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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묘지를 가보셨나요   高野山

 

어느날 오사카에서 오래 근무했던 분을 만났더니, 고야산을 꼭 한번 가봐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가봐야지. 시내의 難波(난바)에서 南海高野(난카이고야)선을 타고 1시간쯤 가니 전차는 산속으로 접어들었고 종점은 계곡 속에 있었다. 침침한 계곡사이의  전철역은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겼고...

역에서 다시 케이블카(케이블로 잡아끄는 궤도차, 우리의 케이블카는 로프웨이라고 부른다)를 타고 산을 오르자 왠걸 해가 쨍쨍 내리쬐는 넓직한 평지에 마을이 있었다. 여기저기 있는 사찰들을 기웃거리며 어슬렁 어슬렁 도로를 따라 걷다가 길 옆의 아름드리 스기나무 숲속으로 들어서니 공동묘지였다.

알다시피 일본은 화장을 하고 간단히 비석만을 세우기 때문에, '공동묘지'라는 말에서 풍기는 서늘함은 별로 없다. 일본에는 동네마다 공동묘지가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곳은 엄청 크고 높은 스기나무 그늘에 가려 좀 침침한 느낌이 든다.  

숲속 길을 따라 양 옆으로 망인들의 비석이나 가족묘지(한 2-4평쯤)들이 늘어서 있는데  제법 유명한 가문이나 단체 이름이 자주 눈에 띄인다.  三菱(미츠비시), 南海電鐵, 육군, 해군 어쩌구 저쩌구... 아마 이곳이 명당인 모양이다. 생각보다는 유명가문 가족묘지가 초라하다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명문대가집 묘소에 비하면 저택과 멍멍이집 정도라고나 할까?

한 1km쯤 숲속 공동묘지를 따라 가니 奧の院이라는 사찰에 도착했고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돌아 나올까 하다가 근처 산에 올라가 봤다.  아무 것도 볼 것없는 잡나무 숲을 따라 한참을 올라 정상에 오르자 아저씨, 아줌마 등산부대들이 잔뜩 모여앉아 도시락을 까먹고 있었고.. 배가 고파진 우리는 후다닥 산을 내려왔다.

아까의 숲속 길 앞의 넓다란 평지로 나오니 계곡 전체가 공동묘지였다.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축대를 쌓아 올린 넓직한? 가족묘지가 보이는데  웬 실물크기 부부 동상을 세워놓았다. 이 비싼 일본에서 동상까지 세워 놓다니 엄청난 부자인가 보군...


이 길을 따라 양 옆으로 계속해서 묘지가 있다. 무척 굵은 나무와 잔뜩 낀 이끼가 묘지라기 보다는 무슨 공원처럼 보이게 한다.

가까이 가보니 부인 동상은 의자에 앉은 모습이었는데 아니!  한복을 입고 있지 않은가?! 이름을 보니 분명 한국인이었다.  성공한 재일교포인 모양이다. 그 옆의 엄청 큰 비석을 가진 가족묘지도 보니 한국인이었고, 반대편 벌판의 조그만 비석들 한복판에 우뚝 선 하얀 대리석으로 큼직하게 지어진 봉분이 있어 좇아가 보니...  역시 한국인!   

일본에 건너와 갖은 고생과 차별을 겪으며 나름대로 부를 이룩하였지만 사회적 지위는 커녕 졸부로 손가락질이나 받으니, 마치 "그래. 나 잘났다. 어쩔래!"라고 과시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눈에 띄게 보란 듯이 지어진 몇몇 재일한국인들의 가족묘지를 보며 희희락락(씁쓸<흐믓)하며 공동묘지를 빠져나왔다.


總本山 金剛峰寺

묘지 정문 앞에는 조문객인지 관광객인지 모르지만 관광버스에 수학여행버스까지 잔뜩 몰려와 있었다. 고야산은 유명한 지역이긴 유명한 지역인가 보다.

기차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세계 각국의 각종 고물차들이 잔뜩 모여 차량 행진을 하고 있었다. 골동품차 동호회인 듯한데 어디서 그 희한하게 생긴 고물차들을 구했는지 반짝반짝 갈고 닦아 자랑스럽게 주행을 하고 있었다. 전국에서 모였는지 東京의 品川번호판도 자주 눈에 띄고...   나도 저런 차 몇 대 있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마 엄청 비싸겠지?  

고야산은 1,200년전 弘法대사에 의해 개설된 眞言密敎의 수행도장이 있는 곳으로 여기저기 잔뜩 사찰들이 몰려있다.  나중에 일본사람에게 고야산을 가보니 공동묘지던데 왜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찾느냐고 물었더니 'おちついた感じ'란다. 거길 가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나.

그리고 재일교포 친구들에게, 자랑스런 우리 재일교포 묘지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한 사람은 "부끄럽다. 그러면 일본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이나 받는다."는 대답이었고 또 한 사람은 "나도 돈벌면 꼭 그렇게 하겠다."라는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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