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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대표 이미지  금각사  은각사 

 


전면에서 본 금각(金閣) 이 이외에는 볼거리가 없다.

교토(京都). 이름만 들어도 무언가 일본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일본에 대한 관광 안내책에 꼭 한 페이지  정도는 빠지지 않고  이 곳의 예쁜 사진이 나와 있어서,  일본이 다 그런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  

교토와 한 시간 정도의 거리인 오사카에 살게 되었지만 도착하고 짐을 풀자마자 단번에 구경을 가기는 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언젠가 아는 사람들이 며칠 우리 집에서 묵게 되었고,

자연히 그들의 관광 안내를 해 주면서 우리도 교토를 제대로 볼 기회를 가졌다. 말로만 듣던 곳을 직접 보게 되다니 마음은 들뜨는데...  마땅히 타고 갈 자동차도 없고, 교토의 지리도 잘 모르기 때문에  일단 교토역(JR京都驛)까지 전철로 가서 그 앞에서 출발하는 시내 관광 버스를 타기로 했다.   

"교토정기관광버스(京都定期觀光Bus)"는 교토 전 지역을 목적에 맞게 세세히 나누어 대충 26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그 중에서 낮 동안에 5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京の半日)를 1인당 거금 5350엔(약55000원)을 내고 탔다. 좀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제일 유명한 네 군데(金閣寺, 淸水寺, 知恩院, 平安神宮)를 돌고 점심도 준다고 하니...  입장료와 지리를 모르는 상황에서의 교통비를 생각하면 이 방법이 싸고 편하지 않은가...

그런데 버스가 출발하면서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목적지인 "금각사(킨카쿠지, 金閣寺)"까지 가는 동안 안내원이 쉬지도 않고 여기 저기 보이는 곳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데 '여행의 여유'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목적지에 도착하면 좀 낫겠지 싶었는데 또 한 번 황당... 버스에서 내리는데 이 곳을 20분만에 보고 돌아오라고 한다. 갑갑한 마음으로 제한 구역 외에 사람들 가는 방향으로 따라 들어가니 연못이 있고, 사진에서 본 금각(金閣)이 번쩍이고 있었다. 기념 사진은 찍어야겠기에 연못 주위에 쫙 늘어서서 구경하는 사람들을 비집고 겨우 한 장. 그리고는 금각 근처로 빙 돌게 되어있는 관람 길을 따라 사람들에 밀려서 구경하고 나오니 찻집이 한 군데 있고 선물가게들과 화장실.

비싼 돈 내고 멀리서 와서 금각 한 번 만져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이 것이 20분간의 금각사 구경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20분이란 시간이 적당한 것인지도 모른다.  절 자체가 어느 정도 큰 지는 몰라도 관광객이 다닐 수 있는 곳은 이 코스가 전부이므로 더 많은 시간이 있다고 해도 구경거리가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이 곳 외에 다른 세 곳 구경도 이런 식이었다. 구경시간 보다 길바닥에 버린 시간이 더 많은 버스관광. 이 이후로는 구경을 조금만 하더라도  내 발로 걸어다니며 천천히 보는 쪽을 택하게 되었다.

이유 없는 막연한 호기심에 보고 싶어했던 금각사의 실제 이름은 "로쿠온지(鹿苑寺)"이다. (실제로 이 금각 앞에 팻말이 하나 있는데 금각이 유명하긴 하지만 절 이름은 아니라고 쓰여있다)   이 절을 대표하는 금각(金閣)은 원래 1397년에 세워졌으나 1950년 불에 타버리고, 현재 있는 건물은 1955년에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연못과 건물 하나가 무슨 의미가 있길래 끊임없이 관광객들이 이처럼 몰리는지...  

이 절은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 1336-1573)의 초기 3대장군인 아시카가요시미츠(足利義滿)가  자신의 권력의 상징으로 지은 별장(山莊北山殿)을 그의 사후(死後) 선종(禪宗)의 절로 바꾼 것이다.


