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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다시 가 본 오사카(大阪) (1)

 

2008년 6월, 2박3일의 짧은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7년만에 다시 찾아간 오사카이고, 9년만에 N 아주머니 댁에서 저녁 식사를 하였다.
어쩜 이렇게 시간이 많이 흘렀나 싶은데... 일본과, 아주머니와 인연을 맺어 12년이 되었다.
1996년 겨울 처음 만나, 1999년 오사카를 떠나면서 아주머니 댁에서 저녁을 같이 하고,
2001년 나고야(名古屋)에서 살게 되면서 잠시 오사카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중간 중간 메일을 주고 받고, 아주머니가 우리나라에 여행을 오셨을 때 만나고... 그러나 일본에서의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셨던 분이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메일만으로는 뭔가 부족하고... 한 번은 내가 가서 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선뜻 떠나기가 힘들었는데,
5월 말 그냥 갑자기 가야겠다고 결정했다.
" 마음에 찌꺼기가 남지 않아야 한다... " 라고 해 준 고마운 말에 용기를 내어....

 

어느 여행사를 통해, 가고자 하는 날과 시간대에 비행기 좌석이 한 자리 남았다는 말에 더 망설이지 않고 훌떡 예약을 하고, 드디어 떠났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들러야 할 곳과 교통편의 시간표까지 정리해서 계획을 짰는데,
어딘가 허전한 자유로움을 채워주기 위해서인가, 인천공항에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늦게 이륙을 했지만 간사이(關西) 공항에 대충 예정 시각에 맞게 도착해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더니, 입국심사에서 황당했다.
외국인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다고 얼굴 사진을 찍고 두 검지 손가락 도장을 찍는데,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심사장에는 이전에 도착한 다른 비행기의 승객들까지 합쳐서 거의 몇백명 수준으로 줄을 서 있는데, 심사관은 달랑 네 명 뿐이다.
꾹꾹 참으며 좋게 생각해서, 갑자기 사람이 몰려 인원 보충이 안되나 보다 하고 여기까지도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진짜 황당한 것이, 내국인인 일본인들의 심사 구역에는 세 명이 있고, 실제 심사 받는 일본인은 몇 십명 되지 않아
얼른 끝나 버렸는데도, 전부 외국인으로 개방하지 않고는 그저 외국인들을 구경하듯 쳐다본다.
그러더니 가끔씩 순서가 다 된 외국인 열 명 정도를 내국인 구역으로 보내 심사를 받게 한다.
일본은 만만한 곳이 아니라고 외국인들에게 무언의 교육을 시키는 것 같았다. 일본 땅 구경도 못하고 쫓겨나기 싫으면 다들 참아야지...

 

입국 심사에 50분을 기다려 나와 부랴부랴 공항 기차역으로 오니,
호텔이 있는 신오사카역(新大阪驛)까지 가는 예정했던 시간의 일반 열차는 탈 수가 없었다.
저녁을 아주머니 댁에서 먹기로 했기 때문에 대충 7시 정도까지는
들어가야 하고, 호텔에 들러 짐을 내려 놓는 시간을 생각하니 초조...
JR西日本의, 공항과 오사카후(大阪府)의 도시를 연결하는
간사이쿠코센(關西空港線)에는 일반 열차인 간사이카이소쿠(關西快速)와 톳큐하르카(特急はるか)가 있다.
간사이카이소쿠를 타면 요금은 싸지만 1시간이 넘게 걸려 이참에
50분 정도 걸리는 특급을 타 보기로 했다. 자동 판매기에서
특급 버튼을 누르니 위의 사진처럼 표 두 장이 나온다.
왼쪽은 " 자유석 특급권 " 이고, 오른쪽은 " 승차권 "이다.
일본에 처음 와서 말도 잘 모르는데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 이렇게 승차권과 특급권이 나뉘어 있어서,

야후 일본의 지도 중에서 아래에 간사이(關西)국제공항이 있고
오사카(大阪) 위로 신오사카(新大阪)가 보이며
그 위에 N 아줌마가 사시는 토요나카시(豊中市)가 있다.

