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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안한 유리코(湯里湖)온천 과  미끈거리는 히마와리온천

 

어느날 서점에 들렀다가 온천안내서를 한 권 샀다. "關西.中部지역의 日歸り온천 650군데"를 소개해 놓은 책으로, 한참을 뒤져 본 끝에 한 번 가볼만하다 싶은 노천온천을 몇 군데 찾아 지도에 표시를 해두었다.

그리고, 타카토오의 벚꽃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찍어둔 온천을 찾아 국도로 조금 돌아 오기로 했다. 나가노현(長野縣)의 이이다시(飯田市)를 벗어나 153번과 151번 국도를 타고 가다, 天龍峽이라는 계곡을 내려다 보며 나타난 온천이 유리코(湯里湖)인데, 차를 세우고 보니 온천 건물이 어째 좀 후줄근한 게 실망...  


도로 옆, 절벽에 바로 있는 유리코 온천. 보기에는 이렇지만 집 뒤에 보이는 숲이 계곡 건너편이다.

경량 칸막이 등을 이용해서 싸게 싸게 지어진 가건물 비슷한 온천 입구에는 인근에서 수확한 무, 배추, 콩 등 농산물을 조금씩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주저주저 입구에 들어서자 주인 아저씨가 입장권을 건네주며 신슈(信州지역) 사투리로 섞어 뭐라 뭐라 하는데, 잘 들어보니 어떻게 알았는지 타카토오에 갔다왔느냐? 벚꽃이 좋더냐? (사실 타카토오에서 이 온천까지는 60Km정도 떨어져 있고, 우리만 여기를 일부러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벚꽃 구경의 한 코스인가 보다)  우리 온천은 사람들이 한번 옷을 벗고 들어가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나오지 않는다. 천천히 온천을 즐겨라 등등의 이야기였다.


두 번째 가서 찍은 온천 바로 아래의 계곡.

온천 건물 생긴 걸로 봐서는 2-300엔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600엔씩이나 내고 들어가려니 좀 떨떠름했다. 삐걱거리는 좁은 복도옆의 탈의실도 역시 허름해서 대강 바구니에 옷을 벗어놓고 탕으로 나갔다.

그리 넓다고는 볼 수 없지만 적당히 넓어 보이는 탕에서는 맞은 편 산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가깝게 보였다. 자연석으로 테두리를 두른 탕끝에 다가서자 산비탈 계곡 밑으로 깨끗한 물이 풍부하게 흐르고 있었다. 맞은 편 산비탈에는 가끔씩 진달래도 피어있고... 빼어난 절경은 아니지만 왠지 푸근한 느낌이 드는 경치.

탕에 들어가 앉아 있는데 왠지 졸음이 살살 오는 게 몸이 노곤하다. 탕가의 바위를 베고 앉아 졸다가 좀 더워지면 물위로 올라가 다시 조는데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는 것이 기분이 그만이다. 졸다가 깨다가 하며 있다가 가만히 보니 주위의 아저씨들도 모두 나와 한가지. 죄들 졸다가 깨다가 하고 있었다.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아 고장난 샤워꼭지 앞에 앉아 바가지로 물을 퍼서 머리를 감고는 한구석에 졸졸 흐르는 계란 삶은 냄새나는 온천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밖으로 나왔다.나와서 아내를 만나 별다른 특징이 없는 이 곳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니 한가지 확실한 공통점을 찾아냈다. 왠지 편하다는 것이다.

유리꼬의 온천물은 몸이 확 풀리도록 물이 뜨끈뜨끈하다거나 온천냄새가 풀풀 나는 뿌연 물이나 벌건 물도 아니었다. 날씨도 구름이 좀 끼어있어 좋은 날씨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체온에 맞는 아주 적당한 온도의 온천물과 계곡 밑에서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이 몸과 마음의 긴장을 확 풀어주는 것 같은 편안함을 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여탕에서도 아줌마들이 죄들 졸고 있었다고 한다

온천에서 나와 근처의 또 다른 찍어둔 온천 "코스모스노유( コスモスの湯)"를 찾아갈까 하다가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계속 달려 내려갔다. 153번 국도를 타고 나고야로 향하다, 다시 또 하나의 목적지인 히마와리노유( ひまわりの湯, 해바라기온천)라는 곳에 도착했다.

이곳은 온천안내서 발행자인 昭文社에서 독자 앙케이트를 통해 2개부문의 Best 10 온천을 뽑았는데, 평균점수 부문에서는 5점 만점으로 1등, 득점순으로는 300점으로 2등을 차지한 곳이다.

그래서 도대체 일본사람들은 어떤 온천을 좋아 하는지 궁금해서 한번 가봐야겠다고 찍어둔 곳이다. 넓직한 주차장과 깔끔하게 새로 지어진 온천시설,  실내탕의 사우나 시설도 깨끗하고 넓었고, 정원에 넓직하게 만들어 놓은 온도가 다른 두개의 커다란 노천온천도 그럴싸했다.

사람들이 꽤 들어와 있는데도 전체적으로 넓직해서 붐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노천온천의 뜨끈뜨끈한 온천물은 미끌미끌해서 왠지 피부에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일본에서는 흔히 이렇게 미끌거리는 온천을 美人湯이는 이름을 붙이곤 한다)   나중에 매점에서 파는 온천 성분의 가루를 보고 주인에게 원래 이 온천이 이렇게 미끈거리냐고 하니 그렇다고 한다.  그렇지만 어째 물에다가 린스를 풀어놓은 것 느낌이다.

아무튼 關西,中部지역 최고의 인기온천이라는 이곳이 내게는 그다지 썩 좋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두어 시간 전에 들렀던 유리꼬가 너무 편한 느낌을 주어서였는지, 아니면 빨리 나고야로 돌아가야 한다는 초조함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저 일본의 도시 근교에 여기저기 있는 온천사우나탕(スパ, 健康ランド)과 비슷하다고 할까,  아니 그보다는 조금 깨끗하고 물이 미끈덕거렸다는 정도로만 기억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비오는 날, 지나는 길에 식은 몸을 덥히고 가려고 히마와리 온천에 들렀다.   변덕스럽게도 이날은 축축한 빗속의 노천온천이 뜨끈뜨끈하니 아주 좋았다.  청소하는 아줌마는 전과 다름없이 남자 탈의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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