은각사의 안내지인데,    실제 은(銀)을 볼 수 없고, 비에 젖은 돌 바닥이 은색으로 보인다.

이 시기는 무사들(武家)의 정권이 세력을 잡고는,  이전부터 내려오던 귀족들(公家)의 문화를 흡수 융합하면서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어나갔는데, 초기에는 교토 북쪽에 있는 산 근처를 중심으로 발달하여 키타야마문화(北山文化)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로쿠온지는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강력한 무사 문화 속에서 귀족들이 선호하던 불교 선종(禪宗)의 영향을 받은 이 절은 부처님의 뼈를 담은 함이 모셔진 금각과 정원 그리고 연못을 통해 금세(今世)에서의 화려하면서도 절대적인 극락(極樂)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그 옛날 건물 주인은 이런 곳에서 우아하게 세상을 바라보았는지는 몰라도, 현재의 관광객들은 수박 겉 핥듯이 후다닥 보고 가기 때문에 극락을 어디서 느낄 수 있는지....   


정문에서 가운데 문까지 들어가는 길의 높은 담.

교토에는 이 금각사와 비교되는 또 하나의 절이 동쪽 산 근처에 있는데,  이름하여 "은각사(긴카쿠지, 銀閣寺)"이다. 물론 이 절도 실제 이름은 "토오잔지쇼오지(東山慈照寺)"이며, 절 건물 중의 하나인 관음전(觀音殿)을 은각(銀閣)이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이 절은 금각사 보다 늦게 다른 권력자의 별장으로 1482년에 세워졌으며, 무로마치시대의 후기 문화인 "히가시야마문화(東山文化)"의 발상지(發祥地)가 되었다.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로 일컬어지는 다도(茶道), 꽃꽂이(華道), 향나무를 태워서 그 향을 즐기는 것(香道) 등이  이 별장(나중에 절로 바뀜)에서 시작된 것이다.   금각사를 갔던 시기와는 다른 때에 또 그 이름에 속아서 찾아가 본 것인데 역시나...   


물결 모양의 모래와 멀리 은각(銀閣)인 관음전이 보인다.

입장료 500엔을 내고 정문을 들어서니,  중간 문까지 약 50m정도 길이의 대나무와 나무를 이용한 높은 담이 있었다. 여기를 사람들에 치여서 줄지어 천천히 따라 들어가니  전면에 작은 정원과 언덕이 있고,  오른쪽으로 연못과 은각(관음전)이 보였다. 이 보이는 세계가 이상(理想) 속의 극락(極樂)이라고 한다.   

여기를 들어오기 위해 먼저 담이 있는 골목은 바깥 세상과의 중간 단계로,  사람들이 마음속의 번뇌를 다 씻어낼 수 있도록 여유를 두는 공간인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정원을 보면  하얀 모래로 만든 물결 모양의 "긴사단(銀沙灘)"을 따라 어디론가 흘러갈 것만 같다.

달빛이 은은히 비칠 때면 이 모래들이 마치 호수의 표면처럼 빛나며,  이 광경을 보는 사람의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선(禪)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고 하는데...

고즈넉하면서도 어딘가 정갈한, 절제의 미를 살린 이 이미지는 요즘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젠 스타일(Zen style, 禪의 일본식 발음을 그대로 빌려온 말이다. 1950년대부터 서양에서 禪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일본인 승려에게서 배운 禪을 통해 받아들여진 일본풍의 여러 이미지들)"의 원조(元祖)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인들에게는 '젠 스타일'이라고 불려지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자신들의 기품 있는 문화이기 때문에 '와후우(和風)'라고 하며, 여기 뿐만 아니라 교토 전체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불교적 정신세계를 현실세계에 잘 접목한 표본이라고 여긴다. 서양인들이 일본에 반하고, 일본인들이 교토를 동경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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