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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奈良)의  도다이지(東大寺)

 

킨테츠나라역(近鐵奈良驛)에서 내려, 그림으로 보아서, 오른쪽으로 계속 걸어 올라가면

660ha의 넓은 공원(초록색 부분이 전부)에 코우후쿠지(興福寺), 국립박물관, 도다이지(東大寺), 카스가다이샤(春日大社)가 있다.  (니가츠도까지 약 1.7Km정도의 거리를 열심히 걸어야 한다)

지도의 왼쪽 편은 나라 시내이다. 그래서 산 중턱에 있는 니가츠도(二月堂)에서 정면으로 시원하게 다 내려다 보인다.

공원 안을 걸어 다니다 보면 여기저기서 사슴이 무리 지어서 뛰는 모습을 보게 된다. 사람들을 위한 곳이라기 보다 사슴들을 위한 곳인 것 같다.

 

나라공원(奈良公園)의 입구에 있는  국립박물관을 보고 난 후에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가 보니 이름만 들어왔던 도다이지(東大寺)가 있었다. 물론 도다이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남대문(南大門)을 거쳐야 하는데, 그 크기를 보고 내내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본에 대한 선입관 중에   '일본인은 무엇이든지 작은 것을 좋아한다.'   '축소지향의 일본' 등 이런 류의 생각들이 있는데, 천만의 말씀!
현재는 그런지 몰라도 예전에는 확실하게 '큰' 건물을 좋아했다는 것이 이런 곳에 와 보면 알 수 있다.

무지하게 큰 남대문

 

남대문을 지나서 도다이지의 금당(金堂)인 대불전(大佛殿) 쪽으로 가니 멀리 금당의 지붕이 보이지만  담으로 둘러싸여서 그리 크다고 안 느꼈다.  그러나 들어가 보니 역시 어마어마한 크기의 금당이 떡 버티고 서 있는데, 갑자기 내가 너무나 작게 느껴졌다. 작은 머리 속에 왜 그리도 많은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그 선입관들로 인해 내가 더욱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닌지...
도다이지는 752년에 세워져서 현재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는데, 실제 금당은 1709년에 다시 지어진 것이다.

도다이지 금당(대불전)

 

그 안에는  엄청나게 큰 대불(大佛)이   이 아래 세상을 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대불의 앉은 키(높이)가 14.98M, 얼굴 크기가 5.33M, 눈 길이가 1.02M, 그리고 무게가 250톤이라고 한다. 1200여년 전 이런 크기의 대불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지금과 같은 여러 기계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결국은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다 만들었을 텐데... 강한 정치 권력이 통치 수단의 하나로 종교를 옹립하고, 거대한 불상을 만들어서 그 아래에 백성들을 하나로 결속시킨 것인가... 불상의 미소 뒤엔 통치자의 미소가 보이는 듯 하다.

대불전 안의 부처님 상

 

불상을 한 바퀴 돌고 나와서, 뒤쪽 언덕 위로 올라가 보았다.  이 언덕을 오르는 길이 내가 나라에서 제일 마음에  든 곳이다.  교토라면 돌을 잘 깎아서 반듯하게 깔아놓았을 터이지만 이 곳은 간간이 층계가 있고,  대부분이 흙과 돌이 섞여있는 너무 자연스러운 길이다. 큰 나무들이 울창하고, 여기저기서 사슴들이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는,  아니 어쩌면 과자 하나라도 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는 여기서는,  대불전을 보며 작아졌던 나 자신을 다시 추스릴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사람들과 사슴.  누가 누구를 지켜보는 것일까.

 

이 언덕을 올라가면  니가츠도(二月堂)와    산가츠도(三月堂, 본래 法華堂)가 있다.  사실 건물의 모습이야 어느 곳이든 비슷하니 별로 신기할 것도 없었다.  잠시 휴식을 위해서 그 앞에 있는 작은 식당으로 들어가 소면 한 그릇과 소금간만 해서 김에 말은  작은 주먹밥을 먹으며  따뜻하게 배를 불리고 지친 다리를 쉬니,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이 한가롭다.  건물들과 길을 교토처럼 산뜻하게, 깔끔하게 만들어 놓지 않았다는 사실이 왠지 사람을 여유롭게 하고,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내 집 구경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이래서 일본인들이 나라를 마음의 고향이라고 하는 것인가.

니가츠도, 저녁이어서 불을 켜놓은 분위기가 좋다.

니가츠도(二月堂)에 올라가기로 하고 계단을 오르며 보니,   계단 옆으로 여러 사람들이 낸 보시금에 대한 돌기둥이 많이 세워져 있었다. 정확히 어느 시기에 만든 기둥인지는 몰라도, 금액과 기둥의 크기가 비례하지 않았다. 어떤 것은 10만엔이라고 적힌 기둥이 5만엔이 적힌 기둥보다 더 작은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거의 비슷한 크기로 금액만 적혀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절에서 석가탄신일 행사를 할 경우 금액에 따라 연등의 크기가 다른데 여기서는 어찌 된 일인지...   사실 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시를 한 마음이 중요한 것이니 연등이나 돌기둥의 크기에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되는데...

다 올라가 난간에 서니 멀리 나라 시내가 시원하게 다 보였다.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 곳에는 11면관세음보살상이 모셔져 있다. 어떤 면에서 대불전의 부처님보다도 더 일본인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왜냐하면 매년 여기서 이루어지는 행사에 사람들이 기를 쓰고 달려들기 때문이다.

 

원래 명칭은 슈니에(修二會)이지만 일반적으로 오미즈토리(お水取り)라는 이름의 행사가   3월1일부터 14일까지 여기 니가츠도(二月堂)에서 이루어진다. 음력으로 2월에 행해진 행사여서 이름도 슈니에, 이 건물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752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기 때문에 이 행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 부근의 간사이 지방에서는 이를 봄을 맞는 첫 행사로 여기고 3월14일부터 봄이라고 신문에서는 공식 발표한다.

실제 이 행사는 그 옛날 사람들이 본존(本尊)인 11면관세음보살상 앞에서 일상사에서 지은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 천재지변이나 전쟁을 피하여 천하태평, 그리고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11명의 스님(練行衆)을 뽑아서 그들이 일반인들을 대신해서 관세음보살님에게 '깨끗한 물'을 공양하며 기원하는 것이 행사의 주요 내용이다.
이런 저런 작은 행사들이 있고 드디어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때가 있는데 3월13일의 밤 행사이다. 11명의 스님들이 니가츠도 앞에 있는 와카사이(若狹井)라는 우물에서 물을 길러서 니가츠도까지 가져가서 관세음보살에게 공양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밤에 이루어지므로 스님들이 다닐 길을 비추는 조명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를 오타이마츠(お松明)라고 해서 긴 대나무에 매달은 소나무 장작 뭉치에 불을 붙여서 밤을 밝힌다.  어두운 밤에 11개의 오타이마츠가 훨훨 타오르고,  니가츠도의 난간에서 이를 휘두르면 사람들이 모여있는 아래쪽으로 불꽃이 마구 튀는데 사람들은 이 불꽃을 맞으려고 환호성을 치며 난리를 핀다.  불꽃이 몸에 닿으면 그 한 해는 운수가 좋다는 믿음이 있어서 그렇다.
즐겁게 봄도 맞이하고 운수도 대통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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