죽 삐죽 튀어 나온 우다츠.

마을을 다듬어서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이와 관련한 마츠리(祭り)를 열거나 특산 상품을 만들어 팔기. 어느 지역이건 좀 관광 잡지에 등장했다 싶으면 딱 이런 패턴이다.

그렇지만 모든 지역이 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서 번성한다고는 할 수 없다. 들인 돈만큼 애는 쓰지만, 가까운 주변 마을에 다른 볼거리가 없으면 사람들이 굳이 그 마을만 보려고 찾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비싼 돈 들여서 다니는 여행이니 한정된 시간에 많은 것을 보고싶어 하는 것이 관광객의 마음 아닌가.


길 바로 옆으로 이런 집들이 주욱 늘어서 있다.

이런 이유로 날씨 좋은 휴일에도 한산한 마을이 있는데, 기후현(岐阜縣) 미노시(美濃市)의 "우다츠(うだつ) 마을"이다. 어느 날 다른 곳을 찾아 156번 국도를 타고 가는데, 정체가 너무 심하다.

미노시 근처에서 하품하며 도로 표지판을 얼핏 보니 우다츠란 말이 보였다. 괜히 궁금한 마음에 화살표를 따라 들어가니 그냥 마을이다. 오래된 검은 집들이 길 양옆으로 주욱 늘어선...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집이어서 시군퉁했는데, 지붕을 보니 좀 특이하다.


늘어선 집 중에서 어느 한 채의 집.

집과 집 사이의 지붕에 뭔가 아주 자랑을 하는 것처럼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다. 비슷한 전통 가옥이라고 해도 다른 곳에서 보지 못했던 장식이다. 신기해 하며 지붕만 올려보며 한산한 동네를 여기저기 돌며 보니 정말 한산하다.

우리 같은 관광객이 있긴 하지만,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안 보이니 잘 다듬어 놓은 마을이어도 왠지 사람 사는 맛이 느껴지지 않고, 괜한 나라 세금만 썼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다가 어느 집이 내부 공개를 한다고 해서 들어가니 이제야 좀 볼거리가 있다.


공개 한다고 해서 들어가 본 집

매일 TV에서 보는, 에도시대(江戶時代1603-1867)의 생활상을 그린 시대극(時代劇) 드라마의 촬영 셋트장에 들어온 기분이다. 들어 오면서 받은 이 지역의 안내지를 보니, 이 미노(美濃)라는 마을은 1606년 쯤에 근처에 성(小倉山城)이 세워지면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종이(和紙)를 만들어 파는 산업이 발달해서 상업도시로 번성했다.

이 집도 종이 도매상을 해서 富를 쌓아올렸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 거리의 전통 가옥들이 거의 길쪽으로 가게를 내고, 안쪽으로는 가족들이 사는 방과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로 나뉘어 있다. 이런 상인의 집은 처음 보는 것이라 신기했다.

시대극에서 보면  깨끗하게 반질거리는 집 내부가 어느 정도 보이지만, 긴 세월 사람들이 살면서 묻힌 손때는 보이지 않는다. 이 집은 전체가 검은 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어찌 보면 '귀신 나올 듯한 집'이지만 찬찬히 들여다 보면 여기 저기 닳고 닳아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온 세월의 흐름이 보인다.

처음 집을 지을 때는 그냥 '나무 색'이었는데 부엌에서 불을 때고, 방 안에서 화로를 써서 그런지 검은 그으름이 집 전체의 색깔을 바꾸어 놓았다. 더구나 집 안쪽의 방들이 계속 주욱 이어져 있다보니 빛이 들어오지 못해 한 낮에도 컴컴. 무슨 소굴을 구경하는 것 같다.

방들이 있는 건물 뒤쪽으로는 작은 정원과 사당이 있고, 富의 상징인 커다란 창고(옆의 평면도에서 글씨가 쓰여져 있는 곳)도 네 군데나 떡 버티고 서 있다. 창고라서 그런지 도둑을 막기위해 벽이나 문이 무지하게 두껍다. 그러나 실제 도둑들은 땅굴을 파서 들어왔다고 한다.

어느 창고에 들어가 보니 드디어 이 마을이 자랑하는 "우다츠(うだつ)"에 대해서 전시를 해 놓았다. 우다츠는 일종의 방화벽(防火壁)이다. 에도 시대의 건물이라는 것이 거의 목조로 주욱 이어져 있고, 집집마다 수도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니, 물을 공동 우물에서 길어오기가 쉽지 않아 불이 잘 났다고 한다.

물론 부잣집에는 전용 우물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옆 집에서 불이 났을 경우 지붕을 통해서 불길이 번져 오지 않도록 이런 벽을 만든 것이다. 벽을 세우고 그 위에는 다시 기와로 치장을 했는데, 집 정면에서 보이는 부분에 '오니가와라(鬼瓦)'라고 해서 끝 부분을 장식하는 기와가 집집마다 특색을 지니고 있다. 가문(家紋)을 새겨서 남보다 더 정교하고 화려하게 만들어 집안의 위세를 드러냈다.

이 집의 평면도이다. 아래쪽이 길에 접한 부분으로 여러 방이 있고, 가운데 정원, 윗 부분은 집의 뒤쪽으로 창고와 정원이 있다.


집과 집 사이의 우다츠와 장식된 오니가와라. 그리고 그 옆으로는 화방신(火防神)을 모신
작은 집.

그래서 전해오는 말 중에 "우다츠가 아가라나이(うだつがあがらない)"라고 해서 "지붕 위에 방화벽을 올리지 못한다, 만들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당시에는 어느 정도 권력이나 富를 지닌 사람의 집에서나 만드는 것이 허용되었기 때문에, 방화벽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곧 출세나 돈을 벌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이런 집이 여기 저기 있었지만 그 수가 줄어들어서 몇 군데 남은 곳은 나라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길에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이런 곳이 나온다. 아래는 흙바닥이고 타타미 위로는 가게 주인이 앉아서 손님을 맞거나 돈 계산을 하는 곳이다. 쵸오바(帳場)라고 한다. 위 사진 가운데의 통로를 통해서 집 안쪽으로 들어간다.

    
쵸오바를 지나서 안으로 들어오면 부엌이 나온다. 아궁이와
찬장, 그릇을 놓아둔 칸이 보인다.

    
부엌 맞은편에 있는 방으로 좀 더 큰 찬장들이 있다. 찬장 위에는 부엌신(神)을 모신 작은 집(카미다나,神棚)이 있다.

 


큰 방 세 개와 가운데 불단(佛檀)을 모신 작은 방이 주욱 이어져 있다. 정원 쪽에 접한 방에서 길에 접한 방을 향해 찍었다.


창고로 통하는 길
 

    
다른 집 앞에 있는 커다란 돌로, 말 고삐를 묶어 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길에 접한 집의 벽 아래에는 나무로 만든 코마요케(驅除)가 있어서 말이나 소가, 나무로 만든 집에 가까이 와서 벽을 망가뜨리지 못하게 한다.

    
   어느 집의 커다란 창고와 담. 이 집은 벽에 일부러 검은
   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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