뭐든 자세하게 나누어서 일처리를 하는 사회구조에 질리다시피 하여, 열차 타기도 힘드네 하며 투덜거린 기억이 있다.
돈을 넣고 일반 열차를 선택하면 승차권만 나오고,
특급은 모두 포함해서 표 한 장만 나오면 더 생각 안해도 되는데, 특급권이 따로 나와 왠지 복잡해진다.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간사이카이소쿠(關西快速)를 탔으면 오사카(大阪)역에서 한 번 다른 열차로 갈아타서
신오사카역(新大阪驛)까지 1320엔만 내고 1시간13분 걸려 가는데, 그럴 상황이 아니니 2470엔의 특급을 타고  52분 걸려 갔다.
이 요금도 특급의 자유석을 선택해서 사진처럼 1150엔을 냈지, 지정석이라면 1660엔을 내야 한다.
두 장의 표를 받아도 개찰구에서는 말 그대로 승차권만 기계에 통과시키고, 열차에 타면 나중에 승무원이 와서 표를 검사하며 구멍을 뜷는다.

표의 맨 아래에는 20. - 6.  이런 숫자가 있는데, 이것은 元號로 천황제가 있는 일본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기본적으로 사용한다.
외국인이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1989년 1월8일부터 시작된 " 헤이세이(平成) " 라는 원호가 올해 平成20년이 되었다.
우리가 처음 일본에 왔을 때가 平成 8년으로, 어딜 가도 이런 말만 보여서, 일본인들이 말하는 중간에 원호를 쓰면
도대체 서력으로 어떻게 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무척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위의 왼쪽에 있는 사진이 특급 하르카 열차이다.  
방금 플랫포옴에 들어와서 의자의 방향이 왼쪽으로 되어 있지만, 다시 오사카(교토) 방면이 되기 위해서는 오른쪽에 되어야 한다.
먼저 승객들이 다 내리자, 각 열차의 앞뒤에 있는 입구에는 승객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줄을 치고, 하얗고 깔끔한 청소복을 입은 젊은 남자
청소원이 빗자루통을 들고 들어간다. 청소를 하는 동안 의자는 자동적으로 사진에서 보았을 때 오른쪽 방향으로 회전을 한다.
이 정도면 청소도 되고, 의자도 바뀌고 그냥 청소원이 내릴거라고 생각했는데, 청소원이 열차의 진행 방향에서 보았을 때 맨 뒤편으로 가서
객실 전체를 살펴보고 앞쪽으로 걸어가며 양쪽 의자의 등받이를 한번씩 친다. 아마도 의자 회전이 제대로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 같다.
일본의 열차운행에 있어서 실수나 사고가 한 번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화하기 위해 기본 점검요령이 자세하게 되어 있고,
반드시 지킨다는 것을 보면 정말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톳큐하르카(特急はるか)를 타고 편하게 와서 신오사카역(新大阪驛)에서 내려 근처의 예약한 비즈니스 호텔로 들어갔다.
대개 오사카에 여행을 오는 사람들은 시내 남쪽의 난바(難波)역 근처에 머물지만,
난 이곳이 공항에서 오기도 편하면서, 예전에 살던 곳과 N 아주머니 사시는 곳과도 가까워서 일부러 여행사에 부탁을 하였다.
워낙이 신오사카역이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열차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주변에 호텔이 많다.
이 호텔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들은 것이 있어서, 프론트에서 예약을 확인하면서 " 금연실 "로 해 달라고 하니,
친절한 직원이 씨익 웃으면서 " 디럭스 싱글룸 " 이라며 카드키를 내준다. 도대체 뭔가 싶어 들어와 보니 더블베드룸을 부르기 나름이었다.
기본 싱글룸으로 예약이 되어 있었으나 여자 혼자이고, 금연실을 굳이 찾으면 이렇게 임의로 바꿔주기도 하나 보다.
방은 비즈니스 답게 작았다. 사진에 입구에서 찍은 크기가 이 정도로, 침대마저 좁았으면 정말 답답할 뻔 했다. 욕실도 좀 덩치가 큰 남자들은 들락거리며 여러 번 부딪칠 정도이다. 그러나 시설은 생각보다 좋았다. 침대 시트는 아주 깔끔하며, 옆에는 출장 온 샐러리맨들이 혼자 바지를 다려 입을 수 있도록 커다란 다리미까지 놓여 있었다. TV도 보기에 전혀 문제 없었고, 욕실도 깨끗하고 기본 물품도 놓여있으며
보충도 해 주었다. 하나 흠이라면, 건물 사이에 있어서 창 밖의 풍경이 너무 없다는 것.

