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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편하게 하는  나라(奈良) (1)

 

일본인들의 마음의 고향이라고 일컬어지는 나라(奈良).
오사카후(大阪府) 옆 조금 아래에 위치한 나라현(奈良縣)의 나라시(奈良市)는 일본 고대사에서, 나라시대(奈良時代710-794)라고 불려지는 시기에 천황이 거처하던 수도(首都)였다. 그리고 같은 시기이지만 문화사(文化史)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불교문화가 최고로 꽃 피던 텐표시대(天平時代, 실제로는 그때의 천황의 연호이다)의 그 중심에 있었던 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너무 짧은 기간이어서 그런가.   헤이안시대(平安794-1192)의 수도였던  교토(京都)에 비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뒤쳐진 느낌이 있다. 아니, 사실은 뒤쳐진 것보다 무언가 여유가 있는 편안함이 있다.
교토는  소위 유명한 관광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무언가 틀에 꽉 짜여진 느낌이다. 무엇을 보든지 순서에 따라 다녀야 하고, 어디든지 좁은 공간에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정갈하고 화려한 건축물,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간 구석구석,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치게 만드는 사람들의 긴 행렬... 교토를 3년간 열 한번 정도를 찾아갔는데 그 때마다 어딘지 가슴이 탁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넓은 공원이 계속 이어진다. 사슴은 뛰놀고...

 

관광 가이드 책에 게재될 예쁜 사진을 찍기에는 좋은 곳이지만   마음 편한 곳은 절대 아니다.

여기에 비하면 나라는... 처음 찾아갔을 때, 킨테츠나라(近鐵奈良)전철역에서 내려 "나라공원(奈良公園)"의 "도다이지(東大寺)"라는 절 입구까지 약 1Km를 걸어가야 하는 길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차도도 넓지만 보도도 넓어서 사람들이 많아도 부딪힐 걱정 없고,  왼쪽으로는 차도이지만 오른쪽으로는 넓은 공원인데  사슴의 무리들이 유유자적 거닐고 있었다. 머리에는 그 비싼(?) '녹용'이 위풍당당하게 뻗어있는데 입을 벌리고 한참을 구경하다가 왠지 만져보고 싶었다.

비싼 녹용(?)이 눈 앞에...

과자 하나를 주는 척하며 만지니 기름기가 흐르고 의외로 따뜻했다.  가을쯤 되어서 이 '따뜻한 뿔'은 어찌 될지...

나라공원(奈良公園)은 나라시의 동쪽 가장자리에 위치하며,  뒤로는 若草山과 春日山이 있어서 전반적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전체 면적은 660ha정도이며 이 안에  코후쿠지(興福寺),  도다이지(東大寺),  카스가다이샤(春日大社),  그리고 국립박물관이 있다.
넓은 땅 위에 여기저기 드문드문 건물들이 있고 그 사이에 잔디밭이 있으며, 사슴들이 뛰어 노는 곳.

 

 사람들이 많이 있어도 별로 그들에게 신경이 쓰여지지 않는다.   어느 곳이든  내가 잠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교토처럼 계속 서 있어야만 하는 곳이 아니다.   이 곳에 오면 제일 먼저 찾는 곳이 국립박물관이다.
예전에 지은 오래된 건물과 새로 지은 건물 두 군데가 있는데, 가서 보면 소장품의 70%가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물건들이거나, 건너간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표현 양식대로 만든 것이다. 그 외에도 인도나 중국의 영향으로 만든 불상들이 있는데, 인도,중국,일본, 우리나라의 네 나라 불상들의 얼굴이 다 달라서 비교해 보면 무척 흥미롭다.

새로 지은 나라 국립 박물관

 

1998년 4-6월 '텐표(天平)'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했는데,  거기서 처음으로 이름만 들었던  호오류지(法隆寺)의 금당벽화 중 일부인 "비천도(飛天圖)"를 보았다. 일본에서도 50년만에 공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그림을 어디서(고구려) 온  누가(담징) 그렸다는 말은  설명서에 쓰여져 있지 않았다. 아마 일본인들은 자신의 선조가 그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외 다른 전시품들도 어느 정도 고구려, 백제, 신라의 영향에 대해서 전반적으로는 설명은 해 놓았지만,  

마지막 날 입장하면서 산 표.

 

그 글들을 읽어보면 받는 느낌이, 우리나라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역사적 사실을 별로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한국인이어서, 우리의 선조가 일본에 건너가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외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들이 별로 크게 다루어주지 않아서  섭섭한 마음에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살다보면, 한국과 관련된 고대사에 대한 문제가 나오면  일본인들이 방송에서 별로 깊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금당벽화의 일부 비천도.

사실로 드러난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는 하지만 왠지 피하고 싶어하는 눈치... 그래도 내가 살던 간사이(關西) 지방은 워낙이 우리나라로부터의 문화를 제일 많이 받은 곳이라  그런 대로 인정하고 이야기하지만,  토쿄(東京)가 있는 칸토(關東) 지방에서는 그런 눈치가 너무 역력하다. 토쿄 방송과 오사카 방송의 뉴스를 들어보면 확실하게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들이 피하고 싶어한다고 해도,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 이 박물관에서 언제까지고 전시되는 한  여기를 찾는 한국인들은 큰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외국 생활에서 왠지 기죽고 사는 사람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는 곳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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