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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다시 절과   지장보살상

 

교토시(京都市)의 서쪽 지역에 아라시야마(嵐山)와 사가노(嵯峨野)란 곳이 있다. 카츠라가와(桂川)라는 강을 사이에 두고 서쪽이 아라시야마,  동쪽이 사가노이다.
이 곳은 아주 오래 전부터 귀족들이나 부유한 사람들의 별장지로 널리 이름이 알려져 왔으며, 현재는 교토의 다른 관광 지역과는 달리 여유를 가지고 돌아볼 수 있는 관광지이다. 그러나 유명한 절들이 여러 군데 있고, 관광 상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있어도, 사실 관광지라는 말이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아라시야마 전철역 근처 지역만 가게들이 조금 밀집되어 있고, 거기를 벗어나 약 3Km정도를 산을 향해서 걸어가다 보면 평범한 농촌의 집들과 밭들이 나온다.   

중간 중간에 절이 있고, 가게가 보이기는 하지만 주위의 산과 밭, 대나무 숲이 더욱 눈에 들어와 여유있는 산책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토의 다른 곳에 가면 늘 가게와 엄청 많은 상품들, 자동차 그리고 사람들의 흐름에 휩싸여 제대로 숨 한 번 쉬기 어려운데,   여기는 약간은 쓸쓸함을 느낄 정도로 한적한 곳이다.  그러나 여기도 봄에 벛꽃이 필 때와 가을에 단풍이 들 때면 여지없이 사람들로 붐빈다.

산 쪽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마지막이라고 생각되어지는 곳에 아다시노넨부츠데라(化野念佛寺)라는 절이 있다.    처음 갔을 때는 아래 동네에 있는 다른 절들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고,   입장료도 아깝게 느껴져서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째 갔을 때는 사진 찍기에 좋은 소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입장료를 500엔씩이나 내고 들어갔다.
절 입구에서 보니 오른쪽으로는 작은 법당이 있고, 왼쪽으로는 석탑으로 둘러싸인 곳이 있어서 들여다보니     돌로 만든 작은 불상으로 보이는 상들이 엄청나게 줄을 지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뒤편으로는 묘비들이 세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

"사이노카와라"라고 불리는 곳의 오래된 석상들만의 묘지.   이 곳 뒷편으로는 근래의 묘지가 있다.

조금 분위기가 이상하기는 하지만 이런 작은 석상들이 세워진 곳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는데...   한참을 그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찍다 보니 다른 일본인들은 그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으며,  사진기를 들고 있으면서도 찍지 않고 우리를 힐끔힐끔 보기만 한다. 그래도 찍고 싶은 만큼 열심히 찍은 후 아무래도 무언가 이상한 곳이구나 라는 생각만 하고 이 절에서 나왔다. 내가 이런 석상을 흥미 있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일본의 어디를 가든지 도로 옆이나 절 안에서  이런 작은 석상이 눈에 자주 뜨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저 부처님상인 줄 알았는데 언제인가 누군가에게 그것이 지장보살(地藏菩薩)의 상이라는 말을 들었다.   

지장보살이라면, 불교(佛敎)의 경전(經典)에 나오는 여러 보살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이전 석가모니 부처님이 입멸(入滅)한 후부터 인간계를 비롯하여 지옥에 떨어진 사람들을 다 구제하여 성불하도록 도와준 후에  자신이 마지막으로 성불(成佛)하겠다는 원(願)을 세운 보살이다.

우리나라의 불교 신앙에서는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을 많이 찾는데, 일본에서는 지장보살에 대한 믿음이 더욱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믿음은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92)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믿음을 눈에 보이도록 형상화한 것이 묘비(墓碑)의 한 구성물로 지장보살상을 만든 것이다. 혹시 지옥에 떨어졌을 지도 모르는 가족을 구제해 달라는 애절한 심정으로 석상을 세우는, 가족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믿음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우리나라의 지장 신앙과도 별로 다르지 않으나, 일본에서는 구제 받는 대상 중에서도 특히 어린아이에 대한 구제를 더욱 염원하며, 지장보살이 이 어린 영혼들을 잘 돌보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세워진 석상에는 대개 한 두 개의 빨간 천이 둘러져 있다. 이것은 베베(べべ)라고 해서 어린이의 기모노(着物)를 의미한다. 부모보다 먼저 저 세상으로 간 자식을 그리워하며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부모가 마지막으로 자식을 위해서 옷을 한 벌 지어준 것이라고...

어린아이를 위한 기도를 하면서 특별하게 이름 지어진 지장보살상이 일본에만 있는데 "미즈코(水子, 見ず子)지장보살"이라고 한다. 절에 가 보면 지장보살이 한 쪽 팔에 아이를 안고 있는데 이 앞에서 많은 부모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보지도 못하거나, 먼저 간 자식의 영혼을 위로하는 공양을 올린다.  
이런 기원(祈願)이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아이가 없는 여인네가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지장보살에게 빌기도 한다. 그러다가 아이가 생기면 자신이 기도한 지장보살의 석상 옆에 새롭게 만든 석상을 하나 공양한다. 그리고 또 다른 속설로는 석상을 마을의 입구에 세워놓으면 어떤 악령이나 나쁜 병에서 마을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믿었다.

처음에는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한 믿음이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죽은 이들과 함께 살아있는 이들을 위해서도 그 절절한 마음을 호소하는 믿음의 대상으로 그 폭이 넓어져 갔다.    

이렇게 지장보살의 세계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따로 없이   일본인들의 삶에 친근하게 동화되어, 사람들은 무슨 석상이든 확실하게 이름이 밝혀지지 않았으면  무조건 "지장상(地藏像)"이라고 부른다. 부처님 상도 관세음보살상도 모두가 지장상인 것이다.

이 석상들 사이에 유일한 부처님상

아다시노넨부츠데라(化野念佛寺)에 있는 석상은 부처님 상도 있고, 지장보살의 상도 있다. 이런 석상들은 절이 세워진 810년부터 묘 앞에 놓여졌던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후손이 찾아오지 않아 점점 임자 없는 묘가 되어가므로 버려지기 직전에 있었는데, 메이지시대(明治時代, 1868-1912)에 한 곳에 모아 재배치를 한 것이라고 한다.   약 8000개의 석상이 모여진  이 곳을 "사이노카와라(西院の河原)"라고 해서  석상만 남은 묘지가 되었다. 그래서 이 곳에서는 원래 사진 촬영이 금지되었는데,  그 시점에 아무 것도 모르는 우리는 당당하게 들어가 사진을 찍어댔으니 다들 이상한 눈초리로 볼 수밖에...   정말 죄송스럽다.(0124)

오랜 세월 영혼의 극락왕생을 이끌어 준 석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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