 

 

호텔에 짐을 내리고 나와 신오사카역에서 지하철인 미도스지센(御堂筋線)을 타고 더 북쪽으로 향했다.
위의 사진은 신오사카 -> 히가시미쿠니(東三國) -> 에사카(江坂) -> 료쿠치코엔(綠地公園) -> 모모야마다이(桃山臺) 역까지 가는
지하철 안에서 본 카미자키가와(神崎川)의 모습이다. 강을 따라 주욱 가면 오사카만(大阪灣)이 나오고 태평양이다.
우리나라에서 아침부터 정신없이 와서 이렇게 석양을 보니 하루가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드는데, 시계를 보니 오후 6시51분이다.
우리나라보다 빨리 해가 지기 때문에 2박3일 중 오늘 하루가 차만 타다가 끝나니 너무 아쉽다.

모모야마다이(桃山臺) 역에서 내려 보니, 어쩜 9년 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을까 싶을 정도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역 입구 천장 근처의 제비집이다. 이 것도 바닥에 사진처럼 안내판을 붙여놓아서 보니, " 頭上注意!  제비가 새끼 키우고 있음 " 이라고 쓰여있다. 제비집 아래에는 새끼가 떨어지지 말라고, 혹은 제비 똥이 사람들 머리로  떨어지지 않게 박스를 오려서 붙여놓았다. 역을 관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처음에 귀찮기도 했겠지만, 한 생명이 찾아와 터를 잡고 또 작은 생명을 키워내는 따스한 기운이
그들의 반복된 일과에 신선한 즐거움이었을 것 같다.
오른쪽 사진은, 이 모모야마다이 역이 위치한 곳이 토요나카(豊中)시와 경계한 스이타(吹田)시 쪽이어서,
스이타시에 있는 萬博公園의 상징인 태양의 탑 모양을 넣은 맨홀이다.

 

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 드디어 저녁 7시15분경에 N 아주머니 집에 도착했다. 땀 삐질삐질 흘리며 들어가니 반갑게 맞아주신다.
멀리 온 보람이 있지... 우선 시원한 칼피스 한 잔 받아 마시고, 다 차려 놓으신 식탁을 보니 역시 오기를 잘 했다 싶다.
오래간만에 아주머니의 손맛을 보게 되니... 아주머니의 음식들은 별로 짜지 않고, 조미료 맛이 덜해서 부담없이 술술 넘어간다.
맵고 짠 한국인의 입맛에는 영 싱겁고 맛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몇 번 씹다보면 이런게 자연의 맛이구나 하며 몸과 마음이 편안해져서 좋다.

우선 가운데 딱 보이는 것이 나무로 만든 " 스시오케(壽司おけ) " 에 담겨진 " 치라시즈시(ちらし壽司, 바라즈시 ばら壽司) " 이다.
우연하게도 열차를 타고 오면서 옆에 있던 사람들이 치라시즈시가 어쩌구 하면서 한참을 떠들길래,
언제 그걸 마지막으로 먹었을까 생각했었다. 음식점에서 사 먹은 것은 너무 설탕이 많이 들어가서 단 맛밖에 없었고, 슈퍼에서 파는  레토르트 치라시즈시 양념(ちらし壽司
の素)을 사서 집에서 비벼 보았는데 너무 조미료 맛이 강해서 이게 뭔가 싶을 정도였던 기억이 있다.

치라시즈시는 대개 뭔가 기쁜 일이 있을 때 해 먹는 음식인데,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시마를 넣고 지은 밥을, 수분을 흡수하는 나무로 만든 통에 얼른 넣어 부채질하면서 식힌 후,
식초와 설탕 소금으로 밑간을 한다. 밥이 되는 동안 다른 재료들을 조리하는데, 간장에 조금 조린 표고버섯, 우엉,
당근, 유부, 장어, 새우, 달걀지단 채썬 것 등을 만든다 (지역에 따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더 추가된다)   
일본에서는 이런 재료들은 " 구(具) " 라고 부르는데, 어느 정도 식은 밥 위에 具들을 펼쳐가며 차례로 얹고
보기좋게 지단 채썬 것과 새우 등으로 장식하면 완성.
우리나라에 들어온 김밥과 유부초밥 보다 더 손길이 많이 가는 醋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에서 치라시즈시 앞에 있는 회색의 그릇 중 왼쪽은, 가지를 프라이팬에서 익혀서 초록의 산초(山椒) 열매를 뿌리고
옅은 츠유(
つゆ 조미간장)에 찍어먹는 것으로 " 나스노시기야키(茄子のしぎ燒き) " 라고 한다.
이 음식의 이름이 이렇다고 가르쳐주시면서, 옛날 西行(1118 - 1190)이란 승려가 쓴 시 귀절 중에 " しぎ燒き茄子の秋の夕暮れ..." 란 말이
있다고 하신다. 워낙이 시가 어렵지만 도대체 가지와 가을의 노을이 어찌 연상이 될까 싶다....
일본에는 가지에 관한 말이 또 있는데,      " 秋茄子は嫁にくわすな " 라고 해서, 여러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는 하지만,
글자 그대로 보면 " 가을에 나오는 가지는 며느리에게 먹이지 말아라 " 라고.  
또 " 親の小言と茄子の花は千にひとつの無(?)もない " 는  " 부모의 잔소리와 가지 꽃은 천의 하나라도 버릴 것이 없다 " 라고 해서 가지 꽃이 잘 결실 맺기 때문에 소중한 것처럼 부모의 잔소리도...  그리고 일본인들은 정월초에 꿈속에서 가지를 보면 좋은 꿈을 꾸었다고 한다.
아마도 발음이 같은 " 나스(成す, 일이 이루어지다) " 에서 유래되었다는 한 說이 있다.
어찌되었건,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이 가지에 대해 더 생각이 많은 것 같다. 하긴 조리법도 더 다양하니....  
산초와 같이 먹는 가지의 맛이란,  파 마늘 고춧가루에 버무린 우리나라의 가지보다야 무덤덤하지만,  
왠일인지 여름 더위를 싸~ 하게 식히는 시원함이 있다.

가지 그릇 옆에는 " 이와시노쟈코텐(イワシのじゃこ 天) "을 썰어 놓았다.  우리가 흔히 " 오뎅(おでん) " 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원래 이런 제품들은 " 교니쿠네리세힝(漁肉練り製品) " 이라고 하며, 만드는 방법에 따라 개별 이름이 달라진다.
오뎅(
おでん)은 이 제품을 이용한 일본 요리의 한 이름이다.
기본 재료는 특별히 한 요리로 대접받지 못하는 흰살 생선인데, 명태가 주로 쓰인다. 갓 잡힌 생선들의 머리와 내장을 빼고, 나머지 부분을
갈아 소금을 넣고 모양을 만든 다음 가열하여 굳힌다. 예전에야 각 어촌의 가게들이 매일 방금 잡아올린 생선으로 이렇게 만들었겠지만,
지금은 냉동수입한 것에 좀 더 탄력을 좋게 하기 위해 전분을 섞는다.  

이런 반죽을 가열하는 방법으로,
굽기(燒
)를 하면,  " 치쿠와(竹輪) " 라고 해서 가운데가 뻥 뜷려 길다랗고 표면에 약간 탄 자국이 있는 제품이 된다.
예전에는 대나무에 반죽을 둘러서 숯불에 구운 것이다.
찌기(蒸
)를 하면, " 카마보코(かまぼこ) " 라고 해서 작은 사각형의 나무판 위에 반죽에 여러 색깔을 넣고 반달 모양이 나게 얹어서 찐다.
삶기(茹
)를 하면, " 츠미레(つみれ ) " 라고 해서 반죽을 완자처럼 작고 동글게 떼어서 끓는 물에 얼른 익힌다.
튀기기(揚げ)를 하면, " 사츠마아게, 쟈코텐(さつまあげ, じゃこてん) " 이라고 해서, 사각형이나 둥글고 넓적한 반죽을 튀긴다.

" 이와시(イワシ) " 는, 우리에게 " 멸치 " 라고 알려진 물고기이다. 일본 근해에서 잡힌 어린 멸치는 " 치리멘쟈코(ちりめんじゃこ) " 라고
해서 멸치볶음의 재료가 되고,  큰 멸치는 " 니보시(煮干
し) " 라고 해서 국물을 우려내는 데 쓰인다.
아주머니 말씀이, 이 쟈코텐은 이와시 로만 만들어서 좀 딱딱하다고. 씹어보니 멸치 맛도 나는 것 같고 별다른 탄력이 없이 그렇다.
사실은 이것이 전통적인 교니쿠네리세힝(漁肉練り製品) 쟈코텐으로 자연의 맛을 느껴야 하는데, 이제까지의 입맛은 엉뚱한 것에 길들여
있어서 그런지 도리어 어색하게 느껴진다. 일본에 살 때, 슈퍼에서 늘 싸게 나오는 기획상품을 사먹었는데, 포장지 뒷면을 보면 뭔가 첨가된 것이 많다. 맛도 아주 뭔가 꽉 짜여져 완벽한 맛이라고나 할까, 입안에서는 톡톡 튈 정도로 탄력도 좋고.
그러나 이것이 다 첨가제와 전분의 맛이다.
그냥 생선도 구웠다가 식히면 딱딱해지는데, 생선으로 만들었다는 제품이 말랑말랑하게 탄력있기를 기대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겠지.....

다른 반찬으로 샐러드, 두부와 생선구이가 있고, 스이모노(吸い物, 국)로는 재첩(シジミ)국이 나왔다.  그냥 가막조개로만 끓인 국이라면
좀 비린내가 났을 텐데, 향이 좋은 미츠바(三つ葉) 줄기를 넣어서 소금 간이 거의 없는 맑은 물과 맛이 잘 어울렸다.

아주머니 집에서 두 번의 저녁 식사를 잘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였는데,
그런 중에 아주머니가 좋아하는 음식 재료들을 보여주셨고, 내게도 선물로 주셨다.  꼭 친정어머니가 딸 챙겨주듯이....

왼쪽의 큰병은, " 혼미링(本みりん) " 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파는 미림 이란 제품. 아주머니가 술잔에 이것을 한 잔 따르더니 맛을 보라고 한다. 아니 이걸 마시나 싶었는데, 정말 맛있다. 우리나라의 미림은 좀 가볍고 알콜이 강하게 느껴지며 단맛도 달기는 한데 좀 어색하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것은 향기로우면서 묵직하고 우아한 단맛이라고 할까... 설탕맛이 아니라 곡물의 맛이 이런거겠구나 싶다.

혼미링(本みりん)은 예전부터 정월에 마시는 " 오토소 (お屠蘇) " 라는 술로도 사용을 하였다고 한다.
오토소는 원래 곡물酒에 토소산(屠蘇散)이라는 여러 약초 가루를 넣어 일종의 건강酒(藥酒)로 만들어 온 집안 식구들이 나누어 마신다.
아마도 여자들도 아이들도 한모금 정도 입을 대니 일반 술보다는 이것이 더 단맛이 있어서 먹기에 부담없었을 것 같다.

일본에서 찹쌀, 효모, 소주로 미링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때는 대략 에도(江戶)시대 중반이라고 한다.
이 회사도 1772년부터 그 기술이 어어져 내려온다고 하니, 곡물주를 마신다기 보다는 끊어지지 않은 전통을 음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미링에는 종류가 나누어지는데, 찹쌀, 효모, 소주를 원료로 해서 약 1년정도 숙성시켜 만드는 것이 혼미링이고,
멥쌀에 당류와 알콜, 소금을 섞어서 만들면 발효조미료 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2차대전 후에 포도당, 글루타민산, 향료 등을 넣어 만들어서
알콜 농도가 1% 정도의 미링風조미료 라고 한다. 혼미링은 13-14% 정도 되는데.
혼미링을 집에 가져와 고기 요리를 하는데 넣으니 그냥 설탕을 넣어서 단맛을 내는 것보다 맛이 더 부드럽고 냄새가 덜하다.

오른쪽의 사진은, 한천과 설탕이다. 한천으로 젤리를 만들어 주셨고, 설탕은 다른 것보다 단맛이 덜하고 미네랄이 많아서 좋다 하시며 주셨다.
설탕은 말씀 그대로인데, 하나 더 신기한 것은 너무나 빛이 난다. 처음에는 설탕이 녹아서 그런가 싶었는데, 뜯어보니 그렇지 않다.
먹기에 아까울 정도로 빛이 곱다. 반짝 반짝 빛나서 만약 어릴 때 이런 귀한 설탕을 보았다면 아마도 몰래 다 먹어치워 버렸을 것 같다.

한천은, 일본에서 1685년 경, 天草라는 해조류를 말려서 끓인 것이 우연한 기회에 몇 번이고 동결 건조가 반복되면서 맛이 좋아져
사람들에게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또한 서양에도 수출이 될 정도로 특별한 제품이 되었다.
이것을 만드는 곳은, 바닷가 마을이 아니라 산 속 추운 겨울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현재 나가노현(長野縣)이 최적지로 꼽힌다.
그래서 사진의 포장지에도, 이곳이 일본의 알프스 라고 불리기 때문에 " 알프스 표 " 라고 쓰여져 있으며, 눈이 덮인 하얀 산 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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